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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6.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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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 그리며 길을 묻다, 윤양호 ‘끝없는 구도행’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윤양호 작가.

서울 독일 오가며 20년 작품 활동

“깨달음 세계, 모방과 학습으로는

도달할 수 없듯 예술도 마찬가지”

 

33번째 개인전 ‘아는 것을 버리다’

6월1~5일, 부산 백스코(BEXCO)서

압도적 크기의 원, 청색 일변도의 강렬한 색채감으로 시각과 지각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언뜻 보면 낯선,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 옆에는 그 흔한 설명, 제목 하나 붙어있지 않다. 사고를 규정하는 틀이 먼저 머릿속에 각인되면 작품을 온전히 볼 수 없기 때문이란다. 선의 정신을 현대미술에 접목해오고 있는 작가 윤양호의 핵심은 그래서 ‘Zen Geist-아는 것을 버리다’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33회 개인전을 열어온 중견작가인만큼 여유로워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치열한 구도행의 길을 걸어온 그다.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 자연스레 사찰과 인연을 맺었고, ‘창조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시작되던 스물 무렵에는 혼란과 방황의 끝에서 수행처를 찾았다.

“예술가로서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어요. 대학 2,3학년 때인가. 절에 들어가면 뭔가 좀 나올까 싶어 완주 정수사를 찾았죠. 스님들하고 이야기도 하고 책도 많이 읽었어요. 좌선도 매일 했죠. 그렇게 100여 일을 보냈어요. 그러고 나니 ‘창조’에 대한 나름대로의 개념이 생기더라구요. 그 과정에서 생기는 사유와 명상을 시각화 한 것이 ‘원’이에요”

이십대 청춘을 그렇게 보냈지만 그래도 완전히 이해는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예술’ ‘창조’ 그 간극사이에서 완벽한 답을 찾기 힘들었다. 작가로 데뷔하고 나서도 지리멸렬한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32살, “더이상 어설프게 알고, 희미하게 봐서는 안되겠다”는 오기가 그를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했다.

“달마대사도 깨달음을 얻기 위해 9년을 면벽수행했다잖아요. 저는 그 간이 7년이에요.” 독일 국립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 미술대에 들어가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미술, 독일어 공부도 열심이었지만 불교 공부도 틈틈이 했다. 독일어로 된 선어록을 구해다 읽으며 불교에 심취해있던 지도교수 헬무트 페더래와도 계속해서 생각을 나눴다. 3년 여 동안은 수행 공동체에서 참선 공부를 하며 ‘선’ ‘예술’ ‘창조성’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달궜다. 그래서 나온 답이 ‘단순성’ ‘정신성’ ‘시대성’이다. 그때부터 진지하고 본질적인 그림그리기가 시작됐다.

“선어록을 보면 선사마다 표현이 다 다르잖아요. 깨달음의 본질은 같은데 말이에요. 예술도 그래요. 단순하게 보면 그 원천은 상상력과 창의성에 감성이라는 하나의 본질에 있어요. 그치만 작가마다 또 시대에 따라 표현이 매번 달라지죠. 그런 점에서 선과 예술은 참 닮았어요.”

윤양호의 인생, 예술 작품에서 ‘선’은 빼놓을 수 없다. 미학적 세계를 표현하는 데 있어 한 치의 모방도, 고정관념도 허용하지 않는 점이 그의 철학, 작품 세계와도 똑 닮았다. “선종에선 불립문자(不立文字)라고도 하죠. 깨달음의 세계는 문자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잖아요. 스스로 알아서 깨우쳐야지 누가 가르쳐준다고 해서, 따라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 모습 그대로 청정한 자성을 깨우치는 데 선의 목적이 있는 거죠. 결국 자신만의 방식이 있어야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미학적 세계도 모방과 학습으로는 안돼요. 작가 스스로 자신의 철학을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해내야 예술가로서의 길을 제대로 가는 거라 생각해요.”

그런 윤양호의 방식은 모노크롬(monochrome). 한 가지 색이나 같은 계통의 색을 써 표현하는 단색화다. 언뜻보면 모두 같은 색으로 비춰지지만 지금까지 그려온 모든 작품 중 단 하나도 같은 색은 없다. 명상을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그리기에 앞서 안료로 사용하는 가루물감 여러개를 섞어 그때그때마다 명도와 채도에 직접 제각기 변화를 준다. 한번에 전시하는 수십개 작품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굳이 설명을 붙이지 않는 것도 그의 방식.

“제 작품은 기존 관념을 모두 버리고 봐야 해요. 관객이 보고 있는 작품 속에는 작가의 의도도 있지만 실은 내 마음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거든요. 작품을 보면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여요.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하는 것도 그건 작품이 변해서가 아니라 내가 변하니까 달라보이는 거구요. 제 작품을 보면서 지금 내 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느끼고 한 발 나아가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여유를, 변할 수 있는 힘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은거죠.”

유행이 변할 때마다 변주를 해온 다른 이들과 달리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독창적 개념의 미학적 세계를 찾아 흔들림 없이 캔버스를 채워온 윤양호의 33번째 개인전은 6월1일부터 6일까지 부산벡스코에서 열린다.

 

윤양호는...

독일 국립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유학했다. 동 대학에서 아카데미브리프, 마이스터쉴러를 취득했다. 1999년 독일 쾰른에 있는 Still Bruch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것을 시작으로 서울 등을 오가며 33회 개인전을 가졌다. 2001년에는 독일 오덴탈시에서 주최하는 현대미술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해 1년간 시의 지원을 받았다. 귀국 후 2005년 원광대 동양학대학원에 선조형예술학과를 설립, 주임교수로 있으면서 선과 현대 미술에 대한 미학적 패러다임을 형성하고자 연구 및 작품 활동을 병행해오고 있다.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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