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특집] “할머니 할아버지 실버카 끌고 편하게 다니세요”

 

동대부고 학생들로부터 실버카를 선물 받은 할머니는 학생들 손을 일일이 잡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할머니 실버카 가져왔어요. 저희 학교 학생들이 조금씩 모아서 준비한 건데, 시장가시거나 운동하실 때 끌고 편하게 다니세요.”

“학생들 용돈도 부족할 텐데, 할머니가 미안하고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죽을 때까지 내가 잊지 않을게요.”

종립학교인 동대부고(교장 박재원) 학생들이 간식비를 아껴 모은 돈으로 지역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노인보행보조기인 ‘실버카’를 선물했다. 전교생을 대표해 불교동아리 파라미타 임원 40명은 부처님오신날과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지난 12일 학교주변에 사는 15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직접 찾아가 실버카를 전달했다.

동대부고는 학생들이 부처님 자비사상을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봄에는 쌀을 모아 후원해왔고, 연말이면 이웃돕기 성금을 마련해 자매결연을 한 복지시설을 도와줬다. “지난해까지는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자비의 쌀’을 모았지만, 많은 쌀을 운송하는 데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부터 자비기금 모금으로 전환했다”는 게 우인보 교법사의 설명이다.

자비성금 모금은 지난 4월17일부터 4일간 등교시간에 진행됐다. 파라미타 임원 학생들은 교문 앞에서 모금함을 세워 놓고, 일찌감치 학교에 와 등교하는 친구들에게 권선했다. “홀로 살아가고 계신 어르신과 병마와 싸우고 있는 친구에게 자비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라고 적힌 ‘자비봉투’를 나눠주고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동참하도록 한 것이다. 매점에서 과자나 음료수 사먹는 거 한번 참고 모은 돈으로 이웃을 돕자는 캠페인답게 후원액은 1000원부터 시작된다. 

1달 용돈 3~4만원이라는 성장기 남학생에게 1000원은 적지 않은 돈으로, 많은 학생들이 이웃돕기에 공감하면서 전교생 1150명 중 86%가 동참해 320만 원가량을 모을 수 있었다. 권선에 참여했던 파라미타 총무 김주영(18)군은 “자비봉투에 든 후원금이 평균 1000원이었고, 많게는 6만원까지 들어있었다”며 “저나 친구들 모두 먹고 싶은 거 참고 모은 돈으로 기부를 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대부고 학생들 간식비 아껴

지역 홀몸어르신 ‘실버카’ 선물  

생명나눔실천본부 헌혈증 후원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의 절반은 장안2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에게 전달할 실버카를 사는데 쓰였다. 당초 모금액으로 12대를 구입했는데, 실버카 제작사인 태양메디텍 대표이사가 동대부고 동문으로, 후배들이 선행을 실천한다는 소식을 듣고 3대를 기증하면서 총 15대를 후원할 수 있게 됐다. 무릎과 허리통증으로 걷기 힘들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손자보다도 어린 청소년들로부터 뜻깊은 선물을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옥순(81)할머니는 “다리가 아파서 집 안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며 “동대부고 학생들이 좋은 실버카를 사줘서 밖에 나갈 때 잘 쓰겠다”고 말했다. 김영자(85)할머니는 학생들 손을 일일이 잡으며 인사했다. “4년 째 끌고 다니던 보행기가 바퀴가 낡아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결국 어린 학생들이 도와준 덕분에 산다”며 고마워했다.

파라미타 회장으로 친구들과 함께 실버카를 전달한 정성준(18)군은 “지난해부터 불교학생회에서 홀몸어르신들을 찾아가 말벗 돼 드리는 봉사를 했었는데, 다리가 아파서 걷기 힘들다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많이 뵀었다”며 “할머니께서 보답하고 싶다고 하셨을 때는 몸둘 바를 몰랐지만 친구들과 힘을 모아 어르신들을 도와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실버카 전달 현장에 함께 했던 허백무 교감은 “지역 어르신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 더 의미가 있다”며 “학생들이 부처님 자비정신을 배워 사회에 나가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어른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대부고는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추천을 받아 희소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청소년 환우를 후원하고, 오는 20일 남산길걷기대회에 참가해 동대부고 학생들이 모은 헌혈증 252매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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