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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이 만난 사람] 손충덕 국회정각회 직원불교신도회장“20대 때 배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여전히 삶의 지침”
지난 12일 국회의사당 지하 1층에 마련된 정각선원에서 만난 손충덕 국회정각회 직원불교신도회장.

국회 하면 국회의원을 떠올리지만, 법률안과 예산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국회사무처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전문위원들은 각종 의안을 검토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위원회 회의진행을 보좌하고 행정업무를 총괄한다. 이들의 손길이 없다면 어떤 국회의원도 순탄하게 의정활동을 할 수 없다. 국회정각회 직원불교신도회장인 손충덕 국회사무처 국방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4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입법고시 8회 합격자로, 1988년 8월 국회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손충덕 회장은 올해 29년차 법제전문가다. 그에게 불자로서, 국회공무원으로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회기 중이 아니더라도 여의도에는 각 기관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국방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인 손 회장 역시 바쁘긴 마찬가지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논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데 회기 시작 전까지 각종 의안을 검토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무처의 일”이라며 “이 맘 때면 정부가 작성한 결산보고서를 검토하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지난 3월과 4월 두 달 동안 국방부, 병무청, 방위사업청 등 국방위원회 소관기관 결산검토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고 한다.

결산 검토 말고 또 어떤 일을 하는지 묻자, 손 회장은 법제전문가답게 ‘국회법’과 ‘국회사무처법’ 조항을 들어 전문위원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국회에는 16개 상임위원회와 예결특위, 여성특위 등 2개 특위에 18개 위원회에 수석전문위원이 한 명씩 있고, 위원회 규모에 따라 1~2명의 전문위원이 있다”며 “국방위원회는 예산은 40조에 달하지만 법안은 많지 않아서, 국회의원 12명과 수석전문위원인 저를 비롯해 사무처 직원 13명이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문위원들은 법률안과 예산안, 결산을 다루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국회법에는 상임위원회가 안건을 심사할 때 먼저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도록 규정돼 있다”며 “전문위원의 중요한 업무는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법률안과 예산안, 결산 등 각종 의안내용을 사전에 파악한 뒤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의원에게 보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정확한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정부 측 설명도 듣고 필요하면 외부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거나 현장답사 등 자체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법안심사가 워낙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위원이 쓴 검토보고서는 절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기재부 예산실과 감사원에서도 참고할 정도로 ‘검토보고서’는 중요한 자료다.

내무반 동기가 준 불서가 인연

서울 전등사 청년법회 다니기도

2012년 직원불교신도회장 맡아

6년간 정기법회 쉼 없이 개최해

 

국회사무처 ‘전문위원’ 활동하며

상임위 회부된 의안 사전에 파악

‘검토보고서’ 의원에게 보고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제정 기여

나라를 운영하는데 주축이 돼는 법률과 예산을 오랫동안 다뤄온 그는 “무엇보다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쪽에 치우지지 않고, 맞는지 틀리는 지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법과 제도는 국민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토씨 하나에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는 데 3중 검증절차를 거치는데 실무 작업은 전문위원 책임 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책임감도 남다르다”며 “동시에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과정에서 정부 측과 협의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2013년 3월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과정에 참여했던 것을 기억에 남는 법안으로 꼽았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나 지역의 랜드마크 구실을 하는 지하복합건물이 많아지면서 이곳에 발생한 재난이 대형재난으로 확산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를 마련했다는 점 때문이다.

29년 국회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손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국회정보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IT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1989년부터 개인컴퓨터를 사용해오던 그는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행정전산망용 워드프로세서’로 어렵게 작업할 때 ‘아래 한글’을 배워와 전수했다. 덕분에 수정편집으로 시간을 허비했던 직원들은 수고를 덜 수 있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위원회에 접수할 의안들을 모두 한글파일로 저장해 제출하도록 하면서, 일찌감치 DB화 작업을 해 나갔다. “국회가 모든 의안을 한글파일로 받으면서 정부기관에서 자연스럽게 ‘아래한글’을 사용하게 됐다”는 그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한글과 컴퓨터’는 모르고 있겠지만 제가 ‘아래한글’ 대중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웃었다.

1995년 입법민원과장과 입법정보센터장을 겸하면서 초기 국회 정보화 사업의 터를 닦았다. 현재 국회 홈페이지 주소(www.assembly.go.kr)는 손 회장이 직접 작명한 것이기도 하다. “그 무렵 인터넷이 처음 개발됐는데 일반 국민들도 법안을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인터넷 기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며 당시 정보화촉진기금 3억 원을 지원받아 의안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그 결과 요즘엔 정부는 물론 일반인들도 국회에서 처리되는 법률안, 예산안 등 모든 의안에 대한 내용,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심사결과 등을 홈페이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손충덕 수석전문위원 집무실에서.

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온 그는 임제스님이 말한 ‘수처작주 입처개진(隧處作主 立處皆眞)’을 마음에 새기고 국회공무원으로서, 불자로서 살고 있다고 했다. “20대 때는 취직해 먹고 살 걱정을 하면서 대학원 도서관에서 입법고시를 준비할 때 저녁마다 들려온 예불소리에 마음의 안정을 얻고, 서울 전등사 청년법회에 다니면서 불제자가 됐다”며 “그 때 배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가르침은 지금까지도 제 삶의 지침”이라고 말했다.

결혼한 뒤 한동안 신행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불자임을 잊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국회직원불교신도회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대신하던 차에 전임 회장인 이병길 전 국회사무처 사무차장 제안으로 직원불교신도회장 소임을 맡은 게 지난 2012년이다. “총무들이 다 알아서 한다는 말을 믿고 덜컥 수락했는데 실상은 달랐다”며 “국회상임위원회 중 가장 일이 많은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정각회 일까지 더해져 눈코 뜰 새 업이 바쁘던 때도 있었다”고 했다.

국회정각회는 국회의원이 주축이 된 정각회와 직원불교신도회, 보좌관불자회, 새누리당 불자회, 민주당 연등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직원불교신도회는 사실상 국회정각회 사무처 역할을 담당한다. 매달 첫째 주 수요일 정기법회 외에도 분기별로 사찰순례를 가고, 1년에 2번 10주 혹은 16주 단위 교리강좌를 연다. 지난 3월부터 10주간 총무원 기획실장 주경스님을 지도법사로 참선수행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회장으로 있는 6년 동안 정기법회를 단 한 번도 거른 적 없다”며 꾸준함을 자랑하며 “덕분에 ‘무늬만 불자’가 점점 참불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3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해보니 자기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성공한 직장인이고, 그런 분이 결국 높은 자리에 오르고 존경도 받는 것 같다”며 “불자라면 탐진치 삼독을 버려야 하고, 그렇게 살면 직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활 속에서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불자가 되자고 서원했다.

손충덕 회장은

1959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인천 부평고, 성균관대학을 졸업했으며, 입법고시 8회로 국회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정보위원회 입법심의관과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쳤으며, 행정안전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현재 국방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군복무 중 불교를 처음 접했다는 그는 경희대 불교학생회장 출신 내무반 동기가 마대자루로 하나 가득 가져온 불교 관련 책을 읽은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틈날 때마다 스님들이 쓴 에세이와 수행담을 읽으면서 불교와 승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군 제대 후에는 청년법회까지 찾아갔다. “도서관서 고시공부를 하고 있으면 저녁마다 들리는 예불소리에 사로잡혔다”는 그는 정기법회 하는 절을 찾아다니다 서울 전등사(당시 전등선원) 청년법회를 알게 돼 그곳에서 신행활동을 이어갔다. 전등사 주지 동명스님에게 기본교육을 받고 수련회도 참가하며 불심을 키워나갔다. 지난 2012년부터 국회 정각회 직원불교신도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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