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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8.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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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쇼佛show] <9>차별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은 '나'
전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바비 인형. 백인 우월주의라는 비판 끝에 사실적으로 묘사한 흑인 바비 인형이 선보였다.

 “지역과 계층과 세대간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 이같이 강조했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적대시하는 편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이념, 지역, 세대 등 다양한 갈등을 차별없이 해소하겠다는 의지이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대장정이었다. 그 걸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신분, 계급, 인종, 종교, 그리고 내편과 네편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二分法)이 지배하는 역사의 자취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어디 이 뿐인가. 학연, 지연, 혈연으로 나누어 서로 갈등하고 대립한다. 특히 지역의 장벽은 얼마 높은가. 교통의 발달로 빈번한 왕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출신지를 앞세우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정부 인사를 단행할 때 출신지를 염두에 둘 정도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역 차별’을 불식하겠다면서 ‘호남 총리’를 내정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조선 시대 영조의 탕평책 역시 당파를 해소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현상은 대한민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여전히 ‘차별의 저주’로 인해 숱한 생명이 고통을 받고, 심지어 목숨마저 잃고 있다.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무장 테러, 지난 8년간 2만 명 넘게 학살당한 서아프리카의 분쟁 등 세계 곳곳에서는 지금도 자신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을 무참하게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러한 사례는 더욱 많다.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 나치의 유대인 학살, 아메리카 인디언 주거지 파괴 및 학살,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 아프리카 흑인 노예 제도 등 차별에 따른 인류 비극의 역사는 오래됐다.

1950년대 이후 서구사회는 물론 전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바비 인형(Barbie doll)도 인종차별 다툼에 휩싸이기도 했다. 1967년 처음 생산된 흑인 바비 인형이 흑인 고유의 특성을 배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던 것이다. 기존 백인 인형의 얼굴에 검은 피부색만 입혔기 때문이다. 백인 우월주의라는 비판 끝에 2009년 9월에 사실적으로 묘사한 흑인 바비 인형이 나왔다.

1961년 영연방에서 탈퇴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종차별 정책을 펴는 대표적 국가였다. 70여 인종을 차별하는 법령과 흑인 자치주를 만드는 등 노골적인 차별 정책으로 국내외의 커다란 반발을 샀다. 특히 1994년 대통령에 취임한 넬슨 만델라는 옥고를 치루는 등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199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넬슨 만델라는 “나는 백인들의 통치에 대항해서 싸웠다”면서 “모든 사람은 평등한 기회를 누리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나는 그것을 위해서 기꺼이 죽을 준비도 되어 있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 모두 세상의 주인공
 인류 비극의 뿌리는 ‘차별’
 지배 억압하는 ‘메커니즘’
 민주주의, 인권 확립 계기

사실 이러한 인류 비극의 뿌리는 ‘차별(差別)’에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 타인이나 상대 그룹을 지배하고 억압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바로 차별이다.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현상인 것이다. 물론 이같은 차별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도 멈추지 않았으며, 지금도 그러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노예 해방을 비롯한 신분 제도의 타파와 여성의 참정권 확대, 장애인의 권익 향상 등 차별이 아닌 평등(平等)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차별의 벽은 높고 크기만 하다. 어찌 보면 인류 역사가 계속되는 한 멈추지 못할 역사 일지 모른다.

예전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차별의 부작용이 여전한 상황에서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표어를 ‘차별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이라고 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번 봉축표어에 대해 봉축위원회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은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의 주인공이며 하나같이 존귀한 존재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면서 “모든 인간은 성별, 나이, 사상, 종교, 빈부, 취향과 같은 모든 차별로부터 해방돼야 한다는 대자유의 선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부처님 탄생 설화에는 ‘차별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들어있다. 석가모니 붓다의 탄생게(誕生偈)인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가 바로 그것이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즉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은 ‘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나’는 단순히 석가모니 붓다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모든 존재의 평등을 전하는 가르침이다. 석가모니 붓다가 이 땅에 오신지 26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천상천하유아독존’의 교훈은 유효하다.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국내외에서 활발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2011년 발족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기구에는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와 사회노동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05개 단체가 뜻을 같이하고 있다. 올해 재출범을 선언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나의 존엄과 인권, 우리의 삶과 투쟁, 반차별 행동의 연대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차별 없는 평등 세상, 민주주의와 인권의 세상으로 향해 가자”고 호소했다.

국민의 지지를 받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 사회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고 희망을 만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문재인 대통령이 화합과 대통합의 국정을 운영하길 기대하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성수 기자

* 경전에서 본 ‘차별’

설사 그가 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랑의 대상은 모두 평등하다. 사랑에는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본생경>

타인은 곧 나고 나는 곧 타인이라고 생각하여 나 아닌 남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 <아함경>

천지여야동근(天地如我同根) 만물여아일체(萬物如我一體). 천지가 나와 한 뿌리요, 만물이 나와 한 몸이다 . <벽암록>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진 천으로 천막이 만들어지고, 온갖 색깔로 채색된 지붕이지만 그 그늘은 하나의 색깔일 뿐이듯이....현자는 사람의 덕(德)만을 인정하고 그의 출생은 묻지 않는다. <자타카> 

 

 

* 비둘기의 무게는?

자비심이 큰 왕에게 매에 쫓기던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매가 비둘기를 돌려 달라고 했지만 왕은 거절했다. 매는 “나를 굶어 죽게 만들 거냐?”고 했다. 왕은 “비둘기와 같은 무게의 살을 떼어 주겠다”고 했다.
왕은 자신의 살을 베어 저울에 올렸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비둘기 무게보다 가벼웠다. 조금 더 베어 올렸지만 마찬가지였다. 결국에는 자신의 몸을 위에 올려놓은 뒤에야 저울은 균형을 이뤘다.
비둘기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지만 괴로워하거나 후회하지 않은 왕의 몸은 본래대로 회복되었다. 그리고 매는 원래 모습인 제석천으로 변하여 왕의 보살행을 찬탄했다. 세상의 명예와 권력을 모두 지닌 왕과 어찌보면 미천한 비둘기의 ‘존재’는 결국 같은 무게로 소중했던 것이다.  <대지도론>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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