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팽목항까지 세월호 뱃길따라 걷는 4·16순례길 출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염원하는 종교, 시민사회의 발걸음이 첫 발을 내딛었다. 세월호가 지났던 뱃길을 따라 53일간 인천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800㎞를 도보로 순례하는 대장정이다.

종교, 시민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오늘(5월15일) 오후2시 인천 연안부두 상트페테르부르크광장에서 ‘4·16순례길’ 출발식을 개최했다. 이날 출발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 한상렬 전주고백교회 목사, 전진택 남녘교회 목사,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김말숙 세월호 인천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희생자유가족대책위원장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4·16순례길은 세월호 참사를 사회적 전환과 희망의 상징으로 기억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와 붓다로 살자를 비롯해 생명평화결사, 세월호지리산천일기도, 지리산종교연대, 한국작가회의, 예수살기 등의 종교,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순례는 10여 명으로 구성된 상근순례단이 참여하며, 순례 기간 중 각 지역마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과 함께 순례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순례 취지에 동참하는 1004명의 제안자를 모집하고 있다.

출발식은 4·16순례길의 조성 취지 소개와 순조로운 순례를 기원하는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종교 지도자들과 문화예술인들도 참석해 순례단을 격려했으며, 단원고 유가족 6명도 함께 자리해 세월호 아픔 치유를 위한 이번 순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조계종은 세월호가 인양된 목포신항에 법당을 마련하고 미수습자들이 가족 곁으로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다. 수색이 원활히 진행돼 미수습자들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속하게 수습돼야 한다”며 “53일간의 국민순례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치유되고 우리 사회 안에 새로운 희망이 피어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세월호가 인양됐지만 아직 아홉 분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진실은 바다 속에 있다”며 “오늘 시작하는 순례 끝에서 건져 올린 희망이 널이 퍼져 우리사회가 세월호 이전과 다른 사회로 진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단원고 신호성 학생 어머니 정부자 씨는 “우리 가족들은 아이들의 이름으로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끔찍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며 “가족들의 힘만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기는 어렵다.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줘야 할 것”이라고 관심을 호소했다.

도법스님과 전진택 목사 등은 참가자들은 대표해 낭독한 선언문을 통해 “세월호는 우리나라가 생명이 안전하고 삶이 평화로운 사회로 바뀌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며 “누구든 자유롭게 걸으며 사색하고 성찰할 수 있는 4·16순례길, 그 길 위에서 시민들과 자유롭게 만나 생명이 안전하고 삶이 평화로운 나라를 함께 꿈꾸고 모색해 나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순례단은 이날 출발식을 시작으로 인천 연안부두에서 외암도 사거리까지 14km의 본격적인 순례에 돌입했으며, 오는 16일과 17일에는 안산 지역 순례에 집중할 계획이다. 2일차인 16일에는 세월호 희생자 9명의 위패가 안치된 안산 대각사까지, 3일차인 17일에는 화랑유원지 분향소 참배, 기억저장소와 단원고, 기억교실 방문 등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 순례단은 안산과 화성, 평택 등 경기도를 거쳐 당진과 서산, 태안, 홍성, 보령, 서천, 군산, 부안, 정읍, 고창, 영광, 함평, 무안, 목포, 영암, 해남, 진도까지 총 809.16km를 순례할 예정이다. 순례 마지막 날인 오는 7월6일에는 진도 백동 무궁화동산 내 세월호 기억의 숲에서 4.16km를 걸어 최종 목적지인 팽목항에 도착해 회향식을 갖는 것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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