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불기 2561 (2017).12.15 금

사이드바 열기
상단여백
HOME 대중공사 에세이 문인에세이
[문인에세이] ‘흰 눈’

 

이 시는 겨울이 끝나가면서 

여름까지 피는 흰색 꽃에서 

발상한 것이다

흰 꽃이 피는 것을 

흰 눈이 내린 것으로 

심상화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흰 눈=흰 꽃=사람의 흰 머리는 

‘희다’는 색감의 유사성에서…

부처님오신날을 하루 앞둔 아침 청계천 광교를 건너는데 천변에 심은 이팝나무꽃이 피어있어 놀랐다. 나뭇가지에 잎이 나기나 했었나? 하고 생각했다. 토요일, 일요일, 노동절 휴일을 지나는 3일 동안 이렇게 시간이 계절이 갑자기 변한 것이다. 

무성한 잎에 내려앉은 햇살이 반짝였다. 천변에 생강나무와 조팝나무꽃이 나란히 피었다 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무성한 푸른 잎 위에 꽃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것이다. 마치 흰 눈이 내려앉은 것 같다. 정말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팝나무꽃이 피었을 때는 봄비라도 부슬부슬 내리면 분위기가 그만이다. 보슬비가 내리면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정거장˜”하고 부르던 노래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광교를 건너자마자 서있는 대우조선해양 빌딩 1층에 지금은 폐점한 이팝나무가 잘 보이는 카페가 있었다. 사무실과 가까워서 친구나 손님이 오면 자주 나가서 차를 마시던 곳이다. 비가 오는 날은 일부러 나가 차를 마시며 젖은 이팝나무 잎을 구경하기도 했다. 

나는 세 해 전 ‘흰 눈’이라는 동시를 처음 발표하였고, 지난 해 같은 제목의 동시그림책을 냈다. 이 시는 겨울이 끝나가면서 여름까지 피는 흰색 꽃에서 발상한 것이다. 흰 꽃이 피는 것을 흰 눈이 내린 것으로 심상화한 것이다. 

다시 말해 겨울에 다 내리지 못한 눈이 온갖 나뭇가지에 흰 꽃으로 내렸다는 상상이다. 겨울 동안 다 내리지 못한 눈이 매화나무, 벚나무, 조팝나무, 이팝나무, 쥐똥나무, 산딸나무, 아카시나무, 찔레나무에 순서대로 내려서 꽃을 피운다는 내용이다. 그러다가 남은 눈은 할머니가 꽃나무인줄 알로 성긴 머리 위에 앉는다는 것이다. 

올 3월 말 나는 한강예술공원 쇼케이스 메인무대에서 동시그림책 <흰 눈>을 읽었다. 그림책협회에서 주최한 ‘그림책이 흐르는 강’이라는 행사였다. 5월 중순에는 대전 남선공원 야외무대에서 읽게 된다. 아마 봄에 알맞은 책이어서 예술기획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 흰 눈=흰 꽃=사람의 흰 머리는 ‘희다’는 색감의 유사성에서 발상한 것이다. 그러나 기후와 식물과 인간이 서로 순환하고 유전하고 윤회한다는 만물동원이나 만물동근이라는 생각을 깔아놓은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어가면서 천지변화나 식물이나 사람의 살림살이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 독자는 이 이야기를 머릿속에 심상으로 남겨 두었다가 성장하면서 의미를 눈치 챌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앞으로 이런 그림책을 통해서 불교의 생각을 보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러한 글이 될 만한 것, 그림이 될 만한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불경(佛經)이나 사찰 또는 민간설화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된다.

[불교신문3297호/2017년5월17일자] 

공광규 시인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여백
여백
icon
"SNS에서도 불교신문
뉴스를 받아보세요"

kakaostory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