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담마 존자에게 당한 모욕, 어떻게 대처했을까

찟따 장자는 오히려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예전에 한 무리의 상인들이

장사를 하러 동쪽 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암탉 한 마리를

데려왔습니다…그 암탉은 

수컷 까마귀와 어울려 지내더니

이윽고 병아리 

한 마리를 낳았습니다

암탉과 까마귀 사이에서 태어난 

그 병아리는 자라서

까마귀를 따라 울 때에는 

‘꼬끼오 까악’ 소리를 내고

암탉을 따라 울 때는

‘까악 꼬끼오’ 소리를 냈습니다

아비와 어미에 따라 

울음소리를 바꾸는 병아리처럼 

스님께서도 삼보에 관하여

하실 말씀이 많을 것입니다” 

찟따 장자는 마가다 왕국에서 손꼽히는 거부이자 빔비사라 왕이 신뢰하는 대신 중 한 명이었다. 또한 그는 부처님께서 칭찬하실 정도로 법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이를 설하는 능력이 탁월한 재가 법사이기도 했다. 그는 마하나마 존자로부터 법문을 듣고 아나함과를 성취하였고, 그 후 신실한 재가 제가가 되었다. 찟따 장자는 자신이 소유한 암바따까 숲에 사원을 지어 교단에 바쳤고, 네 가지 시주를 올려 스님들을 봉양하였다. 어느 날 맛치까산따 마을에 사리불 존자를 비롯하여 큰스님들이 오시자 찟따 장자는 기쁜 마음으로 스님들을 공양에 초대하였다. 이때 찟따 장자는 큰스님들을 모실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기쁜 나머지 암바따까 사원의 주지 수담마 존자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는 것을 잠시 잊고 말았다.

수담마 존자의 교만한 마음

수담마 존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했던 찟따 장자는 뒤늦게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존자도 공양에 함께 와 줄 것을 청하였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틀어진 수담마 존자는 장자의 설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양 초대를 세 번이나 거절하였다. 찟따 장자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한 수담마 존자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느낀 모욕감을 되갚아 줄 수 있는지를 궁리하고 또 궁리하였다.

다음날 아침, 사리불 존자를 비롯한 열 한 분의 스님들은 찟따 장자의 집으로 공양을 하러 갔다. 스님들이 한참 공양을 하고 있을 때, 찟따 장자의 초대를 거절했던 수담마 존자가 그곳을 찾았다. 존자는 공양은 하지 않은 채 찟따 장자가 정성을 다하여 차린 음식들을 차례대로 자세히 눈으로 살펴보았다. 마치 트집을 잡으려는 것처럼 음식들을 살피는 수담마 존자의 태도는 충분히 무례하였고, 공양을 하는 스님들과 찟따 장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수담마 존자는 다른 이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음식들을 확인하였다. 그러던 중 한쪽에 마련된 빵과 과자, 과일 등이 수담마 존자의 눈에 들어왔다. 공양을 마친 스님들에게 드릴 달콤한 간식들이었다. 간식들을 본 수담마 존자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자여, 그대가 마련한 음식은 참으로 많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다만 한 가지 음식이 빠져있습니다.”

이에 찟따 장자가 수담마 존자에게 공손히 물었다.

“어떤 음식이 빠져 있는지요?”

그러자 수담마 존자는 입가에 비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참깨과자가 없군요.”

그 순간 공양을 하던 스님들과 스님들의 시중을 들던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굳어졌다. 찟따 장자의 선조 중에는 참깨과자 장사를 했던 분이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따라서 수담마 장자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참깨과자 이야기를 꺼낸 것은 찟따 장자를 조롱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담겨 있었다. 수담마 존자의 행동은 수행자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만큼 참으로 유치하였으나 스스로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는 찟따 장자를 모욕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수담마 존자가 마치 승리자가 된 것처럼 신나는 얼굴로 찟따 장자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찟따 장자를 이겼다다는 생각에 도취한 존자는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수담마 존자의 지적을 들은 찟따 장자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앙심을 품고 사원을 떠나다 

“스님, 제가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예전에 한 무리의 상인들이 장사를 하러 동쪽 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암탉 한 마리를 데려왔습니다. 그 암탉은 수컷 까마귀와 어울려 지내더니 이윽고 병아리 한 마리를 낳았습니다. 암탉과 까마귀 사이에서 태어난 그 병아리는 자라서 까마귀를 따라 울 때에는 ‘꼬끼오 까악’ 소리를 내고, 암탉을 따라 울 때는 ‘까악 꼬끼오’ 소리를 냈습니다.

아비와 어미에 따라 울음소리를 바꾸는 이 병아리처럼 스님께서도 삼보에 관하여 하실 말씀이 많고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굳이 아무 것도 아닌 참깨과자 이야기 말고는 하실 말씀이 없으십니까?” 찟따 장자의 말이 끝나자 수담마 존자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참깨과자를 지적할 때 의기양양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장자의 말은 반박의 여지가 없었고 수담마 존자는 할 말을 잃었다. 여러 스님들과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수담마 존자는 참담하고 부끄러웠다.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마음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수담마 존자의 마음속에는 자신은 하늘 같이 높은 스님이요, 찟따 장자는 어디까지나 자신보다 아래인 신도에 불과하다고 교만한 생각이 굳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담마 존자는 자신의 교만한 생각에서 비롯된 유치한 행동을 반성하는 대신 화를 내며 말했다.

“찟따 장자여, 그대는 나에게 욕을 했다. 협박도 했다. 나는 다시는 그대의 사원에서 지내지 않을 것이다. 그대에게 사원을 돌려주고 떠나버릴 것이다.” 말문이 막히자 절을 떠나겠다는 수담마 존자의 행동이야말로 협박이나 다름 없었다. 찟따 장자는 수담마 존자를 말리면서 변함없이 네 가지 시주를 올리겠다고 말했으나 이미 존자의 귀에는 그 어떤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큰스님들도 수담마 존자를 말리지 않았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안 수담마 존자는 찟따 장자를 향해 깊은 앙심을 품은 채 사원을 떠났다.

찟따 장자 편을 들어주신 부처님

암바따까 사원을 떠난 수담마 존자는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로 향했다. 여러 날이 걸려 기원정사에 도착한 수담마 존자는 부처님을 뵙고 찟따 장자와의 일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때까지도 수담마 존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혀 반성을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찟따 장자의 말을 곱씹을 때마다 분노는 더욱 커졌다.

수담마 존자가 부처님께 찟따 장자와의 일을 숨김없이 말씀드린 것은 부처님께서 당연히 자신의 편을 들어주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당당하게 맛치까산따 마을로 돌아가 찟따 장자로부터 사과를 받을 계획이었다.

그래야 억울함과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릴 것 같았다. 한편 수담마 존자의 이야기를 들은 부처님께서는 그가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기는 커녕 부처님의 이름으로 찟따 장자에게 당한 창피함과 치욕을 되갚아 줄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아셨다. 존자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출가수행자라는 깊은 오만이 박혀있다는 것 또한 알아차리셨다. 이윽고 수담마 존자가 이야기를 마치자 부처님께서는 많은 비구 스님들과 대중들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존자여, 그대는 찟따 장자에게 가서 그대의 허물을 고하고 참회를 한 뒤 용서를 구해야 한다.” 기원정사의 모든 스님들 앞에서 또 한 번 망신을 당한 수담마 존자는 절망했다. 부처님께 외면당한 그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차라리 자존심이 조금 상하더라도 찟따 장자의 시주를 받으며 맛치까산따 마을에 남아있는 것이 훨씬 나았다.

이제는 찟따 장자에게 사과를 하고 참회를 하지 않는다면 암바따까 사원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기원정사에 마냥 머물러 있을 수도 없었다. 한편 수담마 존자가 자리를 비운 동안 암바따까 사원에는 사리불 존자를 비롯한 열 한명의 큰스님들이 기약 없이 머물고 있었다. 수담마 존자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머물러 달라는 찟따 장자의 간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얼마 후 수담마 존자는 아무도 모르게 맛치까산따 마을로 살며시 돌아왔다. 하지만 찟따 장자에게 참회를 구할 생각을 하니 입도, 발도 떨어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암바따까 사원에 열 한명의 큰스님들이 여전히 머물고 있는 것을 알자 도저히 안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수담마 존자는 끝내 찟따 장자를 만나지 못한 채 도망치듯 기원정사로 돌아갔다.

[불교신문3297호/2017년5월17일자]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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