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도자들 솔선수범…제도적 뒷받침 중요

 

기증자 수혜자 모두 혜택 받는 제도 

조직 정비, 네트워크 구성 시급해

기증부터 이식까지 관장할 전문가 

정부 의학계 함께 나서 양성해야

스페인 활발…우리도 도입 필요 

선진국들은 장기기증 분야에서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정비해야할 요소가 많다. 지난 4월30일 연등회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장기기증을 홍보하는 생명나눔실천본부.

프랑스는 2017년부터 가족이 장기기증에 반대해도 사망자가 생전에 기증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면 장기적출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법 시행에 들어갔다. 새 법안에 따르면 장기기증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전에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프랑스는 1976년부터 이미 생전에 장기기증 거부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사망자에 대해 장기기증에 동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법을 시행 중이었다. 기존 법안에 따르면 가족들이 장기기증을 거부하면 장기를 적출할 수가 없고, 우편을 통해서만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 있었다. 새 법안은 가족 동의가 없어도 장기 적출이 가능하고, 인터넷 등록을 실시해 거부방법을 간소화했다. 생전에 ‘장기기증을 원하지 않는다’는 거부 의사가 없으면 기증 대상자로 추정하는 제도를 옵트-아웃(Opt-out)이라 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스페인, 벨기에, 오스트리아와 같은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기증 거부 의사가 없으면 승낙으로 인정하는 것은 몇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급작스런 상황에서 당황하여 장기기증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놓치는 것을 방지하고, 둘째 의사가 직접 질문하는 것이 쉽지 않는 상황을 ‘법에 명시되어 있어서···’ 하면 마음의 부담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지역 단위로 장기확보 및 이식망이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장기이식망 중에서 일부는 점차 확대되어 전국적인 이식망을 구성하고 각 지역단위 이식망 사이의 정보를 교환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조직은 1977년 설립된 미국 장기기증 네트워크(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UNOS)다. 이 기구는 공중보건법에 따라 확립된 전국적인 장기확보 및 이식망(OPTN : Organ Procurement and Transplant Network)을 관리한다. 스페인은 전 세계에서 장기이식이 가장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이며, 각 나라의 장기이식 관련 인력을 교육 훈련시키고 스페인 모델의 장기이식사업을 전파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인구 100만명 당 35명이 기증하는 세계 1위의 장기 기증국이며, 외국 환자에게도 제공한다. 

스페인에서는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90%이상이 경제 사회적, 기타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장기이식을 받고 있으며, 뇌사 장기 기증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이는 높은 사회적 연대감, 의료인과 전체 사회의 협력 덕분이다. 

1965년 스페인 까딸로니아 바르셀로나시 호스피탈 클리닉에서 첫 신장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수행된 이후, 까딸로니아는 다른 이식분야에서도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의학 진단, 외과기술, 면역 억제제 등 과학과 기술 진보에다 1979년 장기이식법이 통과 된 후 1980년대 신장이식 수술이 발전했다. 더불어 다른 이식수술도 함께 발전했다. 장기이식법에 의하여 신경계 범주에 의한 사망진단 즉 뇌사진단이 인정되었다. 이런 발전과정이 이식과 관련된 모든 단계에서의 조직화와 코디네이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런 아이디어가 이 지역 전문인들과 까딸로니아 보건의료 행정부의 지원에 의해 장기이식의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발전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장기이식제도의 모델이 되었다.

스페인 장기이식사업 성공의 중심에는 스페인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있다. 센터는 정부 기관으로 장기 조직 골수 등의 기증 이식 권장과 코디네이션 역할을 담당한다. 센터는 국가, 지역, 지방 등 종적 횡적으로 다양한 연결조직(net like system)을 갖고 장기기증, 긴급이식 코디네이션, 규제와 보고, 일반인과 전문인에 대한 홍보 및 정보 제공, 장기이식 관련 통계 분석, 지속적인 훈련과정 등을 담당한다. 

장기가 이식되기까지는 장기기증자 발굴, 적정 상태에서 재빠른 장기이식이 이루어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 이송, 뇌사판정, 가족 동의 등 의학적, 법적 여러가지 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전문인력이 코디네이터인데 스페인은 이들 코디네이터가 높은 전문 지식과 신뢰를 갖고 지역 및 국가 단위로 잘 갖춰져 있다. 스페인은 또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장기배분 방식을 갖고 있다. 기증된 각 장기는 분배기준에 따라 별도로 평가를 한다. 가령 응급 대기자가 있다면 국가우선순위 1위(National priority)가 된다. 이 경우에도 사전에 정해진 ‘분배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스페인은 이처럼 장기기증 희망등록에서부터 이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별로 의학적 법적인 체계가 갖춰져 있어 장기기증자 이식자 모두 혜택을 받으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 세게적으로 장기기증이 가장 활발한 나라로 손꼽힌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과 별도로 보건 및 의학 분야의 새로운 개척 영역인 유럽장기이식재단(EuroTransplant Foundation, ETF)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독일 및 오스트리아 등 유럽 5개 국의 장기이식 관련 의료기관으로 조직된 유럽 최대의 장기제공 네트워크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데이터가 모두 ETF의 장기조정자를 중심으로 환자와 제공자의 조직적합성, 긴급도, 장기의 적출, 수송수단 결정 등 이식에 관한 모든 업무를 연락, 조정한다. 즉 장기제공자와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살펴본 것 처럼 유럽 등 여러나라에서 장기기증이 활성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잘 갖춰진 제도 덕분이다. 여기에다 장기기증에 지도층이 앞장서는 문화도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한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 부부가 장기기증 등록을 함으로써 영국 내 장기기증운동이 활성화되었다는 보도가 나온바 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간이식이 필요한 어린이를 위해 장기기증을 호소한 적이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언론을 통해 세상에 널리 공개된 바 있다.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사회 정치 지도자가 솔선수범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장기이식이 활성화 되지 못한 국가에 속한다. 기증자 수가 100만 명 당 5명에 불과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이식 대기자는 2만7444명에 이르는데 반해, 뇌사기증자는 501명에 불과하고 평균 대기시간은 3년이 넘는다. 지도자들의 모범도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에 보도되는 장기기증 사례는 대부분 일반인들이다. 정치지도자나 유명인들이 장기기증 희망 등록서에 서명하고 홍보하는 모습을 거의 찾기 힘든 것이 우리나라 실정이다. 지도자 중에서 유일하게 국민들 가슴에 남은 분은 총무원장을 지낸 법장스님이다. 스님은 입적 후 법구 전부를 기증해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으며 이후 불교는 물론 사회적으로 장기기증이 활성화 되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장기기증의 날 지정 등을 통한 정부 차원의 장기기증 장려책 마련, 기증자 기념공원 설립 등 외국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장기기증 분야 전문가들은 뇌사자 발굴, 장기기증 등록에서부터 이식까지 전 분야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 복잡한 단계로 되어있는 장기기증 절차 간소화, 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 등을 장기기증 활성화 방안으로 거론한다. 

자료참고 :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 관리센터 

생명나눔실천본부-불교신문 공동 연중 기획   

[불교신문3297호/2017년5월17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