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이념·성별·연령 넘어 화합 한마당
본래 부처 자각…굳은 원력으로 정진다짐
세월호 희생자와 미수습자 가족 비롯해
각국 대사 대선 후보 등 참석 눈길

진제 종정예하가 법어에 앞서 주장자를 높이 들었다.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봉축법요식을 열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 각자의 자리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갈 것을 서원했다. 3일 서울 조계사에서는 조계종 진제 종정예하, 원로회의 의장 직무대행 세민스님,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이 봉행됐다.

이날 법요식은 계층과 이념, 인종과 성별, 연령을 아우르는 화합의 한 마당이었다. 다문화가정과 조손가정 어린이, 탄자니아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학생 등은 원로회의 의장 직무대행 세민스님과 총무원장 자승스님으로부터 마정수기를 받았다.

특히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대표해 기간제 교사 김초원 씨의 아버지 김성욱 씨, 미수습자 단원고 조은화·허다윤 학생의 어머니인 이금희 박은미 씨, 성소수자 대표 이승현 씨와 임재춘 김경봉 장기해고노동자 콜드콜택 대표, 우다야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등도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일곱 송이의 연꽃을 공양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봉축사를 하고 있다.

진제 종정예하는 법어에서 우리 모두가 본래 부처임을 자각하고 굳은 신심과 원력으로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종정예하는 “오늘은 무명(無明)의 사바세계에 지혜의 광명으로 부처님께서 강탄(降誕)하신 인류정신문화의 날”이라며 “이는 본래 생사가 없건만 몸소 생사로써 중생들이 무명의 집착에서 벗어나면 ‘본래 부처’임을 보여 주시기 위해 출세한 거룩한 서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상생활 속에서 오매불망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 하고 의심하고 의심할 지어다”고 설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봉축사에서 “땀 흘린 노동자의 옷깃에서,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기업가의 열린 미소에서, 자연과 더불어 뿌린 대로 거두는 농민의 손길에서, 상처받은 이웃을 얼싸안는 시민들의 아름다운 품에서 우리는 부처의 세상을 본다”면서 “가정과 일터, 사회에서 차별을 없애고 모든 이들을 부처로 대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길”임을 역설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왼쪽에서 세번째)와 박원순시장(맨 왼쪽), 송수근 문체부차관(왼쪽에서 두번째) 등 주요 내빈들이 법요식에 참석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직무대행이 대독한 축하메시지를 통해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했다.

황 권한대행은 “한국불교는 우리나라 정신문화를 이끌어오면서 전통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국론통합에 큰 힘이 돼 왔다”며 “불교의 원융화합과 화쟁의 정신으로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불교계가 더 큰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봉축법요식에 참석하자 많은 언론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기흥 중앙신도회장도 불자들을 대표해 발원문을 낭독하고 갈등의 벽을 넘어 화합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법요식에서는 종단 발전과 불법 홍보에 공로가 큰 불자들을 격려하는 불자대상 시상식도 진행됐다. 총무원장 스님은 안동일 변호사, 정상석 시인, 미스코리아 출신 금나나 하버드대 박사, 이용대 배드민턴 선수에게 상패를 전달했다.

법요식에는 스님과 불자들뿐만 아니라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 대주교,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이주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이맘 등 종교대표자들이 참석해 헌화했다.

대선 후보들이 반야심경을 따라하고 있다.

얀 그레브스타 주한 노르웨이 대사, 모함마드 줄피쿨 라흐만 주한방글라데시 대사 등 각국 대사 10여 명도 참석해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했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 장성민 국민대통합당 대통령 후보 등도 법요식에 대거 참석해 일제히 불심에 지지를 호소하는 행보를 보였다. 정세균 국회의장박원순 서울시장주호영 국회정각회장강창일 정각회 명예회장 등 정관계 인사도 법요식에 참석해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했다.

불기2561년 불자대상 수상자들과 총무원장 스님이 나란히 섰다.
조계사 어린이법회학생과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원로의장 직무대행 세민스님과 총무원장 자승스님에게 마정수기를 받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허다윤 양의 어머니 이금희.박은미 씨와 기간제 교사 김초원 씨의 아버지 김성욱 씨가 평등한 세상을 꿈구며 연꽃을 공양했다.

 

 

국악인 박애리 씨와 조계사 합창단이 봉축가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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