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저(홍나리, 45, 여)에게는 고2 딸과 중3 아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모두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자신들의 생각은 무시한 채 아빠 뜻대로만 강요하는 것이 힘들다면서 아빠와 함께 하는 자리는 무조건 피하려 듭니다. 남편은 또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따라야 한다여 아이들을 닦달 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는 터라 아빠 말을 잘 들으라고 하지도 못합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사랑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만큼 괴로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나리 씨도 그런 고통 속에서 남편과 자녀들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나리 씨는 아이들의 엄마로서가 아니라, 큰언니나 누나로서 아빠의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리 씨가 아이들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것도 평소 남편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것을 잘 아는 자녀들은 아빠 앞에서는 아빠 뜻을 따르는 것처럼 거짓 행동을 하고, 엄마 앞에서는 아빠에 대한 불만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엄마와 같은 편으로써 일종의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리 씨. 나라가 평화롭고 국민들이 화합하기 위해서는 법과 질서가 필요하듯이 가정과 가족들 사이에서도 질서와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의 질서와 원칙은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에 도리(道理)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편의 도리, 아내의 도리, 부모의 도리, 자식의 도리가 그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부부는 각각의 도리를 잘 지키면서 자식들을 양육하고 착한 행을 보여주되, 부모의 사랑이 뼈에 사무치게 느끼도록 해주어야 하며, 자식 또한 지켜야 할 도리를 지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남편과 자녀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행복한 가정이 되기를 바란다면, 나리 씨가 먼저 남편과 함께 부부의 도리를 잘 지키면서 부부사이를 좋게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녀들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배우기 때문에 나리 씨가 남편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자녀들도 아빠를 대하게 됩니다. 결국 자녀들이 아니라, 그동안 나리 씨가 남편의 말을 받아들이고 남편의 뜻을 따르는 것이 힘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제부터는 자녀들의 심정을 이해한 것처럼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내 남편이 혼자서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남편을 이해해준다면 남편도 편안해진 얼굴로 화답할 것입니다. 이렇게 부부가 편안하고 행복한 관계로 되어야 자녀들도 부모의 뜻을 따르게 되고, 남편도 자상한 아빠가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삿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쓴 열매가 열리는 과일 나무는 아무리 좋은 땅에 심어도 쓴 열매만 열리므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올바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마치 단 열매가 열리는 과일 나무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같느니라.”

나리씨가 남편과 한 마음으로 행복한 부부이자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좋은 행동을 보여준다면, 자녀들 또한 좋은 땅에 열리는 단 열매처럼 행복한 존재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불교신문3294호/2017년4월29일자] 

혜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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