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수좌회 '봉암사 직선제 토론회'에 거센 비판여론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이 본지에 기고를 보내오는 등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오는 4월29일 문경 봉암사에서 개최할 예정인 총무원장 직선제 관련 토론회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

온 국민과 불자들의 축제인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당일에, 그것도 종단 정체성의 상징인 종립특별선원에서, 정치적이고 파당적인 성격의 집회를 여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중앙신도회와 포교사단 등 종법기구는 제쳐두고 그간 종단 집행부에 반감을 드러내던 재야단체들만 초청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종회의원 진각스님은 오늘(4월26일) 오전 봉암사 토론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본지에 보내왔다. 제방 선원에서 수십 안거를 성만하고 봉암사에서 정진하기도 했던 스님은 “올해는 봉암사 결사 70주년을 맞는 해”라며 “해방 직후 당대의 내로라하는 수좌들이 봉암사에 모여 철저한 참선과 계행(戒行)으로 일관함으로써, 일제강점기의 잔재에 찌든 한국불교에 경종을 울렸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종단의 법통을 상징하는 신성한 도량에서 정치적이고 파당적인 성격이 농후한 집회를 연다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더군다나 “토론회가 열릴 예정인 4월29일은 하필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연등회가 성대하게 봉행되는 날이다.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30만 개의 연등이 밤하늘을 수놓는 불교계 최대의 잔치”라며 “불자는 물론 온 국민이 부처님이 설한 지혜와 자비 안에서 서로 화합하고 협력해야 할 날에, 종단 내부에 분란을 일으킬 게 자명한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토론회에 초청한 단체들의 성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스님은 “그간 종단 집행부에 깊은 반감을 표하거나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온 사람들의 모임이 다수 눈에 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가 명단에 포함된 점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건 젊은 대학생들까지 종단 내 분열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밀어 넣으려 한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진각스님은 “도대체 직선제가 무엇이기에 어른으로서의 체면을 버려가면서까지, 부처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면서까지 강행해야 하는 건지 통탄스런 마음으로 자문하게 된다”며 날을 세웠다.

종회의원 성화스님 역시 같은 날 본지에 기고문을 보냈다. 수좌회가 요구하는 총무원장 직선제의 폐해를 구체적으로 논하는 것이 특징이다. 성화스님은 “총무원장 직선제로 작금의 조계종단의 모든 병폐가 현행 간선제 총무원장 선출제도에 기인한다고 보는 관점에 대하여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직선제를 대안으로 요구하나 이 제도 역시 돈과 조직에 의해 좌우될 것이며 선거에 들어가는 금액은 지금보다 몇 배가 많을 것”이라며 “전 교구와 비구니회 등 조계종의 각종 조직이나 단체가 수행과 고유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총무원장 선거에 직접 개입하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님은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잘못하면 정당한 참정권 행사와 관계없이 나라가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절감하고 있다”며 “하물며 종교단체인 조계종에 그와 같은 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요구하는 것은 수행에 정진에 매진해야 할 전국선원수좌회의 바른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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