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중앙종회의원 성화스님

 

중앙종회의원 성화스님

전국 수좌회에 드리는 글

지난 3월23일 전국선원수좌회 대표단이 기자회견을 열어 종단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청정승가 구현, 총무원장 직선제 실행, 재정의 투명화로 수계에서 다비까지의 전면 복지 시행, 총무원장 피선거권의 제약을 규정한 선거법 즉각 개정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또 오는 4월29일에는 승가공동체 붕괴 징후에 대한 대중공사를 열어 원인분석과 공감대를 마련하고, 한국불교의 희망을 찾기 위하여 승가 공동체 회복과 종도 참여 방안에 대한 개혁과제 도출이 필요함에 따라 청정승가구현 토론회를 문경 봉암사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통계청 조사에 일부 허점이 있었으나 불자 300만명이 감소했다는 충격적인 조사와 사찰에서 체감하는 불자감소현상을 보면 분명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대책이 전국선원수좌회에서 요구하는 총무원장 직선제도 아니요, 총무원장 피선거권의 제약을 규정한 선거법 개정도 아닌, 계율에 의지하여 방일하지 않는 불퇴전의 정진만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전국선원수좌회에서 요구하는 핵심은 총무원장 직선제로 작금의 조계종단의 모든 병폐가 현행 간선제 총무원장 선출제도에 기인한다고 보는 관점에 대하여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제도는 1994년 개혁의 결실로 도입되어 큰 분규 없이 총무원장을 선출해 왔으나 최근에 와서 돈과 조직 선거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참종권 제약이라는 제도적 허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 교구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종단 구성과 수행풍토 보호 차원에서의 큰 장점이 있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장단점이 있으나 직선제가 갖는 부작용은 우리 종단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행 선거제도의 대표적 부작용인 돈과 조직선거의 피해를 타파하기 위해 직선제를 대안으로 요구하나 이 제도 역시 돈과 조직에 의해 좌우될 것이며 선거에 들어가는 금액은 지금보다 몇 배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전 교구와 비구니회 등 조계종의 각종 조직이나 단체가 수행과 고유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총무원장 선거에 직접 개입하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종단의 각종 여론 조사에서 총무원장 직선제 요구가 높음에도 교구본사 주지와 중앙종회의원에게 크게 공감 받지 못하는 것은 직선제로 직접 선거를 경험한 스님들이 느끼는 부작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직선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탄핵되어 다음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가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이 ‘직선제’도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잘못하면 정당한 참정권 행사와 관계없이 나라가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절감하고 있다. 하물며 종교단체인 조계종에 그와 같은 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요구하는 것은 수행에 정진에 매진해야 할 전국선원수좌회의 바른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전국선원수좌회가 4월29일 문경 봉암사에서 청정승가구현을 위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봉축 연등회가 열리는 날에 굳이 직선제 토론회를 열어 봉축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열리는 토론회라면 종단을 근본적으로 쇄신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금번에 개최되는 청정승가구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사부대중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총무원장의 자격 제시, 봉암사와 각 선원의 재정 공개, 선거로 선출된 종무직 스님과 직영사찰, 특별 분담 사찰의 대중공양거부 등 참신한 대안이 제시되어 전국 수좌회가 총무원장 선거에 개입하는 종단정치단체로 변질되지 않고 수행의 최후 보루로 선원으로부터 맑은 기운이 퍼져 청정승가가 구현되길 바란다.

성화스님 중앙종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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