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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GBC, 부실한 기존 개발사업 전철 밟아선 안 돼”‘한전부지 개발과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과제’ 공청회 현장
  • 홍다영 기자 사진 신재호 기자
  • 승인 2017.04.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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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 센터(GBC) 신축사업이 문화재 영향평가를 무시한 전형적인 특혜개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봉은사역사문화환경보존대책위원회가 GBC 신축사업건축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봉은사의 역사문화 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개발 계획을 추진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조계종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대책위원회는 21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전부지 개발과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과제’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GBC 개발에 따른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성토하고, 봉은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환경이 보존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제정스님 “문화재에 대한 영향검토 필요하다”

첫 발제자로 나선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스님은 GBC 개발계획이 헌법과 법률에 전통문화와 문화재 보호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정스님은 “봉은사는 개발계획 추진 시부터 일조권, 경관, 수행환경 등에 걸쳐 계속해서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서울시 태도는 법률에 대한 몰이해,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헌법과 법률 취지에 입각하지 않은 개발 계획일 뿐만 아니라 절차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님은 문화재에 대한 영향검토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국가지정문화재는 100m, 서울시지정문화재는 50m로 정하고, 이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해당 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문화재 영향관계를 검토하도록 한다는 ‘서울특별시 문화재보호 조례’를 들어 이같이 제안했다.

제정스님은 “봉은사는 지난해부터 거의 1년에 걸쳐 공식문서를 통해 문화재에 대한 영향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법률과 조례를 준수하고 있지 않다”며 “서울시 조례에 범위를 벗어난 지역의 경우에도 영향 검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세운재정비촉진지구, 포시즌스 호텔 건립 때 문화재 영향검토를 진행한 사례도 있으므로 이를 더 이상 부정해선 안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끝으로 “서울시와 현대차는 충분한 계획과 검토 없이 추진돼 막대한 손실을 야기한 기존개발 사업의 전례를 되풀이 하지 않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봉석 변호사 “문화재보호 법규 위반”

이날 김봉석 변호사는 현대차 사옥 부지 매매계약 및 건축허가와 관련된 법적 문제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봉은사 소유 토지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강제수용 됐을 뿐만 아니라, 적법한 소유자인 봉은사로부터 땅을 취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매매계약이 무효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등기부상 소유자는 봉은사였지만 매매계약서상 매도인은 봉은사 주지가 아닌 조계종 총무원장”이라며 “당사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이 아니므로 법적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당시 10만평 매각에 대해 원소유자인 봉은사의 강력한 반대로 총무원 주도 아래 진행됐으며, 계약과정에서도 정부의 보이지 않는 강압의 작용, 매매대금 6억5000만원 또한 국가에 귀속됐다는 점 등을 들었다.

문화재보호구역 범위 밖이므로 문화재영향성 검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서울시 입장도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시 문화재보호조례 19조 5항을 근거로 “서울시는 문화재보호구역만 설정하고 역사문화환경 보존구역은 미설정 상태”라며 “현대차 사옥에 의한 일조권 침해와 이로 인한 목조문화재 파손이 우려되므로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병인 교수 “제2의 4대강 사업 되선 안 돼” 

이어 이병인 부산대 교수와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GBC 개발 환경영향평가를 진단하고 전체시민을 위한 엄정한 평가를 주문했다.  

특히 이병인 교수는 현대차 복합시설 신축사업(GBC)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사업추진만을 위한 형식적인 평가이자 총체적인 부실평가이므로, 전반적으로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누락됐던 주요 환경에 실측조사를 위한 지역주민과 전문가와의 공동조사 △사업자와 유관부서, 봉은사, 지역주민대표,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한 GBC 환경영향평가 공동협의체 구성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제시 △최대, 최고에 어울리는 새로운 환경평가기법 개발 및 적용 △관계기관의 엄정한 관리와 허가 등을 주문했다.

이날 홍석환 교수도 “세계 최고 기업이라면 세계 최고의 환경도 유지해줘야 한다”면서 “서울시가 현대 GBC 사업을 진행하면서 과연 시민들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GBC 환경영향평가가 향후 개발에 따른 예측이 합리적이지 않았을 뿐더러, 시민들에게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하를 약 39m나 굴착하는 GBC 개발 공사로 인해 땅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홍 교수는 “현대차 부지는 과거 탄천이었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 대규모 지하 굴착 시 주변건물의 안전문제와 싱크홀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형지질 분야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또 기존의 한전부지 보다 자연지반녹지가 크게 줄어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시민들의 건강문제도 우려했다.

홍 교수는 대기질과 미기후 예측 때 사용된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모델(ENVI-met, CALINE3) 또한 정확도가 매우 낮음을 지적했다.  

홍 교수는 “정확도가 높은 검증된 모델링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역주민과 이용시민에 발생할 수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GBC 개발 건축계획이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자로 참여한 총무원 기획실장 주경스님은 “국민 정서를 배반하고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현대차 사옥빌딩이 재벌 탐욕에 의해 만들어지고, 환경과 주민의 생명권 까지 침범할 까 걱정”이라며 “대책위 측과 전문가들 의견에 대해 보완하고 고치겠다는 답변에 머무를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해가 갈만큼 의견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부영 불교신문 기자는 “봉은사 소유 토지 10만평이 정부로 넘어가게 된 과정은 겉으로는 정상적인 매매계약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정부가 봉은사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치밀하게 주도했다는 의혹이 짙다”며 “이후 정부는 한전부지를 매각해 폭리를 취했지만 불교의 희생에 대해 그 어떤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시와 현대차 측은 봉은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개발계획을 추진해 달라는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 주장에 공감의 뜻을 표하면서도, 각종 쟁점사안에 대해서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내놔 빈축을 샀다.

토론자로 참여한 최경주 서울시 지역발전본부 동남권사업단장은 “봉은사라는 큰 자산을 잘 유지시켜나가면서, 코엑스와 GBC,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국제교류복합지구를 개발하는 것은 큰 과제”라며 “봉은사 스님들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과 계속 노력해 가면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역사문화환경보존 지역 지정 및 사전 문화재 영향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대책위 측 제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별도의 사전 영향성 평가 진행은 어렵지만, 기존 절차와 심의 과정 속에서 (제기한 주장들이) 녹아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전부지 매매계약 관련 법적 문제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당사자가 아니며, 기존의 법률에 따라 할 수 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 측도 이병인, 홍석환 교수가 지적한 환경영향평가상의 문제점들을 검토해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선방안으로 제시한 ‘GBC 환경영향평가 공동협의체’ 구성 추진, 계절적 특성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4계절 현황 조사 등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을 밝혔다.

김성광 현대차 신사옥 GBC 추진사업단 부장은 “(현황 조사 대신) 정부에서 제공하는 4계절 기후데이터를 활용 하겠다”고 밝혔으며, 협의체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 제도와 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협의체 구성은 필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GBC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성을 지적하며 평가비용을 묻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다만 “환경평가서 초안이 100% 완벽한 자료는 아니다”며 “봉은사 신도와 주민들, 서울시와 강남구 등 각 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본안에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통의지 부족·다양한 민의 수렴 반영하길”

이날 공청회에 앞서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대책위 공동위원장 지현스님은 개회사를 통해 “서울시는 현대차와의 사전협상 결과를 토대로 6개월 만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을 했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개발에 따른 인허가에만 20여년의 시간이 소요됐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GBC는 매우 이례적이고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공청회를 계기로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전통문화유산 보존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우리사회가 한걸음 더 성숙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은 “개발인허가권자인 서울시와 사업주인 현대차가 그동안의 과정 속에서 국민의 소리에 대한 소통의지가 부족했다면 이번 공청회를 계기로 다양한 민의를 수렴, 반영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GBC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구(舊) 한전 사옥 부지(7만9341㎡)에 높이 569m(105층) 초고층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이에 대책위는 GBC 부지와 봉은사의 직선거리가 약 400m에 불과해 역사문화중심지인 봉은사의 수행문화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홍다영 기자 사진 신재호 기자  hong12@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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