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필 무렵이면 매일 꽃밭 들여다보고…

당국화(唐菊花)라고도 부르는 과꽃은 큰스님이 좋아하시는 꽃 중의 하나다. 흥륜사 도량에도 많이 심어놓아 올해도 과꽃이 우리스님 방 앞에 활짝 피었다. 초가을에 피는 꽃으로 흰색, 분홍, 진분홍, 연보라, 진보라 등 다양한 색들이 있다. 각기 모습을 뽐내며 피었건만 반겨줄 큰스님은 바람결에도 소식조차 전하지 않는다.

과꽃은 그리스어의 ‘kallos(아름답다)’와 ‘stephos(화관)’의 합성어다. 꽃말은 ‘나의 사랑은 당신의 사랑보다 믿음직하고 깊다’이다. 정말로 사랑스런 뜻을 가진 꽃이다. 독일에선 과꽃이 사랑을 점치는데 사용된다. 이 점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마가렛이라는 소녀가 사랑의 점술을 침으로써 더욱 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사랑한다, 싫어한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꽃잎을 떼어내다가 마지막 남은 꽃잎에 해당되는 말이 점이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과꽃’이라는 동요로 친숙한 꽃이다. 큰스님도 어디서 들어보셨는지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라며 가사를 외우고 계셔서 놀랐다. 큰스님은 과꽃이라고 하지 않고 늘 당국화라고 불렀다. 뜨거운 한여름의 더위도 가시고 가을이 오는 길목인 구월이 오면 꽃망울을 맺기 시작한다. 꽃이 필 무렵이 되면 큰스님은 일과 삼아 매일 들여다보셨다. 동물도 그렇지만 식물도 관심을 가져주면 더 예쁘게 꽃을 피운다고 하시며.

꽃도 좋아하지만 나무도 좋아하신 큰스님은 월내 묘관음사에 꽃과 나무들을 많이 가꾸었다. 영산홍을 비롯해 동백, 홍 단풍, 춘백, 소철, 파초 등등이다. 특히 동백을 좋아해 염화실 앞에 분홍동백과 빨강동백을 양쪽으로 심어놓고 겨우내 꽃을 보며 즐기셨다. 또 있다. 맹종죽이라는 왕대숲도 있어 봄이면 죽순이 올라와 큰스님의 공양을 즐겁게 만들었다.

염화실 뒷동산에는 붉은 동백과 홍 단풍 묘목을 많이 사다 심었다. 더러 죽기도 했지만 워낙 많이 심었기 때문에 군데군데 표가 나도 그리 보기 싫지 않다. 이젠 많이 자라 작은 숲을 이루었다. 월내는 해풍이 부는 따뜻한 곳이어서 바닷바람을 맞아 다른 곳보다 동백이 더 잘 자란다. 봄에는 홍 단풍, 겨울엔 빨간 동백을 볼 수 있어 사철 내내 꽃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으신 것이다. 특히 봄에 빨간 싹이 나오는 홍 단풍을 신기하게 여겼다.

묘관음사 대웅전 앞에 꾸며져 있는 정원은 그 당시 부산에서 제일 조경을 잘한다는 이를 불러와 만든 것이라고 큰스님이 말씀하셨다. 정원석의 배치뿐만 아니라 나무와 꽃들의 간격도 알맞게 심어져 있어 지금도 보기가 좋다. 나무들이 너무 커버려 그때의 모습을 조금 잃기는 했어도 여전히 아름답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기에 화단을 조성하는데 돈을 아낌없이 쓰신 듯하다.

큰스님이 좋아하시던 봄이 가고 여름도 지나 또 다시 가을이 오니 올해도 어김없이 과꽃이 피었다. 그러나 구월이 다 지나기도 전에 시들어버려 씨만 받고 다 뽑아버렸다. 텅 빈 꽃밭을 바라보니 왠지 가슴 한구석이 설렁해지며 냉기가 스며든다.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과꽃 씨를 뿌려 꽃을 보고 싶어서이다. 과꽃이 피면, 큰스님께서 보러 오실 것 같다. ‘히야, 참말로 과꽃이 예쁘게 피었네’라고 큰소리로 말을 걸어오지 않으시려나.

[불교신문 3293호/2017년4월26일자]

법념스님 경주 흥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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