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새벽예불 28번, 저녁땐 33번

부처님 목소리 옮긴 것이나 한 가지… 

지옥의 넋들도 참다움 깨닫게 해 

그 곳을 벗어나게 하려는데 있지

Q할아버지, 절에 가면 커다란 종이 있잖아요? 저는 종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어요. 종은 어떨 때 쳐요?

A전각 이름을 한자로 써놔서 무슨 말인지 몰라 답답하지? 범종각에 모셔있는 커다란 종을 범종이라고 해요. 여기서 ‘범(梵)’은 인도말 ‘브라만 brahman’을 옮긴 ‘맑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범종은 ‘맑은 소리가 나는 종’이란 말이지.

범종은 아무 때나 치지 않아. 새벽예불을 올릴 때 28번, 저녁예불을 드릴 때는 33번을 쳐요. 아주 특별할 때 치기도 하는데 스님들이 돌아가셨을 때란다. 누리는 새벽이나 저녁 때 절에 간 적이 없어서 범종소리를 듣지 못했겠구나. 그런데 도시 한복판에 있는 절 가운데는 새벽이나 저녁에도 종을 치지 못하는 곳도 있어. 특히 새벽에는 곤히 잠이 든 사람들을 깨울 수도 있어서 더욱 조심스러워서 치지 못하지. 

종을 치는 까닭은 하늘이나 지옥을 비롯해 누리에 모든 이들에게 부처님 목소리를 들려주려는데 있어요. 특히 범종소리를 듣고 지옥에 있는 넋들이, 참다움이 무엇인지 깨달아 깊이 뉘우치고 지옥에서 벗어나도록 하려는데 큰 뜻이 있지. 

누리는 에밀레종이라는 말을 들어봤지? 많은 전설을 품고 있는 ‘에밀레종’은 겉모습은 말할 것도 없이 맥놀이가 길게 여울져서 소리가 세상 어떤 종소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고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어. ‘맥놀이’는 종을 치고 나서 퍼지는 울림을 일컫는 말이지. 에밀레종은 신라 성덕대왕신종을 가리키는데 종 겉에 종을 만들어 단 까닭을 돋을새김 해놨어. 몇 마디 풀어보면.

“깊은 진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도 아우르니, 눈으로 보면서도 알지 못하고 참다운 소리가 하늘과 땅에 울려 퍼져도 메아리치는 까닭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때와 사람에 따라 그에 알맞은 비유로 참다움을 알게 하듯이, 신종(神鐘)을 달아 본디 참다운 소리를 듣도록 하려고 한다. 부처님 말씀을 글로 받아 옮기면 불경이고, 부처님 생김새를 빚으면 불상이고, 부처님 목소리를 옮기면 종소리니라.” 

“본디 참다운 소리를 듣게 하려고 부처님 목소리를 옮겼다”는 말씀에서 예불 때 종을 치는 까닭을 알 수 있겠지? 본디 참다운 부처님 말씀을 듣게 하려는데 뜻을 두고 있다는 걸.

[불교신문3292호/2017년4월22일자] 

변택주 작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