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실천본부-불교신문 공동 연중 기획     

 

법장스님 사후 법구기증으로 큰 감동

스님과 신자들 장기기증 동참 이끌어

배우 김성민 등 유명인 실천 효과 커 

숭고한 희생으로 새로운 희망 안겨줘

장기기증은 생명을 살리는 가장 확실하며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을 비롯 전 세계에서 장기기증의 아름다운 사례가 감동을 주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부산 부경대 대연캠퍼스에서 열린 조혈모세포기증을 위한 채혈 모습.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창립한 법장스님은 입적 후 법구를 동국대 일산병원에 기증해 세상을 감동시켰다. 언론에서는 이를 대서특필하며 스님의 자비심에 찬사를 보냈으며 장기기증에 대해 미온적이던 불자들을 움직였다. 이처럼 유명인들의 장기기증 모범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던진다. 이번 호에는 국내 외 다양한 장기기증 사례를 살펴본다.

의식 불명상태에 빠졌던 탤런트 김성민 씨는 지난 해 뇌사 판정을 받자 고인의 생전 뜻과 가족들의 동의 아래 장기 기증 수술을 했다. 사고사는 검찰이 사인을 조사한 뒤 장기기증 수술 여부가 결정된다. 검찰 재가가 떨어지면 기증 적합성 등을 검사한 뒤 장기 적출 수술을 한다. 2003년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로 데뷔해 스타 반열에 올랐던 김씨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기증한 장기는 생사 기로에 서있던 5명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했다. 

브라질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룰라 전 대통령의 부인 마리자 여사도 올해 초 출혈성 뇌졸중 증세로 뇌사 진단을 받은 뒤 장기를 기증해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룰라 전 대통령은 사랑하는 부인의 장기를 기증하는데 적극 동의하며 국민들과 함께 애도했다. 마리자 여사의 장기기증 동참은 장기기증의 고귀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 계기가 됐다. 

일반인들도 장기기증에 많이 동참한다. 용접공 정 모(66) 씨는 올해 초 부산 수산물 냉동창고 신축현장에서 용접 작업 도중 일어난 화재로 연기를 흡입하고 의식불명에 빠졌다. 병원에 이송된 정 씨는 줄곧 치료를 받아왔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고 21일 만에 뇌사판정을 받았다. 정 씨 가족은 병원 측 통보로 찾아온 한국장기기증원 관계자에게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정 씨 가족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지만,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좋은 일 하시라는 뜻에서 오랜 가족회의 끝에 장기 기증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적출된 정 씨의 간과 콩팥은 기증을 간절히 기다리던 3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권총 자살 시도로 안면 장애를 앓던 남성이 역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남자의 안면을 이식 받아 새 생명을 얻은 사례도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싱글맘 릴리언 로스(20)씨는 남편이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많은 고민 끝에 남편의 얼굴을 기증하기로 결정해 역시 권총 자살 시도로 안면 장애를 앓았던 앤디 샌니스(32)씨가 그 혜택을 입었다. 로스 씨가 어려운 결정을 한 이유는 뱃속 아이 레너드에게 훗날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언론에서 밝혔다. 

당구 큐대에 찔려 뇌사 상태에 빠진 한 남자도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빈크라는 사내는 술 집에서 싸움을 말리다 당구 큐대에 눈이 찔리는 바람에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에 빈크의 가족과 약혼자는 이틀 후 장기기증을 결정했으며 그의 장기는 어린이를 포함 총 8명에게 이식돼 새로운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빈크의 약혼자는 “생전의 그는 너무나 멋지고 훌륭한 사람이었다”면서 “이제 생을 달리했지만 영원히 우리 마음 속에는 살아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기증자가 살아있는 동안 장기를 기증하는 생체 이식도 늘어나고 있다. 생체 이식은 주로 가족 사이에 많이 이루어진다. 육군11사단 청룡대대 송승준 상병은 간 경화로 위독한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을 이식했다. 송 상병은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다. 서울대병원에서 8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간 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쳐 송 상병의 부친은 가족과 다시 재회하게 됐다. 송 상병은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에 작게나마 보답할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하다”며 “남은 군 생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진짜 사나이가 되어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순수한 자비 정신에서 기증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원도 고성 바닷가 초등학교 이주희 교사는 신장병을 앓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 이 교사는 10년 전부터 장기기증 운동을 알게 됐고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을 보면서 먼저 베풀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교사의 신장은 20년 넘게 신부전증을 앓아 온 50대 남성에게 기증됐다. 그는 신장을 이식받아 새 생명을 얻은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새로운 생명을 가지고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입니다.” 이주희 교사는 “나눔을 처음으로 실천했으니까 앞으로 살아가면서 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살피면서, 도우면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장기기증은 많은 사람에게 새 삶을 선물한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뇌사 판정을 받았던 김유나 양은 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는 부모의 뜻에 따라 각막 심장 등 장기를 기증해 투병 중이던 27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식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한국,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사람들이었다. 미국 애리조나 장기기증 네트워크에서는 김 양의 부모에게 장기를 이식받은 딸이 지금은 건강해졌다며 근황과 감사 인사를 보내와 장기기증이 얼마나 큰 감동과 삶의 희망을 주는지 보여주었다.

군의관 이용민(30) 중위는 자신의 장기와 뼈 등 신체조직을 바쳐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했다. 군 복무 중 갑작스런 사고로 뇌사에 빠진 이 중위의 부모들은 생명이 꺼져가는 이웃을 위해 아들의 장기와 신체 조직을 기증했다. 이는 생전 이 중위의 뜻이기도 했다. 이 중위가 기증한 심장, 간, 췌장, 신장 등은 위급한 환우들에게 곧바로 이식됐다. 간은 워낙 건강해 생후 6개월 아기 등 2명에게 이식됐다. 각종 조직과 뼈 등 신체조직 34종도 함께 기증됐다. 그의 대퇴골 뼈 1종만으로도 작은 뼈칩(Born Chip)을 만들어 약 150명을 치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장기기증은 수많은 생명을 살린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대전지부장을 역임한 한대희 씨가 지난 2012년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 골수를 기증하고 병원에서 회복을 하고 있다.

[불교신문3292호/2017년4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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