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크라시 프렙 공립학교 학생 봉선사서 템플스테이

봉선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데모크라시 프렙 공립학교 학생들이 연수국장 혜아스님과 함께 컵등을 만들고 있다.

“스님은 어떻게 되나요?” “왜 스님이 됐어요?” “가족을 만날 수 있나요?” 인종과 국적이 달라도 출가자에 대한 호기심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제25교구본사 봉선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미국 10대 청소년들이 쏟아낸 질문이다. 개신교 국가인 미국에서 나고 자라 불교는 물론 한국사찰과 스님 모두가 생소한 청소년들은 1박2일간 사찰에 머물며 사찰음식과 명상, 다도와 예불 등 불교문화를 체험했다.

봉선사를 찾은 특별한 손님들은 미국 뉴욕 할렘 데모크라시 프렙 공립 학교(Democracy Prep Public School) 11학년 학생과 교사 등 22명이다. 국내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이 학교는 한국교육을 롤모델로 삼아 운영한 이후 학생들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의무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으며, 태권도 등 한국문화를 배우는 시간도 있다. 2012년부터는 우수학생을 선발해 1주일간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온다.

지난 9일부터 일주일간 한국문화탐방 길에 오른 학생들은 홈스테이를 통해 한국 고교생들을 만나 교류한데 이어 4일째인 12일에는 봉선사를 방문했다. 한국전통과 불교문화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지만 학생들에게는 그저 낯설고 생소한 곳이다. 입구까지 떠들썩하게 걸어온 학생들은 전각이 가까워질수록 과묵해졌다. 

언제 떠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해진 학생들은 안내에 따라 수련복들 하나씩 받아든다. 몇몇 학생들은 한국 관광을 해본 적 있다지만 한국 사찰방문은 처음이다 보니 청소년들은 모든 게 다 궁금하다. 생활한복을 본떠 만든 바지와 조끼를 보고도 "유니폼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를 물을 정도다.

수련복으로 갈아입은 모습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일행이 향한 곳은 사찰음식체험관이다. 이날 저녁공양은 손님들을 위한 특식으로 준비됐다. 연잎밥과 김치, 각종 나물과 함께 한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사찰에서 특별히 준비한 샐러드와 과일, 빵이다. 특히 연잎밥은 학생들이 직접 만들 수 있게 했다. 

잡곡밥과 견과류를 연잎으로 잘 싸서 찜통에 찌기만하면 끝나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연수국장 혜아스님을 따라 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진지하다. 밥이 쪄지는 사이 스님은 학생들에게 사찰음식을 소개했다.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불교음식의 특징과 함께 생전 처음 맛보게 될 연잎밥의 효능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봉선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데모크라시 프렙 공립학교 학생들은 연잎밥을 만들어 먹었다.

공양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은 묵언수행자의 모습과 다름없었다. 커다란 접시 위에 찬을 담아오면서도 말소리를 내지 않았다. 사찰 공양에 대해 궁금해 할 법도 한데 왜 아무도 묻지 않을까.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니 봉선사에 오기 전, 사찰에서 공양할 때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선생님 가르침을 따르는 중이라고 한다. 스님은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것은 물론 다른 문화를 존중할 줄 아는 학생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녁공양을 끝낸 청소년들은 불전사물이 걸린 범종루로 갔다. 스님들이 법고를 비롯해 범종, 운판, 목어를 차례로 두드리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 뒤 타종체험을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지도법사 스님과 함께 범종을 치며, 불교에서 범종을 치는 이유가 지옥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흥미로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어진 명상과 다도시간에는 혜아스님과 대화하면서 평생의 나침반으로 삶을 만한 가르침을 마음에 새겼다. 은은한 조명 아래서 편안하게 앉은 참가자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30여 분간 명상에 잠겼다. 장시간 비행 뒤 여정이 계속되면서 피곤했던 이들은 몸과 마음을 이완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봉선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데모크라시 프렙 공립학교 학생들이 다도를 배우는 모습.

다구를 이용해 차를 우리는 법도 배웠다. 친구가 내려준 차를 한 잔 씩 나눠 마신 학생들은 궁금증을 쏟아냈다. 스님이 되는 법이나 스님이 입고 있는 승복, 출가자 생활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스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혜아스님은 삶을 기차여행에 비유해 청소년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했다. 

"기차 첫 칸에는 부모님이 다음 칸에는 형제자매가, 다음 칸엔 어릴 때 친구 등 기차 한 량마다 인연 있는 사람들이 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릴 땐 부모 도움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어느 순간에 이르면 부모님은 조용히 기차에서 내린다"며 "결국 기차가 어떤 방향으로 갈 지는 여러분 선택에 달려 있다. 순간적 기쁨과 슬픔에 집착하지 말고 행복으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마음을 믿고 스스로를 믿고 생활하라"며 "여러분이 이끄는 기차가 빛나고 가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님 법문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 딱딱 소리를 내는 손동작을 취했다. "학생들이 뭔가에 동의할 때 취하는 제스처로, 스님 말씀에 공감했다는 뜻"이라는 한 교사의 설명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학생들은 손동작은 멈추지 않았다. 

가장 많은 질문을 했던 한 남학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스님과 나눈 차담 시간을 최고로 꼽았다.

이날 참가자들은 단주와 컵등을 만드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하며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둘째 날에는 오전4시에 일어나 새벽예불을 체험하고, 봉선사 '비밀의 숲'을 산책하면서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1박2일간 템플스테이를 끝낸 참가자들은 한국분단의 현장인 DMZ 탐방한 뒤 놀이공원서 스트레스를 발산한 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혜아스님은 "봉선사 템플스테이를 하며 느낀 점들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며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기원했다.

봉선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데모크라시 프렙 공립학교 학생들이 타종체험을 하고 있다.
봉선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데모크라시 프렙 공립학교 학생과 교사가 단주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영문학 교사 케이틀린 엉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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