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법웅사 “인재불사 하다보면 지역불교도 살아날 것”

보운법사(사진 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원경법사(사진 왼쪽에서 네번째), 원주 법웅사불교대학 반장들

1군사령부 법웅사(주지 보운 김종봉 법사)가 군법당으로는 처음으로 1년 과정의 불교교육 과정을 개설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개강과 함께 90명 불자들이 등록해 매주 수요일 오후7시부터 2시간 동안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지역에서도 유명해져 개강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수강요청이 쇄도할 정도라고 한다. 군법당에서 불교대학을 개설한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5일 원주 법웅사로 찾아갔다. 사찰에서는 200여 명의 신도들이 동참한 가운데 관음탱화 점안식과 신중탱화 이운법회가 한창이었다.

법웅사는 46년 역사를 자랑하는 군법당으로, 300명가량이 법회를 볼 정도로 큰 법당을 갖고 있다. 1971년 창건당시 권기종 동국대 명예교수가 주지 법사를 지냈으며, 고인이 된 장충식 동국대 교수도 주지를 지내는 등 많은 군승들이 거쳐 갔다. 영외법당인데다가 시내와 더 가까워 도심포교당의 역할을 해 왔다.

2015년 겨울부터 주지 소임을 맡은 보운법사는 교양강좌와 문화교육을 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불교대학 건립을 추진했다. 이전 주지 법사들도 불교대학 개설을 시도했지만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던 일이 스님과 신도들 원력으로 가시화됐다. 운영위원회가 결성되고 교육과정도 정해졌다. 1학기에는 김충현 박사(BBS 부장)가 ‘부처님생애’를, 11사단 화랑사 주지 원경 박종현 법사가 불교입문을 강의한다. 이효걸 안동대 교수 특강과 성지순례가 예정돼 있으며 2학기에는 불교개론과 불교사의 이해 등을 배울 계획이다.

무엇보다 신도들이 주축이 돼 불교대학을 운영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운영위원인 안순녀 씨는 중학교 행정실에서 30년간 근무한 경험을 살려 교학처장 소임을 자청했다. 학사관리와 매회 강의내용을 정리해 다음 카페에 올리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머지 신도회 임원들은 운영위원인 동시에 재학생 90명들을 보시, 지계, 정진, 선정 지혜 등 5개 반으로 나눠 각반 ‘반장’으로 활약 중이다.

신도회 임원으로 ‘반장’으로 봉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신심을 내 공부하고 있다. 보운법사는 신도임원들이 화합해 도반들을 열성적으로 끌어주고 높은 수업 참여율을 보여준 덕분에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선정반장인 심순애 씨는 “오랫동안 절에 다니며 초하루법회 때 나와 기도만 했지 정식으로 교리공부를 한 건 처음”이라며 “몇 십년 만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도 새롭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부처님법 배우는 재미도 쏠쏠해 수업하는 날이 늘 기다려진다”고 한다. 

보시반장 전연숙 씨는 “6시부터 와서 조용히 공부하는 불자들을 보면 놀랍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지혜반장 이금숙 씨는 “새벽기도를 다닌 게 인연이 돼 법웅사에서 신행활동을 하는데 불교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집에 가서 부처님 생애를 여덟 번 반복해서 읽으며 복습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지계반장 정문수 씨는 “매주 수요일이면 지계반 밴드에 출석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하심하는 마음으로 불교대학 운영을 돕고 있다”며 “젊은 불자들 공부할 곳이 많지 않은데 법웅사에서 불교대학을 개설하면서 거리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공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학생회장을 맡은 문용주 거사림 회장은 법웅사 학생법회 출신으로 현재 원주시공무원불자로도 활동하는 신심 깊은 불자다. 그는 “예전에 학생법회 때면 법당이 꽉 찰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나왔는데 그 때 심어놓은 불연이 계속 이어져 불교대학이 활성화되길 바란다”며 “법웅사가 젊은 불자들이 공부하고 신행활동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전했다.

재학생들도 각양각색이다. 오상추 원주불교신도연합회장을 비롯해 퇴역군인과 현역군인, 공무원 외에도 언론인,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불자들과 포교사들도 있다. 법웅사 신도는 25명 정도고, 상당수는 다른 사찰 신도며 멀리 홍천에서 온 불자도 있다. 매주 80~90% 출석률로 수업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대학 문을 연다는 소문이 퍼지자 옛 인연들도 다시 찾아왔다. 학생법회 출신으로, 3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는데 불교대학을 개설한다는 광고를 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수강해야겠다며 등록한 불자도 있다. 

군인가족모임인 관음회장을 맡고 있는 이연화 씨는 “군인가족들은 이동이 잦은데 법웅사에서 부처님가르침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며 “처음 시작할 땐 잘 할 수 있을까 망설였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겨 결석도 안하고 부지런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웅사 불교대학 강의현장.

불교입문을 강의하는 원경법사도 학생들의 탁마열기를 크게 칭찬했다. “공부에 대한 열망이 커서인지 수업시간에 집중력도 높고 질문도 많아 자연스럽게 수업준비를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원경법사는 “법웅사 불교대학을 보면서 신도도 많고 사세가 큰 군법당에서 불교대학을 운영한다면 신도교육과 포교에 효과적일 것”이라며 다른 지역에서도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군법당에서 1년 짜리 불교교육과정을 개설한 이유에 대해 보운법사는 “불교를 바르게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신도들의 열망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5년 말 주지 소임을 맡은 그는 인재불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불교대학 설립을 추진했고, 그 뜻은 변함없다. 당초 포교원 인가를 신청했으나 제도적 한계로 성사되지 못해, 포교사를 배출하겠다는 바람은 잠시 멈춘 상태지만, 공부하고자 하는 신도들 원력을 외면할 수는 없다.

보운법사는 입학식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재적사찰에서 포교활동하라”고 당부한다. 불교대학을 개설한 이유는 불자들이 교리 없이 기도만 하기보다 부처님 가르침을 바로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역불교의 질적향상을 위해서지 단순히 법웅사 신도를 늘리기 위한 방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법웅사 불사에 동참하라는 말 한번 한 적 없다고 한다. 공부는 법웅사에서 하지만 재적사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곧 원주불교가, 더 나가 한국불교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쉬움도 있다. 법웅사 불교대학은 개원을 준비하면서 포교원 인가를 신청했지만 제도적 한계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포교사가 되려는 불자들의 꿈이 이뤄지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따른다. 

보운법사는 “불자인구가 감소됐다고 걱정하면서 언제까지 ‘왕년 타령’만 할 수 있겠냐”며 “말법시대라고 탓만 할 게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웅사는 주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원주 불자가 주인”이라며 “불교대학은 원주불자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매개이자 불교활성화의 씨앗이 될 것”이라며 교육과 실천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지난 15일 원주 법웅사에서는 관음탱화 점안 및 신중탱화 이운법회가 봉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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