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희 ‘관음32응신’ 개인전, 4월26일부터 5월2일까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 꼭 다문 입, 세상의 아픔을 전부 끌어안을 것만 같은 인자한 모습의 관세음보살이 부드러운 손길로 어린 동자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컴퓨터 앞에 엎드린 철부지 아이는 대자대비의 손길로 감싸고, 철조망 앞에 무릎 꿇은 군인의 머리 위로는 광명의 빛을 비춘다. 반듯하고 간결하게 뻗어있는 유려한 곡선미는 단연 돋보이고, 화려하진 않지만 정교하게 채색된 물감은 묵묵히 제 빛깔을 낸다.
보면 볼수록 가슴 따뜻해지는 이 그림, 고려 불화의 기법을 사용해 불교 회화를 현대적으로 표현해내는 양선희 작가의 작품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뇌를 해결하려고 고민하는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아픔과 고뇌, 질병, 소원 등 중생들이 관세음보살님에게 드리는 기도가 어마어마하게 많겠지요. 때로는 눈물 흘리고 때로는 연민하고 때로는 희열하며 중생 곁에서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는 보살의 모습을 구현하고자하는 마음으로 붓을 잡았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인 단청장 만봉스님의 제자로 제26회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온 그녀다. 예전부터 꼭 한번은 ‘관세음보살’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던 그녀가 이번엔 고통 받는 자들의 편에 서서 중생을 구제하고자 설법을 하고 필요에 따라 몸을 바꾸는 천변만화(千變萬化)의 관세음보살을 32개의 모습으로 표현해냈다.
“수많은 기도에 응하는 관세음보살님의 눈은 천 개나 되고, 손 또한 그만큼 많겠지요. 중생의 기도가 가없어도 한결 같이 아름답고 숭고한 모습으로 응하시는, 그 확신을 '관음 32 응신'이라는 제목으로 화폭에 모셨습니다."
든든한 버팀목으로 언제 어디서나 중생의 곁에 있어주는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며 지난 1년 간 붓을 잡았단다. 다양한 모습으로 자비를 전하는 보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던, 그런 그의 고민이 그림에 그대로 묻어난다.
고려 불화의 전통 기법인 캔버스 뒤에 색을 내는 배채법을 사용하면서도 천연석채와 염료, 금박 등을 써 절묘하면서도 섬세한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연출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작품에 새겨진 이름처럼 붓질이 속삭이는 듯하다. ‘걱정마 내가 듣고 있어’ ‘서로 의지하면 두려울 게 없단다’ ‘힘들 때면 나를 꼭 의지하렴’ ‘지켜봐야 할 중생이 얼마나 많았으면 관세음보살의 눈이 천 개나 되었을까.’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이라지만,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 곁에 아무도 없는 현실이 사무치게 서러워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때, 그림을 보고 나면 작가의 손이 가만히 내 어깨에 와서 얹히는 것 같다.
고달픈 마음을 토닥토닥 달래는 양선희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 '관음32응신'은 4월26일부터 5월2일까지 인사동 갤러리라메르 제2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관세음보살이 기도에 응하는 32가지 모습을 담은 작품을 포함해 총 42점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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