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망고치 마을 아이들의 모습.

어느덧 말라위의 우기는 막바지로 접어들고, 더프라미스의 활동가로 말라위 파견 된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출국 전 상임이사 묘장스님이 제게 해주신 말씀 중 ‘삼계개고(三界皆苦) 아당안지(我當安之)’의 정신을 새기라는 말씀이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그 뜻은 ‘모든 중생들이 고통 받고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는 부처님 말씀으로, 활동가로 출발하는 저에게 큰 동기부여를 해주고, 실천해야 할 말씀이었습니다.

말라위는 2015년 UN이 선정한 최빈국에 속해 있으며, 더프라미스의 사업장이 위치한 망고치는 수도에서 200km 떨어져 있습니다. 저희는 그 망고치에서도 약 42km 떨어진 음텡게자 마을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들을 위해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합니다. 미취학아동들에게 돌봄 프로그램을 통한 정서발달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성장발달을 위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한 식당 리모델링이 진행 중입니다.

이번 주에는 후원자분들이 보내주신 후원물품을 나눠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작은 정성들이 모여 커진 나눔의 마음이 아이들의 입가에 큰 웃음을 짓게 해주었고, 행복으로 전달됐습니다. 웅대한 불상도 시간이 지나면 부식되고 허물어져 가는 것임이 분명하지만, 전해진 따듯한 마음들은 허물어지지 않고 오랜 시간 그들의 가슴에 살아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찢어진 옷을 입고, 해진 신발을 신고 다니며, 밥도 못 먹고 주린 배를 움켜쥐는 사진과 다큐멘터리뿐이었고, 실제로 제가 본 빈곤층의 모습들도 그것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찢어진 옷을 입고, 해진 신발을 신고 다니며 경제적으로 가난하다고 해서 그들의 마음이 가난하지는 않습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아이들의 따뜻한 웃음을 보고 있으면, 저까지도 너무 행복해지고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가난한 자가 있을 때 자기가 베풀지 못하면 남이 베푸는 것을 보고라도 기뻐하라”는 <과거현재인과경> 말씀처럼, 제가 느낀 이 뿌듯함과 아이들의 웃음에서 오는 행복함을 이 편지를 읽는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도 함께 즐기고, 행복을 느끼며 함께 웃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함께 그들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나눠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말라위라는 멀고 생소한 나라에 관심을 가지고, 저희 더프라미스의 활동을 함께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불교신문3291호/2017년4월19일자] 

송인근 더프라미스 말라위지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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