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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셰프, 절밥 먹고 "나 살짝 울뻔했다"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박찬일 지음/ 불광출판사

케이블TV 요리프로그램 tvN '수요미식회'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 요리의 대가이자 글 잘 쓰는 요리사로 꼽히는 박찬일 셰프가 절밥의 매력의 푹 빠졌다. 현대인의 극단적인 식습관인 폭식과 미식 사이에서 순수한 맛을 찾기 위해 전국의 사찰음식 대가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순수의 맛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사찰음식은 필연적이다. 박찬일 셰프가 최근 펴낸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은 자연에서 막 거둔 재료에 과장이 없는 조리과정과 양념을 더한 최선의 맛을 찾아 떠난 여정을 담았다.

장성 백양사 천진암 주지 정관스님을 비롯해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 선재스님, 산청 금수암 주지 대안스님,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장 우관스님, 평택 수도사 주지 적문스님, 남양주 덕암사 주지 도림스님, 서천 천공사 주지 동원스님, 경주 보광사 주지 보명스님, 서산 수도사 주지 수진스님, 안동 토굴에서 정진중인 원상스님, 서울 수국사 사찰음식 강사 지유스님, 고성 여여암 주지 혜성스님, 남원 극락암 주지 성환스님 등 사찰음식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스님 13명이 동행했다. 농부들은 그들이 일구는 땅으로 기꺼이 안내했다.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이 땅에서 자라는 작물이 가장 성숙한 때를 기다렸다가 손수 거두어 음식을 만들었다. 산과 들, 바다가 내준 부엌에서 차려낸 맛의 성찬은 3년 동안 계속됐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소박한 기록이다.

이탈리아 요리의 대가 박찬일 셰프가 전국 사찰음식전문가로 꼽히는 스님 13명을 만나 기록한 책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을 펴냈다. 사진은 저자가 우관스님과 함께 명이 나물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불광출판사

저자 요리의 시작은 땅이다. 맛은 땅에서 시작한다. 저자가 만난 스님들도 “사찰음식은 저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구고 거두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주방을 나와 땅으로 간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그곳에서 스스로 익기를 인내하는 작물의 간절한 시간들을 목격하며, 우리가 수없이 내뱉는 “맛이 있다, 없다”는 말이 얼마나 가벼운가를 절실히 깨달았다.

“냉이는 추운 겨울이 없으면 달고 깊은 향을 내지 못하며, 미나리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 없이 향을 세포 안에 축적할 수 없으며, 고사리는 딱 며칠간의 따스한 봄날에만 여린 싹을 허락한다. 미역에 제 맛이 드는 것은 시린 바람과 바닷물의 깨질 듯한 수온을 견뎌낸 선물이며, 콩나물이 숨소리를 쌕쌕거리며 1주일을 버텨야 비로소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을 준다는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상식이었다.”

저자가 책 ‘여는 글’에서 “폭식을 미식으로 알고 음식재료 희롱함을 재주로 삼는 절망의 시기”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매일 고농도의 맛이 퍼부어지니 어느새 우리의 미각은 순수한 맛을 달게 여길 수 없게 됐다. 그의 곁에서 스님들은 땅에서 바로 거둔 재료들로 음식을 만든다. 조리법은 예상외로 간결했다. “맛은 재료의 힘이야. 기술이 다 무엇이야. 허명이지. 잘 기른 것, 잘 자란 것, 마음이 있는 것을 찾아서 써야 해.” 여정 내내 반복되는 스님의 조언들이다. 또한 스님의 음식을 맛보면서 그가 쏟아내는 감탄의 말도 예사롭지 않다.

더불어 오직 맛으로만 음식을 만들고 먹고 평가받는 요리사에게 사찰음식은 먹는 일에 이타심, 생명존중, 삶의 태도가 무관하지 않음을 일깨운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한 가지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햇수로 3년여, 이 긴 기행을 시작하기 전 나는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기행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 몰랐다. 나는 나를 믿지 못했고, 무엇보다 스님을 믿지 못했다. 저 회색 옷 입은 수행자들이 하는 요리가 과연 그 명성만큼 맛있을까, 진짜일까. 고기도 육수도 향신채도 아니 조미료도 치즈도 쓰지 않고 과연 혀에 붙는 맛을 낼까. 한번은 한 스님에게서 밥상을 받았다. 아아, 잊고 있던 ‘본디’의 미각.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내 어린 시절의 맛이 거기 있었다. 나는 살짝 울 뻔했다. 그 감동은 다른 스님에게서도 이어졌다.”

저자인 박찬일 셰프는 잡지기자로 활동하던 30대 초반 돌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유학을 결심, 1998년부터 3년간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공부했다.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귀국해 서울 청담동에서 스타 셰프로 이름을 날렸고, 이탈리아 토속요리 레스토랑 ‘뚜또베네’를 히트시켰다. 2008년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 레스토랑 ‘트라토리아 논나’를 성공리에 론칭시키며 유명 셰프로 자리매김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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