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세월호 참사 3주기 맞은 목포신항

4월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목포신항으로 향하는 길, 짙은 안개가 목포대교를 감쌌다. 목포대교를 건너 노란 물결이 가득한 목포신항에 들어섰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이들이 목포신항을 찾았다. 특히 휴일을 맞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지난 15일까지 목포신항을 찾은 누적 방문객들은 12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날도 1만여 명이 목포신항을 찾았다.

목포신항 마련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임시법당 기도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도철스님이 108배와 함께 금강경 독송을 이어나갔다. 3번의 봄이 올 때 까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는 기도였다. 목탁소리가 이내 목포신항에 울렸다. 목탁소리를 듣고 법당에 들르는 추모객들도 많았다. 이들은 법당을 참배하고 함께 기도에 동참했다.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도 법당을 참배한 뒤,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안산에서 온 노기선 씨는 “그동안 진도 팽목항에 가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남겨진 우리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온 정희순 씨는 “스님과 함께 절을 하다가 미수습자 가족들 생각이 나 눈물났다. 빨리 가족들에게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안개가 걷히고 세월호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목포신항 철제펜스 너머 세월호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모였다. 방문객들은 철제펜스에 노란 리본을 묶으며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와 미수습자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보탰다. 멀리서 세월호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가 울려 퍼졌다. 목포 지역 17개 학교로 구성된 목포중고등학생연합이 주최한 3주기 기억식에 참가한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진실을 침몰하지 않는다’를 함께 부르며 수학여행 길에 하늘로 떠난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했다. 미수습자들의 귀환도 기원했다.

영흥중 임민찬 군은 “3년 전 배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이 컸다. 형과 누나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우리사회가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혜인여중 윤시아 양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9분의 미수습자가 있기에 노란 리본에 담긴 의미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엄마 손 잡고, 이제 집에 가자.’ 미수습자 가족들은 철제 펜스에 새로운 현수막을 걸었다. 은화 어머니 이금희 씨와 다윤이 어머니 박은미 씨는 현수막을 한참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바람을 담은 현수막도 함께 걸렸다. ‘내 아이 찾는다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어느 현장작업자의 말씀을 듣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디 작업하시는 분들이 다치질 않고, 안전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매일 4월16일을 살고 있는 두 어머니들은 몇 번이나 현수막 문구를 되뇌며 오히려 작업자들의 안전을 기원했다.

오후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대구예술행동은 ‘아로새기다’를 주제로 문화제를 열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결의대회를 열고 미수습자 온전수습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이 적힌 대형 현수막에 방문객들은 마음을 남겼다.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기억하겠습니다’, ‘빨리 돌아오세요’ 등의 문구가 적혔다.

아이들과 함께 목포신항을 찾은 임천성 씨는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마음 아프다. 직접 이 곳에 와보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온 김경숙 씨는 “오늘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세월호를 잊지 말고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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