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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12.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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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타스님의 손편지(6) 친구 때문에 피곤해요“친구와의 진정한 사귐은 신의(信義)”

“스님 저(강하늘, 25, 여)는 친구들의 사소한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지금 대학교 졸업반이어서 취업준비 공부를 하느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친구가 어디를 가자고 하면 ‘안돼’라는 말을 못하고 따라 나섭니다. 친구를 따라가게 되면 즐겁기 보다는 취업 준비 걱정으로 마음은 불안해지고 몸은 지칠 대로 지쳐서 늘 피곤합니다. 마음속으로는 친구들 부탁을 거절하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도 해보지만, 정작 친구 앞에서는 ‘안돼’라고 말 하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매번 친구들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 한심합니다.

“하늘 씨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늘 씨 친구들은 다 이기적이고 나쁜 친구들이네요? 하늘 씨는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느라 몸도 마음도 이렇게 지쳐있고 힘들어 하는데, 친구들은 하늘 씨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몸이 얼마나 힘든지를 전혀 모르고 있으니 나쁜 친구들이 분명합니다. 나쁜 친구들이 아닙니까? 만약 그 친구들이 나쁜 친구들이 아니라 하늘 씨의 절친한 친구들이라고 한다면, 친구들은 왜 하늘 씨의 고민과 하늘 씨의 힘든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을까요? 바로 하늘 씨가 한 번도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늘 씨는 친구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지만, 그것은 친구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늘 씨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하늘 씨는 친구들의 요구를 거절하면 친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게 될까봐 두렵고, 친구들의 요구를 잘 들어주면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사람이 되리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친구들의 부탁과 요구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맞추다보니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점점 어색하고 힘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요 하늘 씨. 하늘 씨가 친구들에게 하늘 씨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따라주기만 한다면 그 친구들과의 관계가 계속해서 좋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좋은 관계는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요구와 희생만으로는 결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없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하고 서로에게 진심을 다하면서 서로를 발전시킬 때 그 관계가 오래토록 유지되는 것입니다. 내가 하늘 씨 친구들을 이기적이고 나쁜 친구들이라고 말한 것처럼, 하늘 씨의 마음과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 것은 결국에는 친구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 되고, 친구들 또한 하늘 씨에 대해서 속을 알 수 없는 답답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여기면서 거리를 두게 될 것입니다.

하늘 씨는 친구들과 멀어질 것이 두려워서 하늘 씨의 진짜마음은 숨겨두고 친구들의 부탁을 모두 들어주는 것인데,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 않기 위해서는 친구들에게 하늘 씨의 마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향해 있는 시선을 하늘 씨 자신에게로 돌려보세요.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면서 하늘 씨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들, 예를 들면 색깔, 음식, 영화 등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매일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사소한 행동들도 적어보세요. 이렇게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알아가다 보면, 다른 사람보다는 자신에게 더 집중하게 되고, 이 집중하는 마음이 점점 강해지면 마음속에서 새로운 힘이 생기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자신감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일에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지면서 힘들기만 했던 ‘거절’의 말도 어렵지 않게 표현하게 될 것입니다. 하늘 씨의 진짜 속마음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어떤 거절의 표현에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친구라면, 이런 친구가 비록 단 한명 뿐일지라도 결코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사귐의 자세’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벗과 만나고 왕래하는데도 때가 있어야 한다. 친하면서도 공경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우정은 오랠수록 더욱 두터워진다.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말로 구차하게 어울리면 신의(信義)가 없게 된다. 나를 예의로 대접하면 당연히 존경으로 보답하고 나를 대함에 교만하면 당연히 멀리 피해야 한다.”

친구와의 진정한 사귐은 인기로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깊고, 서로를 존중할 때 더 좋은 관계로 성숙되면서 오래토록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불교신문 3290호/2017년4월15일자]

혜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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