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현진스님 지음/ 담앤북스

담백한 문체로 불교의 지혜

독자에게 전해온 대표 문사

세상변화와 자연의 질서 보며

위로와 희망 품어 보길 조언

“봄 꽃이 전하는 법문 들으며

내 곁의 사람들을 사랑하자“

“저녁나절에 깨알같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풀을 매는 작업을 하다가 그 속에 여린 백일홍이 여러 개 자라고 있어서 반가웠다. 옆집 에서 씨앗이 날아 왔을까…. 모종삽으로 떠 와서 화단 주변에 심었다. 이 꽃을 어디서 옮겨 왔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 이것이 오늘,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행복이다.”

불교신문에 ‘현진스님의 산방한담’을 연재하고 있는 청주 마야사 주지 현진스님(청주시불교연합회 회장)이 일상의 살의 자세와 지혜를 담은 10번째 산문집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를 펴냈다. 지난 1992년 첫 산문집 <삭발하는 날>을 펴내 주목 받았던 현진스님은 20년 넘게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절집의 소소한 일상과 불교의 지혜를 독자들에게 전해온 불교계 대표 문사로 꼽힌다. “이 봄날,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대견하다”고 강조하며 3년 만에 선보인 스님의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는 직접 꽃나무와 농사를 돌보고 계절의 오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청정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수행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불교신문 연재원고와 법주사 소식지, 외부원고 가운데 계절과 관련된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마야사에서 텃밭 농사를 짓고 사찰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는 스님에게 꽃과 나무를 돌보는 일은 일상이자 수행이다. 마야사의 꽃밭을 보기 위해 사찰을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스님은 생명을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한다. 이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하는 풍경이 오롯이 담겨 있다. 스님의 사계를 따라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철마다 꽃과 나무가 피고 지는 광경을 곁에서 함께 보는 듯하다. 현진스님은 “우리는 세상사에 치여 봄이 와도 봄이 오는지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다”면서 “백 마디 말보다 자연의 풍광들이 말없이 우리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다”며 우리를 자연의 자리로 초대한다. 또한 비교하지 않는 삶에서 오는 행복, 타인을 미소로 대하는 태도 등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이와 더불어 “모름지기 심는 것이 많아야 좋은 인생”이라는 현진스님의 철학에 생명이 새움을 틔우고 자라나는 과정을 엿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스님은 사찰을 지을 때도 나무를 먼저 심었다. 건물은 빨리 지을 수 있지만 나무는 시간의 깊이를 지녀야 해서다. 봄이면 백일홍과 황금아카시나무 등을 심고, 텃밭에는 고구마와 땅콩 등을 기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도, 농약을 치거나 함부로 가지를 자르지 않았다. 불가피하게 가지를 베어 낼 때도 톱질하기 하루 전에 막걸리를 부어 놓고 나무를 쓰다듬으며 미안함을 전했다.

여기에 우리가 행복에 이르는 길에 대한 담백한 가르침도 빼놓을 수 없다. “이웃들에게 자주 전하는 말이지만, 사람이 사는 일이 명예를 높이고 돈 버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꽃을 보고 구름을 만나고 흙을 만지는 일도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다. 인생의 관심 전부가 오직 돈 모으는 일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지닌 아름다움을 닫고 사는 삶일 것이다. 이 햇살 좋은 날, 꽃들이 전하는 법문에 귀 기울이면서 삶을 위로받기를.” 인생사 역시 자연과 다르지 않다. 눈과 비가 오는 것처럼, 사람의 인생에도 고단한 날이 있다. 우리가 이런 순간을 맞으면 꽃에 기대 위로받기도 하고 눈물이 날 때면 울면서 그 시절을 견뎌 내자는 것이다.

청주 마야사 주지 현진스님(청주시불교연합회 회장)이 최근 일상의 삶의 자세와 지혜를 담은 에세이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를 펴냈다. 사진은 마야사 경내의 화단을 정리하고 있는 현진스님.이시영 충청지사장 lsy@ibulgyo.com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 행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번뇌를 없애면 불성(佛性)이 드러나듯 과욕과 불평, 질투 등 불행의 요소들을 하나 둘씩 줄어가면 어느새 행복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또한 “지금 사랑하라”고 강조하는 스님의 여러 글을 읽다보면 인간관계에서 너그러워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 역시 그 사람의 삶이겠거니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소한 문제로 다툴 수 있지만 크게 보면 백 년 뒤에는 모두 사라질 인생. 남을 용서하고 기다릴 줄 아는 것이 서로를 편안하게 하는 길이다.” “잡고, 붙들고, 복수하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은 그 자체가 독을 품고 사는 삶이다. 살다 보면 내가 복수해 주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복수해 주는 경우가 있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인과의 율동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봄날, 내 곁의 사람들을 사랑해야하는 이유들이다.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평범한 조언 속에 마음 속 깊은 울림이 있다.

현진스님은 “지난 3년간 마야사에서 살면서 느낀 소소한 행복에 대한 여러 고민들을 다각도로 들여다봤다”면서 “특히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절집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행복이 우리 주위에 있음을 알리고 현대인의 지친 삶에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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