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본 대선후보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김태형 지음/ 원더박스

착한 아이 콤플렉스’ 문재인

‘전형적 지식인 리더’ 안철수

‘내 행복 위해 싸운다’ 이재명

‘권위 향한 반항심’ 유승민

 

“사소한 마음상처 대통령 되면

완전한 다른 결과 초래할 수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에 이어 오는 5월9일 치러질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30여 일로 다가왔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등 최근 각 정당들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면서 선거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앞서 불통 대통령, 의존적 대통령, 대중과 함께 공감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경험하면서 정치 지도자의 심리적 건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했다. 정책이나 비전과 별개로 대선 후보들의 심리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싸우는 심리학자’를 표방한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이 최근 펴낸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을 통해 대선 후보들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주목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 낸 촛불항쟁으로 적폐 청산과 새 사회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의 심리상태를 날카롭게 묻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말에 대선이 치러진다는 전제로 기획된 이 책은 갑작스런 조기 대선으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미처 다루지 못했다. 김태형 소장은 “탄핵정국으로 인해 대선시기가 앞당겨지는 바람에 연구와 집필시기에 쫓기게 됐고, 4명을 제외한 다른 대선주자들은 포함시키지 못했다”면서 “여론조사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얻은 안희정, 심상정, 홍준표 등을 다루지 못해 아쉽다”고 소회를 전했다.

저자는 먼저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후보에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멍석형 정치인’이라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문 후보는 등 떠밀려 대권 주자로 나서야 했던, 한국 역사에 전무후무한 대권 후보였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 문 후보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한테 사랑받기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는 것이 습성화된 아이였다. 현재 그에게 있어 국민적 지지란 곧 사랑이며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절 공포가 있다. 때문에 착한 아이 콤플렉스로 인해 욕을 안 먹으면 별문제가 없지만 욕을 먹으면 주저하며 물러서는 문 후보의 약점은 앞으로 정치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개인적 야욕을 위해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타 대선주자들에 비해 대권동기가 약한 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문 후보와 양강구도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적 지지도에 매우 민감한 안 후보 역시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된 사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갈등이나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정치인이 아니라 소통과 합의를 강조하는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또한 저자는 “안 후보는 ‘역사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것은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 명예욕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전형적인 지식인형 리더로 논리, 정책, 가치 등을 설파해서 대중들을 계몽하고 이끌어가려고 하는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안희정 지사에 근소한 차이로 뒤진 3위를 득표한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서는 문 후보와 가장 정반대에 위치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저자가 “내가 행복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파악한 이 시장은 지난 1월23일 성남 중원구 상대원동의 오리엔트시계 공장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가난했던 노동자 출신임을 숨기지 않았고, 직설적인 노동자의 언어를 여전히 사용한다. 온라인 캠페인에서는 “체불임금 작살내겠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어려운 가정사 고백은 웃으며 했고,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비난보다는 긍정으로 받아들인다. “사명감과 내적 동기가 일치하고, 정치인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우수하다”는 저자의 눈으로 봤을 때 심리적으로 가장 안정된 사람이다.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하며 새로운 보수의 기치를 내건 유승민 후보에 대해서는 ‘진짜 반항아’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대구 출신 판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유복했고, 한때는 ‘친박’으로 분류됐던 보수정당 주자였지만, 어딘지 모를 권위를 향한 ‘통제 불능의 반항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975년 고교시절 친구가 교사에게 부당하게 맞았다는 이유로 해인총림 해인사로 가출하자, 친구를 찾아오겠다며 함께 가출한 에피소드에 주목한다. 저자가 본 유 후보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법조인의 길을 걷는 형에 비해 사랑과 관심의 대상에서는 후순위였고, 여기에서 그의 분노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권력실세 아래서 ‘저격수’의 길을 걸었던 정치적 행보를 설명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저자는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모두 정신건강이 상당히 양호한 인물들로 주위에 도움을 줄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평범한 사람으로 살 때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은 사소한 마음의 상처도 대통령이 되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대권에 도전한 이상 그들에 대한 심리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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