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측에 ‘불교·문화 정책’ 제안

차별없는 평등한 사회 실현 

전통문화 올바른 계승 발전

대선후보에 정책제안서 전달

제19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 남짓 다가온 가운데 조계종이 불교문화와 자연유산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개선과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 추진 등을 제안하는 책자를 대선후보 측에 전달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10일 각 당 원내대표실을 통해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 등 대선 후보 측에 ‘제19대 대통령 선거 문화의 새 시대를 여는 불교·문화 정책 제안’ 자료집을 전달하고, 전통문화의 올바른 계승발전과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한 관련 정책들의 대대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우선 화쟁과 치유를 통해 차별 없는 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차원에서 제안한 정책들도 눈에 띈다. 이를 위해 종교계와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여해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화해와 평등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 이명박 정부의 사회통합위원회와 박근혜 정부의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잇는 기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또 차별 방지를 위한 법률제정, 남북 불교계 교류 활성화 지원, 환경정책의 재검토 등도 요구했다.

문화·자연유산 분야는 국가와 사회적으로 공공성과 공익적 가치가 높은 불교문화유산의 체계적인 보존 전승을 위한 정책 개선에 무게를 뒀다. 대표적으로 민간문화유산의 지원강화와 대통령 직속 ‘문화재 및 전통사찰 규제개혁위원회’ 설치, 자연공원, 도시공원 등 각종 공원 내 편입된 사찰지 대책 마련 등을 주요 현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불교계 현안으로 10.27법난 피해 단체에 대한 배상 및 기념관 건립 지원, 현대차 초고층 신사옥 건축 계획 전면 재검토, 종교문화시설 건립에 대한 자부담 완화, 종교 관련 정책에 대한 종교계 사전 의견 수렴 등을 요구하는 교계 현안도 자료집에 포함됐다.

이처럼 문화정책 분야에 있어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제안한 종단의 ‘불교·문화 정책 제안’에 대해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총무원 기획실장 주경스님은 “수행과 포교현장에서 긴요하게 요구되는 개선 정책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각종 차별이나 갈등, 환경문제 등 사회적 과제 해결을 위한  주요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들도 폭넓게 제시했다”면서 “경제와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보다 발전해 나가려면 당연히 실현되어야 할 정책들이다”고 강조했다.

■ 19대 대통령 선거 불교문화정책 제안 자료집 무슨 내용 담겼나

전통문화 올바른 계승 발전

대선후보에 정책제안서 전달

차별로 인한 사회갈등 해소 위한

‘화해와 평등위원회’ 설치운영 등

대사회적 과제 능동적 대응 요구

국유문화재에 치우친 예산 지원

문화재 예산 형평성 확보 ‘시급’

차기 정부 정책 바로 세우도록

불교·사회현안 정책 개선 제안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

종단이 펴낸 ‘불교·문화 정책 제안’ 자료집에는 문화와 자연유산의 체계적인 보존전승을 강화하고, 사회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 수립 등을 골자로 하는 총 25가지의 대선 정책이 담겨 있다. 특히 문화가 국력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전통문화 근간인 불교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후손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대선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챙겨야할 정책들이 적지 않다.

종단은 우선 전통문화와 자연유산 정책 분야에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내세운 정책은 민간문화유산의 지원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민간문화재와 국유문화재 관련 예산의 형평성 있는 집행을 요구했다. 국가지정문화재 가운데 민간문화재 비율은 56.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부 예산정책은 국유문화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문화재청 업무 또한 국가재산 성격인 궁궐이나 왕릉, 유적관리에 치우쳐져 있다.

민간문화유산 가운데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유산이 일반 국민들 정서 함양에 크게 기여하는 공공성과 공익성이 높은 자산이라는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자체가 국유문화재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사찰을 중심으로 전승돼 온 소중한 성보와 유산들의 보존관리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거의 박제화 되다시피 한 박물관 유물과 달리, 국민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 종단 소유의 민간문화재에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종단은 대표적인 예산 편중사례로 2017년도 정부예산 자료를 제안서에 실었다. 이에 따르면 기준 문화재청 소관 궁능과 유적관리소 소관 문화재는 114건인데, 투입된 전체예산액은 1066억31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종단 소관 문화재는 735건에 달함에도, 예산은 486억6000만원이 투입돼 민간소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은 국유문화재에 월등히 많은 예산이 지원됐다. 

이미 이러한 실태를 낱낱이 조사한 연구보고서도 나와 있어 종단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총무원 기획실과 재단법인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공개한 <국가지정문화재 소유 및 예산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조계종은 단일 단체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유문화재 관련 예산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된바 있다.

문화재 부처 등의 조직개편 및 기능통합을 제안한 부분도 눈에 띈다. 현 문화재 정책 자체가 국가소유 문화재 중심으로 진행되고, 민간문화재는 일방적이고 통제적인 관점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부처별로 산재돼 있는 문화재관련 기능을 통합하고, 민간문화재를 전담하고 지원하는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유문화재는 대체로 관리 전담기구를 두고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체계적으로 지원관리 되고 있지만, 일선 사찰에서 스님들이 고군분투하며 관리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는 종단 안팎의 여론을 수렴해 제안한 내용이기도 하다.

종단은 우리사회 각종 차별을 해소하고 대사회적인 현안 해결에도 대대적인 변화와 능동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평등하고 조화로운 국가를 만들어가기 위한 차원에서 종교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화해와 평등위원회(가칭)’의 설치 운영을 주문하는 한편, ‘차별금지법’ 제정도 촉구했다. 이미 종단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특권과 차별 없는 공정한 세상을 위해 ‘차별금지법’이 입법되도록 최대한 나설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 예방함으로써 약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종단에서도 불교의 자비와 평등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그간 동성애를 금기시하고 무차별적 공격적 선교를 전개하는 보수 개신교와 비정규직과 파견제 폐지를 결사반대하는 재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던 만큼,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법 제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절된 남북관계를 회복해 대북 민간 교류에 앞장서온 남북 불교계의 교류 활성화도 현안으로 꼽았다. 북한에도 우수한 문화재 및 전통사찰이 있지만 현재 그 현황과 관리 상태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민족 유산으로서의 의미와 학술적 가치 등을 적극 고려해 기조 조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민간차원의 북한 내 문화재 및 전통사찰의 공동조사 및 발굴을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종단은 지속가능한 우리사회 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환경정책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노후 원전 수명연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4대강 수질개선과 생태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수립, 송전선(탑)이나 케이블카 등 일방적인 국가정책의 재검토를 통해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자연과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사회 통합차원의 민생사범, 노동관련 사범 등에 대한 사면 및 복권, 한일 위안부 문제해결, 우리사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지원센터 건립 및 운영지원 등의 필요성도 요구했다.

전통사찰을 옥죄고 있는 규제들을 대폭 개선하기 위한 정책들도 제안했다. 특히 정부가 1970년대부터 전통사찰과 주변지역을 자연공원 및 도시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생겨난 관련법령들은 사찰 종교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공원 존속에 사찰이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이에 속한 사찰들은 각종 규제로 재산권에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단은 각종 공원 정책 개혁을 위한 ‘공원정책위원회’를 신설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전통문화 보고인 문화재와 전통사찰에 대한 중복규제 개선을 위한 대통령 직속 ‘문화재 및 전통사찰 규제개혁위원회(비상설)’의 설치를 제안했다.

김용구 총무원 기획차장은 “차기 정부가 문화정책을 바로 세우는데 도움이 되도록 관련 개선 정책들을 추려 자료집을 냈다”며 “불교 뿐 아니라 사회 주요 현안들이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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