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백년대계본부 무엇을 해야 하나

조계종 백년대계본부가 오는 18일 공식 출범한다. 미래 사회의 변화상을 예측하고 그에 걸맞은 포교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기구다. 출범식과 함께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불자, 출가자 감소와 한국불교 현실’을 주제로 1차 대중공사도 개최한다. 백년대계본부는 기존에 총무원 산하에 있던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회,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불교사회연구소 등을 통합해 운영하는 체제다. 사실상 기존의 결사추진본부를 전환한 것이란 시각이다.

2011년 7월 첫발을 내딛은 결사추진본부는 그해 1월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천명한 ‘자성과 쇄신 결사’의 밑그림을 짜고 실행방안을 수립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한국불교의 자존과 자비를 확산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일정한 성과도 거뒀다. 불교적 갈등해소 방법인 화쟁(和諍)의 개념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켰다. 더불어 100인 대중공사를 통해 민주적인 담론의 장을 형성했다. 백년대계본부 역시 결사의 최대 수확인 ‘소통’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2015년 연말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뉴스의 중심에 섰다.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와중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전격 피신해 정부와의 중재를 화쟁위에 요청한 게 발단이 됐다. 우여곡절도 많았으나 화쟁위는 보수와 진보 양측을 부지런히 설득한 끝에 2차 총궐기를 평화롭게 마무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문제를 기점으로 ‘소외계층 껴안기’에 앞장서온 종단의 진정성이 국민적 반향을 얻어냈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느 종편은 화쟁으로 주제로 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본지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모든 대선후보들은 불교의 화쟁을 본받아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성택 화쟁위 부위원장은 “화쟁이 분열과 반목의 시대를 치유하는 한국사회의 브랜드로 자리한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결사는 대외적으로는 자비를 대내적으로 자정을 지향했다. 100인 대중공사가 이를 맡았다. 서의현 전 총무원장에 대한 호계원의 사면에 제동을 걸어 빛이 바래던 1994년 종단개혁의 정신을 환기하는 데 이바지했다. 연간 예산 30억 원 이상의 대형사찰에 대한 재정공개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100인 대중공사에 참여한 사부대중의 의지와 협의로 일군 결과물이기에 중요하다. 정당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 종단이 바뀐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대중이 스스로 의제를 결정하는 등 상향식 민주주의의 표본을 보여줬다”며 “그 동안 방관자로만 머물던 스님과 불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결사의 전반적인 모습은 ‘상명하달’ 식이었고 여기서 길이 막혔다. 지난 6년간 본부장으로서 결사를 주도해온 도법스님은 “본래 결사는 기층에서부터 일어난 다양한 논의와 공감을 모태로 해야 하는데 주로 종단 집행부만이 애정과 관심을 가졌던 것이 한계였다”고 짚었다. 이는 백년대게본부의 성공을 위한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스님은 “불자가 대폭 감소하는 등 한국불교가 위기라고는 하나 정작 위기의식을 가진 불자들은 소수”라면서 “기층의 민심을 친절하고 폭넓게 수렴하는 포용과 하심(下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청신호도 보인다. 제16교구본사 고운사는 지난 3월18일 신(新)도청 포교당 건립방안 모색을 위한 대중공사를 개최한데 이어 5월에도 연다. 조계총림 송광사는 오는 9월 교구 스님들의 복지와 거주문제 등을 주제로 대중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칭)신행혁신운동추진본부 출범을 앞둔 포교원과 협의해 전법공동체를 위한 지역(권역)별 대중공사도 추진한다. 대중공사의 지역화와 보편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지표다.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은 “백년대계본부는 결사가 6년이나 지난 만큼 자성과 쇄신을 새로운 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설립됐다”며 “초반은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면서 종도로서의 책임감과 동질감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꾸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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