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고록 발간…‘변명 일관’ 사실 왜곡 논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자신이 재임 중에 자행한 불교계 최대 치욕 사건인 ‘10·27 법난’에 대해 “당시 몰랐던 일이고, 8년 지난 뒤 처음 들어본 말”이라고 기술해 불교계 공분을 사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두환 회고록> 2편 청와대 시절 ‘공권력으로 대응해야 했던 일들’ 편에서 10·27 법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가을의 10·27 법난과 언론통폐합 조치는 그 대상이 종교와 언론이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대처했어야 했던 일이었다”면서 “10·27 법난이란 말을 들은 것은 실제 그 일이 일어난 지 8년도 더 지난 1988년 겨울 백담사에서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그 일을 주관한 노태우 보안사령관한테서 직접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었다”면서 “정보보고서에 포함돼 있었을 테지만, 각 분야 대한 개혁 작업이 진행되어 왔기에 불교계에 대해서도 적폐를 도려내는 작업을 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10·27 법난은 신군부 독재정권에 의해 3만 명의 군과 경찰이 전국 5000여 개의 사찰에 난입해 2000여 명의 스님들을 연행, 고문한 한국불교 근현대사의 최대 수난사로 기록된 사건이다. 종단은 10·27 법난의 아픔을 역사에 길이 남기고 희생자와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스님들에 대한 기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그 시절 불교계는 각 종단 간의 다툼, 종단 내의 분규, 일부 승려들의 탈선행위, 폭력배 등 무자격 승려들의 행패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계엄당국의 조치가 매우 거칠었고,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는 점에서 국정 최고책임자였던 나의 불찰과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불교계 적폐 등을 운운하며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는 전 전 대통령이 지난 1989년 12월 국회 5공 청문회 증언에서 “10·27 법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불교계 입장이다. 지난 2007년 국방부 과거진상규명원회는 “전 전 대통령이 10·27 법난의 전후과정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신군부세력에 비우호적인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스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더욱이 책임을 통감한다고는 하지만 총 3권에 걸쳐 2000여 페이지에 달한 회고록에서 법난과 관련된 내용은 고작 3페이지도 되지 않고 그 나마 모르쇠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회고록 제3권 황야에 서다 ‘백담사에서의 769일’ 편에서는 50여 페이지에 걸쳐 자신의 유폐생활을 미화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와 더불어 1980년대 당시 본지를 비롯해 수많은 언론사의 흑역사인 ‘언론 통폐합 조치’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고 재가한 일"이라며 ”통폐합 문제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과거 군 지휘관을 지내면서 일부 사이비 언론의 폐해를 느끼고는 있었다"고 주장했다. 본지도 역시 이 조치로 1980년 11월28일 강제 폐간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또한 그는 언론 통폐합 조치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에 대해 “언론을 정권적 차원에서 통제하려면 통폐합과 같은 조치를 하지 않고도 방법이 없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수단방법의 정당성, 도덕성 유무를 떠나 효율적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조정해왔다"고 합리화했다.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위원장 지현스님(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은 “정부와의 합동조사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 10·27 법난은 불교계 최대 치욕사건으로 당시 신군부 최고 책임자의 지시 없이는 자행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불교계에 대한 반성 없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회고록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이와는 별도로 앞으로 종단은 10·27 법난의 명예를 회복하고 오욕의 역사를 바로잡는 불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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