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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주한 비운의 부처님…떠돌던 성보 48점 사찰 품으로2014년 회수한 도난 문화재 원소장처 이운
  • 순천 송광사=이경민 기자
  • 승인 2017.04.07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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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동안 송광사를 떠나있던 지장시왕도가 다시 고향의 품으로 돌아왔다.

26년 만에 다시 마주한 부처님을 바라보는 영진스님 눈빛이 쓰다. 우여곡절 끝에 원래 있어야할 자리로 되돌아온 불화, 지장시왕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진스님이 “잘 돌아왔다” 한마디 던지자, 여기저기서 "상한 데는 없는가" "보물급 불화라던데" "그래도 크게 훼손안되고 돌아왔으니 이만하면 다행이지” 소리가 쏟아진다.

지난 6일, 송광사 성보박물관. 1991년 도난당했던 지장시왕도가 다시 벽에 걸렸다. 정확히 26년만의 귀환이다. 2014년 조계종과 문화재청, 경찰청이 협력해 서울의 한 사립박물관장으로부터 회수한 48점의 도난 문화재 가운데 한 점이다. 도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지장시왕도 하단, 제작자와 봉안장소가 기록된 화기는 찢겨졌다. 덧칠한 흔적도 발견됐다. 대좌 위에 자리한 석장을 든 지장보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시왕과 사자들의 모습을 꼼꼼히 살피던 송광사 스님들 표정에 처연함이 짙게 배었다.

1991년 1월 송광사 관음전에서 도난됐던 지장시왕도를 앞에 두고 스님들이 독경을 하고 있다.

도난 당시 송광사에 주석했던 영진스님(전 재무국장)은 1991년의 겨울밤을 또렷이 기억해냈다. “잠을 자다가 관음전에 일이 생겼다 길래 얼른 뛰어나갔지. 탱화가 없어졌다는 거야. 도둑맞을 것을 대비해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야간경비도 섰는데 소용없었지. 법당 한쪽 창살을 자르고 들어 왔더라고. 당시 사찰 살림으로는 구하기 힘들었던 워키토키(무전기)도 구비해두고 있었는데... 그래도 크게 손상되지 않고 다시 우리 절로 돌아온걸 보니 기뻐.”

힘들었던 만큼 기쁨도 큰 재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975년 도난당한 송광사 16국사 진영은 아직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 복원의 원칙은 문화재를 원소장처로 돌려보내는 것이지만 사실상 도난 문화재 소재가 파악되더라도 반출 경위, 보존 여부 등의 논쟁으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랫동안 떠도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범인이 잡히더라도 은닉 등의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지장시왕도를 자세히 살피는 주지 진화스님(사진 맨앞).

그런 의미에서 송광사 주지 진화스님은 이번 반환을 ‘역사적인 선례’라고 평했다. 진화스님은 “쉽지 않은 일이었음에도 종단과 관계 기관의 노력으로 성보 48점이 모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며 “이는 사찰 밖으로 유출된 수많은 불교 문화재를 제자리로 돌려놓음으로써 성보를 단순히 도난품, 돈의 가치가 아닌 보존하고 계승해야할 문화유산의 가치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불교 문화유산이 살아 숨쉬는 이유는 오랜 기간 그 자리에서 불자들과 함께 지난한 역사를 감내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화재, 특히 삼보의 정신이 깃든 불교 성보는 본래 자리에 있을 때 제 빛을 발한다. 지난 4일 열린 고불식에서 총무원장 자승스님 또한 “불교유산은 1700년 동안 다양한 가치를 조화롭게 반영해 문화의 진정성을 꽃피운 국가적 문화재이자 인류를 존중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펼쳐진 성보”라며 “(이번 성보 이운은) 시대의 정신과 가치를 민중의 삶으로 돌려놓는 뜻 깊은 일”이라고 힘주어 말한 바 있다.

이에 종단은 지난 4일 고불식을 시작으로 5일부터 7일까지 3일에 걸쳐 1988년부터 2004년까지 전국 20개 사찰에서 도난당한 48점의 성보를 원소장처로 이운했다. 48점 성보 중에는 제작자와 봉안장소 등을 숨기기 위해 불상의 모습을 하나씩 잘라낸 순천 선암사 53불도와 나이 든 모습의 나한상에 색을 덧칠해 젊은 모습으로 뒤바꾼 전주 서고사 나한상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이운으로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9년까지 어둠에 싸인 채 수장고에 보관돼 있던 성보들은 보존처리를 거친 뒤 모두 본래 있던 곳에 모셔진다. 

문화재청과 조계종이 발간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따르면 1984년부터 2015년까지 도난단한 성보는 총 440건에 이른다. 신고 및 등록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건을 포함하면 그 수는 수천건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성보 수천 아니 그 이상이 어둡고 차가운 수장고에 갇혀 빛을 보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한편 종단은 송광사 지장시왕도를 비롯해 청도 대비사 영산회상도, 용천사 영산회상도, 예천 보문사 아미타불회도와 지장시왕도, 경주 금정사 지장시왕도 등 6점에 대해 문화재청에 보물 지정 신청을 해둔 상태다. 

26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지장시왕도를 보며 이야기 나누는 스님들.

순천 송광사=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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