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얼마나 지켜졌나

 문화재관람료 문제 해결 비롯
 불교관련 각종규제 일괄 해소
 표심만 자극…‘수년째 헛구호’

“더 이상 공약(空約)은 없어야”
 차기 정부 전향적 자세 필요

오는 5월9일 대선을 앞두고 우리사회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교계를 위해 각 대선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에 본지는 16·17·18대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한 불교정책 점검을 통해 차기 정부에서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 등을 짚어봤다.

제16대 노무현 대통령과 17대 이명박 대통령, 18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스님과 불자들에게 약속했던 불교 주요 정책공약들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본지가 대선후보 시절 내놓은 불교정책 공약자료를 바탕으로 이행여부를 분석한 결과로, 전체적으로 그 이행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대선 당시에는 불교문화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체계적인 보존전승을 위해 다양한 공약들을 쏟아내며 스님과 불자들의 표심을 자극했지만, 당선 이후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다음 대선에 재탕·삼탕의 연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불교관련법규 중 불합리한 조항에 대한 개정 또는 폐지 공약이나, 전통사찰 보존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수립 등은 거의 매번 제시돼왔다는 점에서 차기 정부가 매듭지어야 할 현안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시절, 문화강국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불교 전통문화구현을 내세우며 20여건의 공약을 내놨지만 완료된 사업은 단한건도 없었다.

대표적인 예로 문화재관람료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갈등을 해소하고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후 구체적으로 추진되거나 결정된 사항은 없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국립공원 중심영역이 대부분 불교유산이 살아 숨 쉬는 전통문화지역이고, 사찰을 제외하면 국립공원으로써의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려울 지경이라는 사실을 적극 고려한다면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관람료’ 문제해결은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주요 과제임이 틀림없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화해협력과 상생을 위한 형평성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며 종교편향 없는 정책수립과 종교편향 방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편향된 역사관과 종교관을 지닌 개신교인들을 잇따라 중용해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이에 따라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서 국민 상식에서 어긋나거나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인사조치는 반복돼선 안 될 일이다.

그나마 전통사찰 보존관리 및 지원제도 개선정책 수립, 사찰 문화재에 대한 종합적 관리 시스템 구축 및 지원, 폐사지 관리 및 복원 시스템 구축, 10·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 등의 공약은 전통사찰 전수조사나 성보박물관 경상비 지원,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 페사지 학술조사, 법난 법률개정 및 기념관 건립지원 등을 통해 일부 진행됐지만 완전 이행은 이뤄지지 않아 숙제로 남았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한나라당 후보 시절 교계에 제시한 관련 공약은 19건에 이르지만, 완전 이행된 사업은 4건에 불과하다. 연등축제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 건립 약속에 따른 목동 국제선센터 건립지원, 문화재위원의 불교계 인사의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등의 공약은 지켜졌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약(公約)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문화재보호법, 도시공원법, 산림법, 건축법 등에 의해 중첩적인 제약을 받고 있는 불교관련 규제법을 ‘전통사찰보존법’으로 일원화해 전통문화 육성과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임기 중 불교전통문화연구소(가칭)를 정부 출연으로 설립해 불교정책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는 한편, 문화재관람료 갈등관계를 해소하기위한 노력을 다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2년 16대 대선에서 ‘불교정책 10대 공약’을 냈지만, 공약목적을 달성하고 완료된 사업은 단 2건으로 초라한 성적이다.

북한산 관통 서울외곽 순환고속도로, 부산고속철도 노선 천성산·금정산 관통사업의 백지화 공약을 지키기 못하는 등 이행도 면에서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교문화재 보존 관리정책의 강화 및 예산지원 확대, 검찰청과 경찰청에 문화재사범 전담반 설치 등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전통사찰과 불교문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지역 사찰들의 템플스테이 예산과 불교정보화사업단(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등에 예산을 증액하는 등의 일부 사업은 추진됐지만 낙제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대선 당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가운데 대부분은 우리 고유문화 핵심인 불교전통문화구현에 폭넓게 기여할 수 있는 정책들로 여겨진다. 더 이상 불교관련 정책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수년째 도돌이표처럼 맴도는 현안에 대해서는 차기 정부 뿐 아니라 관련 부처의 전향적인 자세가 촉구된다. 불교현안 뿐만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을 사회 속에 실현할 수 있는 정책들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해 총무원 기획실장 주경스님은 “한국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상징하는 불교가 우리 사회 전반에 기여하는 부분에 비해 국가 정책은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불교관련 정책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사찰을 단순한 종교시설로 대하거나, 특혜로 보는 잘못된 인식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불교공약 언제부터 시작 됐나

13대에 처음 나와
선거 때마다 제시

대선 불교 공약의 첫 시작은 직선제가 부활하면서다. 1987년 12월 치러진 제13대 대통령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대 대선 공약으로는 군승제도 개선과 중앙승가대의 정규대학으로의 승격 등 불교계 숙원사업은 물론, 불교사상을 사회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있는 정책들도 제시되는 등 갈수록 그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불교방송국 설립 허가’를 공약으로 제시한 게 첫 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선 이후 공약도 지켜졌다. 이후 체계적인 대선 불교 공약이 만들어 진 것은 14대 대선부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회 정각회장을 지낸 권익현 의원 등이 1992년 12월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김영삼 후보 명의로 된 7개 항목의 불교계 선거공약을 전달했다.

김영삼 후보의 불교 공약은 중앙승가대학의 정규대학으로 승격, 군승제도개선, 수도권지역의 불교종합병원 설립 지원 등 불교숙원사업이 상당수 실현됐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에 대한 종교편향적 인사와 각종 종교편향사건으로 큰 오점을 남겼다. 특히 ‘불교관련법규 중 불합리한 조항의 개정 또는 폐지’ 공약은 김영삼 정부 시절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역대 대선마다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거의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15대 대선에서 ‘10대 불교계 공약’을 제시한 김대중 후보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건립과 불교방송 추가 개국, 남북불교교류지원 확대, 종교편향 없는 종교정책의 실현 등을 통해 기존 정부보다 한층 나아졌다. 하지만 개발논리에 충실한 ‘우’를 범함으로써 ‘사찰환경보존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공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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