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와 경기도 여주 남한강 주변의 법천사지 거돈사지 흥법사지는 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으로 불리는 탑비를 비롯한 많은 성보와 역사를 간직한 천년고찰 터다. 하지만 이곳에 있던 국보 보물 대부분은 국립박물관에 가 있다. 1930년대 일제가 박람회를 개최하며 정원 조성을 위해 무단 반출한 뒤 우리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지금까지 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불교 성보가 원래 있던 사찰에 있지 못하고 정부나 지자체의 손에 혹은 개인 소장품으로 떠돌고 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종단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찰로 되돌려 줄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외면하고 있다. 사찰에 있지 못하고 제자리를 떠난 성보들은 두 가지 전혀 다른 취급을 받는다. 진귀한 문화재로 대접받아 정부나 지자체, 개인들의 장식용 관람용이 되는 것이 그 첫 번째이며, 두 번째는 귀찮거나 숨기고 싶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주로 공사 중 발견되는 성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은 나타나는 양상은 다르지만 돈으로 취급받는다는 본질은 같다. 돈이 되기 때문에 가져가거나 돌려주지 않고 돈이 들까봐 감추고 훼손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종단이 경찰청, 문화재청과 협력해 되찾은 도난문화재 48점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 보내 문화재 반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조계종은 지난 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다시 찾은 성보, 원소장처 이운 고불식’을 봉행하고 이튿날인 5일부터 7일까지 3일에 걸쳐 경주 금정사, 고성 옥천사, 삼척 영은사, 조계총림 송광사, 덕숭총림 수덕사 등 전국 사찰을 돌며 회수된 48점 가운데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성보들을 직접 원소장처로 돌려보냈다. 그에 앞서 1일 4대강 공사 도중 훼손된 채 발견됐던 낙단보 마애불(의성 생송리마애보살좌상) 보존을 위한 관리동 불사에 착수한 것 역시 성보 보존을 위한 조치다. 문화재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보는 세간으로부터 종단과 사찰, 불자들이 나선 결과, 소중한 성보가 훼손되지 않고 살아남은데 이어 이를 영구히 보존할 시설 건립에 나선 것이다. 

두 가지 사례는 불교가 성보 보호에 가장 적극적이며 신뢰할 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종단과 사찰 스님들은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성보를 다루고 지켜왔다. 정부가 문화재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책으로 집행해온 것은 불과 50년 밖에 되지 않는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을 거쳐 오면서도 지금까지 성보가 전해져온 것은 전적으로 사찰과 스님, 불자들의 의지와 노력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종단과 사찰의 관리 능력을 의심하며 성보 반환에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른 핑계에 불과하다. 지난 4일 열린 이운 고불식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정책으로 수립돼 제자리를 벗어난 성보가 환지본처(還至本處)하기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288호/2017년4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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