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과 꽃

김왕근 지음불광출판사

기자 출신 자칭 ‘소통전문가’

논리보다 정서적 소통이 중요

도법스님 인연맺고 달라진 삶

佛法 공부하고 붓다로 살 뿐

“살아있는 스님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스님을 교만하게 보이게 함으로써 스님의 활동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며 책 쓰는 일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스님과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한국불교를 위해서 꼭 써야만 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18년간 조선일보 기자로 살았던 김왕근씨는 “도법스님의 삶은 그 자체가 대한민국 불교계와 사회에 던지는 화두”라고 말했다. 

1966년부터 50여년 도법스님이 걸어온 길을 역사적 사료와 증언, 스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엮은 책 <길과 꽃> 출간에 관해 그는 “50대 후반에 들어선 나의 사명과도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3월29일, 나온 지 갓 열흘된 책을 안고 조계사 경내서 그를 만났다. 

조선일보에서 18년간 기자생활을 한 김왕근 <붓다로 살자> 편집장은 “한 수행자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불교의 진면목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신문기자를 관두고 논술강사와 토론코치 등을 거쳐 3년 전 불교공부를 시작했고, 불교는 막연하게 믿는 신앙이 아니라 이해하는 종교이며, 이해한만큼 진솔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수행임을 터득했다고 한다. 이제 누가 물어도 당당하게 ‘나는 불자요’라고 이야기하는 그다. “언어로 소통하는 일을 평생 했기에 스스로 ‘소통 전문가’를 자처했죠. 그러나 정작 내 주변 인물들과 갈등을 겪었고 ‘왜 소통 전문가인 내가 소통을 못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2013년 여름, 도법스님과 인연을 맺은 후 불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향상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소통 중에는 논리의 소통 이외에 정서적 소통이 중요함을 깨달았고, 이를 위해 불교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결론에 닿았지요.” 

기사를 쓰고 논술을 가르치고 토론법을 코치하면서 얻게 된 소통이론을 완성하기 위해선 불법(佛法)을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야심경>은 물론 의상대사의 ‘법성게’, 원효대사의 <열반경중요>, 지눌국사의 <수심결> 등 경전을 공부하고 번역하는 모임 ‘불한당(불경한글풀이모임)’에 2년간 몸담으며 도법스님과 더불어 정진했다. <우파니샤드>, <숫따니빠따> 등도 탐독했고 근현대 한국불교사도 파고들었다. 불교가 ‘마음’이나 ‘존재’, ‘우주’를 다루고 있으므로 관련 현대 물리학과 생물학 책들도 기웃거렸다. 김 씨는 지난 2년여 삶을 송두리째 바쳐서 <길과 꽃>이라는 열매를 거뒀다. 잡지 <붓다로 살자> 편집장 소임을 맡아 스님과 도반들의 활동을 기록하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조계종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취재하러 갔다가 아예 100인위원이 되기도 했다. 

그의 삶은 달라졌다. “툭하면 화를 내면서 인간관계를 스스로 어렵게 만들었던 내가, 마음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되면서 인간관계에 자신감이 생겼고 가정에도 평화가 찾아오더군요. 하하하.” 삼라만상 온 생명의 총체성, 연기적 인드라망 세계관과 화해와 회통, 화쟁과 상생의 깃발을 꽂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도법스님의 삶에서 그는 가장 인간적인 붓다의 향기를 발견한 듯 했다. 

1980년대부터 싹튼 불교 사회화·대중화 움직임이나 1990년대 종단개혁, 불교환경운동의 선두주자로만 기억되는 도법스님이지만, 책에는 제주 4·3사건으로 아버지를 잃고 유복자로 태어난 어린 익진(도법스님의 속명)의 삶부터 열일곱에 출가한 사연, 출가 후 걸었던 긴 방황과 아픔의 시간들까지 넉넉하게 품고 있다. 출가 이후 간디사상과의 만남, 화엄경 탐독,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창립, 새만금 삼보일배, 생명평화 탁발순례, 화쟁위원장 이후 붓다로살자 운동, 평화의 꽃길까지 스님의 행보와 당시 사회상황, 종단 분위기까지 담았다. 

도법스님이 걸어온 길은 한국불교 현대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존경만큼이나 비판을 받는 인물이 스님이다. 화쟁위원장을 맡고 난 뒤 2011년 종교평화선언(일명 ‘21세기 아쇼카 선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종교(기독교)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조계사에 들어온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을 경찰에 내주었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무슨 문제든 대화로 풀고자 노력하는 스님이, 대화과정에서 약자의 편을 드는 대신 강자 입장을 두둔하는 모양새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왕근 씨는 “이 책 역시 ‘도법스님을 지나치게 우상화했다’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면서 “도법스님을 둘러싼 많은 상황 속에서 충돌하거나 갈등했던 이들의 반론이나 의견을 일일이 청취하지 못했기에 책에 실린 일부 내용들이 구체적이고 입체적이지 못한 책임은 있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한 수행자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불교란 이렇게 사는 것이란 걸 말하고 싶었다”며 “도법스님은 여전히 나에게 놀라움을 주고 통쾌함을 주고 삶의 방향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귀한 스승”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불교신문3287호/2017년4월5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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