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다르지 않은, 모두 하나되는 날”

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은 봉축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무국에 하루 걸려오는 전화만 수십통, 종일 찾아오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 그래도 직원들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종로 거리를 수놓을 10만개 연등 물결을 보며 기뻐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1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김형주 기자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와 동국대 등지서 열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는 불교계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즐기는 축제다. 서울 도심을 10만개 연등으로 수놓는 화려한 연등행렬부터 한국의 전통 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 날을 위해 1년여 동안 비지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3월30일 봉축을 한 달 여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을 찾았다.

“네, 연등회보존위원회입니다.” 사무국에 발을 디디고 말 건네기 무섭게 전화벨이 울렸다. 곧 다가오는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대해 물어오는 문의 전화에서부터 전국서 펼쳐지는 봉축 행사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직원들까지, 보존위 사무국은 여느 사무실 보다 바빴다.

“늘 정신없지만 아무래도 요즘이 제일 바쁠 때에요. 전화도 전화지만 전국 각지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들이 찾아와요. 우리가 재정적으로 크게 도움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그래도 다른 방법으로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단체들끼리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연결을 해주기도 하구요, 때로는 하소연을 들어주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무국은 ‘사랑방’이에요.” 

박상희 연등회보존위원회 전문위원의 말대로 연등회 사무국은 온종일 외부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붐볐다. 연등회 참가 단체부터 개별적으로 봉축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곳까지, 문턱이 닳도록 사무국을 드나드는 바람에 사무국은 요즘 숨 돌릴 틈 없다. 연등행렬에 참가하는 연희단과 대열 등에 대해 의논하고 일정 수칙을 정해 교육하는 일부터 종로 거리에 현수막과 홍보물을 설치하는 일, 가로연등을 다는 일, 외국인을 위한 영문 표기를 정하고 행사에 맞춰 안내하는 일 등 모든 일에 연등회보존위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대안스님도 자리에 앉을 새 없다. 봉축 준비로 힘들겠다는 질문에 대안스님은 “초파일이 다가올수록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봉축 준비는 사무국 뿐 아니라 전국 불자들, 국민들이 모두 함께하는 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연등회를 단순한 문화행사로 보거나 연등행렬을 퍼레이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연등회는 1300년 전부터 엄연히 국태민안, 나라와 국민의 평화와 행복을 함께 바라고 기뻐하며 즐거워하는 국가행사에요. 등에 불을 밝히는 연등은 탐욕과 아집으로 어두워진 마음을 밝히는 데 숨겨진 뜻이 있잖아요. 부처님께서 어둠을 밝히는 지혜의 상징, 빛으로 오셨듯이 연등회는 종교와 인종을 떠나 모두가 마음을 밝히고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로 봐야죠. 이번 봉축 표어도 ‘차별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 이잖아요. 연등회가 늘 장애인, 비장애인,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함께 참여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올해 봉축표어가 ‘차별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으로 정해졌지만 정작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새삼 달라질 것 없다. 연등회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약자를 위한 배려에 누구보다 앞서왔기 때문이다. 매년 그래왔듯 올해도 연등행렬 선두엔 승가원과 연화원 등 장애인 참가 단체가 먼저 선다. 그 뒤는 어린이와 청소년,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따른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어 지난해 안내견을 이끌고 연등행렬에 참가했던 한 연희단원은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어도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이 감탄하고 감동받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연등을 들고 걷는 내내 가슴이 벅찼다”고 했단다. 박상희 전문위원은 “불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연등회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교가 최고!’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행사는 아니다”며 “누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알고 하나가 돼 함께 즐기는 행사”라고 했다. 

행사 연습을 할 때마다 연등회 참가 단체 80여 곳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다음 발원문을 마음속에 깊이 새긴단다. “단체를 내세우지 않고 이웃과 불자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만들겠습니다. 우리가 밝히는 등불로 중생을 위해 오신 부처님 뜻을 알리고, 우리의 화합된 모습으로 세계가 한 생명임을 일깨워주신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겠습니다. 연등회에 함께한 모든 분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바로 만나 참 행복의 길을 가기를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합니다.” 

[불교신문3287호/2017년4월5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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