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사람 존중하고 땀과 노력이 실력인 민주주의 사회 실현”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지난 3월2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심상정 대표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신년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때 세월호 유가족과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초청해 차별받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불교가 시대정신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사표걱정으로 정의당 지지를 망설였다면 이제는 달라졌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소수정권이기 때문에 연립정부 구성을 구상하고 있고 저 역시 마찬가지다. 저를 지지해서 당선시켜주시면 야당들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못 미치면 저희에게 온 지지율만큼 개혁의 헤게모니를 행사할 수 있다”며 지지를 부탁했다. 다음은 심상정 대표의 불교 인연 및 종교관, 전통문화보존방안 등 주요 정책을 정리한 내용이다.

대선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지난주에도 광화문광장에 또 촛불이 켜졌습니다. 이제 긴장의 끈을 놓을 만도 한데도, 국민들은 신발 끈을 조여 맸습니다. 새누리당을 깨트렸고, 이재용을 구속했고, 끝내 대통령을 파면시켰지만, 국민들은 부족합니다. 또 불안합니다. 촛불이 꺼지면, 작은 승리마저 날아갈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쉽게 광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권이 미덥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될 때,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야 정치권도 ‘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떠들썩했습니다. 그런데 단 한 개의 개혁입법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특검은 문을 닫아야 했으며, 사드는 소리 소문 없이 들어왔습니다. 불안한 국민들이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믿고 기댈 정치세력이 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부름에 답하고자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내 이것만큼은 꼭 해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과제는?

▶민주화 이래 6번의 대통령을 뽑았고 두 번의 정권교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양극화와 불평등은 더 심해졌고, 보통 시민의 삶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민주정부와 보수정부는 한반도평화와 정치개혁에서는 노선차이가 뚜렷했지만, 경제와 민생, 노동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지난 60년 대한민국 모든 정부는 친재벌 정부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친재벌 정부에서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노동을 늘 비용으로 취급됐습니다. 자본의 탐욕과 기득권 정치가 결탁해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하고 공공성을 훼손하고 골목시장을 침탈했습니다.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않고서 새로운 삶, 새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와 우리 정의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최초로 친노동개혁정부를 수립할 것입니다. 노동존중을 국정의 제1과제로 삼고 돈보다 생명과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 돈이 실력이 아니라 땀과 노력이 실력인 사회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심상정 대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은?

▶ 요즘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종교가 불교라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조계종에서 가장 먼저 했습니다. 올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신년사를 들으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종교간 의견을 모으는 데 앞장서 주시겠다고 하셔서 제가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지금 대통령 후보들 중에서 차별금지법을 확실히 제정하겠다고 나선 후보가 저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권보호를 위해 차별금지법에 힘을 실어주시길 우리 불교신문 독자들에게도 호소합니다.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 창달은 국가와 대통령 의무로, 국립공원이나 문화재 관련 정책이 있다면?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또한 이를 위한 정부기구의 통합 역시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우리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분들의 의견을 모아,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습니다.

옛 한전부지에 569m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들어서면 전통사찰인 봉은사 일조권 침해 및 문화재와 주위 생태훼손이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개발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사업입니다. 공공기관 보유 토지를 대기업에 매각하게 되면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 상승으로 가격이 대폭 올라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합니다. 한전 부지는 서울시가 보유하고 장기 임대를 통해 개발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어야 합니다. 대기업에게 개발이익 특혜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SH공사를 통한 공영개발을 통해 주거난에 처한 서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었습니다.

봉은사는 2건의 국가지정문화재와 18건의 서울시지정문화재, 3400여개 경판, 20여 목조건축물 등을 갖고 있는 중요한 문화자산입니다. 현재와 같은 개발계획이 통과된다면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선 전통사찰보존및지원에관한법률과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영향평가를 통해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또한 2014년 제정된 문화기본법에 도입된 문화영향평가를 실시하게 하는 등 문화재 보호를 위한 타당성 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교류가 단절된 상태인데 남북교류 재개 계획은?

▶ 저는 지난 3월16일, ‘심상정의 적극적 평화독트린’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밝힌 2대 원칙 중 하나가 바로 국가와 우리나라 국민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느 나라와도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에서 냉전을 해체하고 전쟁 위험을 제거하는 ‘3대 평화 기본조약’으로 항구적 평화 체제를 달성하겠습니다.

첫째 ‘남·북한 평화기본조약’으로 한반도에서 상호불가침,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고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겠습니다. 과거 동·서독이 체결한 기본조약을 모델로 과거 남북한 기본합의서와 6·15, 10·4 공동선언을 집대성하는 불가역적으로 평화를 실현하는 새로운 약속을 만들고 이행하자는 것입니다.

둘째 ‘동북아 평화조약’으로 범지역적 안보현안을 공동으로 해결하는 지역안보협력 상설 기구를 창설할 것입니다. 일명 동북아판 헬싱키 조약체제인 다자협력기구 구성을 통해 6자회담 당사국들이 동북아에서 위기를 관리하고, 군비를 통제함으로써 지역적 안정을 도모하는 협력안보의 틀을 만드는 것입니다. 바로 대한민국이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촉진해야 할 과제입니다.

셋째 ‘남·북·미·중 평화조약’으로 한반도에서 사실상의 평화공존, 상호우호관계를 이루겠습니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빈 회의가 이후 100년 간 유럽의 평화를 유지했듯이, 4자간 평화조약은 향후 100년간 한반도에서의 평화·번영을 위한 약속입니다.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존중하고 각 국가의 정통성이 보장되는 배려와 존중의 평화질서를 우리 주도로 만들고자 합니다.

심상정 대표가 본지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대한민국은 다종교 사회로 종교간 갈등이 우려되는데, 평소 종교관은?

▶ 모든 종교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고,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다종교 사회입니다. 그래서 어느 종교를 홀대하거나 어느 종교를 우대하거나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정치 지도자는 더욱더 신중해야 합니다. 모든 종교를 존중하려는 마음가짐, 특정 종교에 경도되지 않는 처신, 종교간 소통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견지하기 위해 언제나 자중자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와 인연이 있다면?

▶ 파주에 있는 보광사에 어머님이 오래 다니셨습니다. 어머님 모시고 몇 번 다니다 보니 익숙해져서, 저도 마음이 복잡할 때 종종 찾곤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빠지지 않고 어머님과 보광사에 연등을 달러 갑니다.

스님과 불자들에게 당부말씀.

▶저는 우리 국민들이 매주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는 이유가 무슨 큰 욕심이 있어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좀 더 평등하고, 보다 정의로우며, 다만 평화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들이 모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정의당이 마음으로 바라고 몸으로 실천하는 방향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주시고,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적는 심상정 대표.
본지 기자 질문에 답하는 심상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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