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다가온다. 300명에 이르는 아이들을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보낸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역할과 무엇이 잘 사는 길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을 우리 앞에 던졌다. 세월호는 책임 소재를 정부에 두든 우연적 사고에 두든, 생각을 하든 하지 않든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한은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가 집약된 결정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참화를 겪고도 제2차 대전 후 신생독립국 중에서 경제와 정치 민주화를 일군 세계 유일의 국가로 발전했지만 그 과정에서 생명을 경시하고 법과 질서를 무시하며 물질적 성공만을 숭배한 병폐 또한 수없이 쌓였다. 세월호는 수십년 쌓인 병폐가 만든 우리 사회의 맨 얼굴이었다. 

따라서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물질이 아닌 생명을, 경쟁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을 향해 방향을 바꾸어야 했다. 그러한 요구가 국민들 사이에서 빗발쳤지만 세월호 참사 당일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던 청와대와 정부는 책임 추궁을 벗어나고자 세월호를 두고 국민들을 편가르기 하고 이념을 덧칠했다. 그 결과 당장의 책임에서 벗어났을지는 모르지만 국민들 분노는 깊어지고 정부의 무능과 공무원들의 책임회피, 정치권의 공방만 더해져 대한민국은 더 큰 상처를 입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야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곧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온다고 한다. 인양 후 진상규명을 위한 본격적인 조사와 연구가 시작될 것이다. 세월호는 정치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병의 근원임을 직시한다면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사라질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염원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설 것을 다짐했었다. 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역할을 불교계가 담당할 것이다. 생명은 아무런 조건 없이 그 자체로 존귀하다는 생명의 절대성을 2600년 전에 설파했던 불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잊지 않고 함께 해왔다. 구조활동에 가장 먼저 나선 것도 진도 완도 인근의 스님들과 불자들이었으며 종정예하부터 총무원장 스님, 각 교구본사 등 전국의 고승대덕과 불자들이 팽목항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고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총무원은 청와대와 정치권에 신속한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독려하는 역할도 최선을 다해 수행했다. 

세월호를 잊지 않고 유족들 곁을 지키며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촉구해왔던 불교계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한 달 앞두고 5번째 법회를 봉행하며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관한 법회에서는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고 미수습자 귀환을 염원했다. 대중들이 간절히 염원했듯 이번이 팽목항에서 여는 마지막 법회이기를 기원한다. 

[불교신문3284호/2017년3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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