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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11.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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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기도 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봉사해요”잘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천안 각원사 불교대학
올해 불교계 화두를 꼽으라 하면 단연 포교다.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불자가 감소된 것으로 집계되고, 사찰에 젊은 불자가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포교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란 인식이 강해졌다. 조계종 포교원이 신행혁신을 통해 기복에만 치우친 기존의 신행패턴을 벗어나 나와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공부하고 포교하는 불자들을 양성하고자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법포교가 살아나려면 어떤 방편이 필요할까. 그들의 숨겨진 비법을 벤치마킹해보자.

 

169개 도시락을 앞에 두고 파이팅을 외치는 각원사불교대학 동문들.

천안 각원사 불교대학을 한 줄로 설명하자면,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배운 데로 실천하는 도량이다. 불교대학 과정은 다른 사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 3개월 기본과정을 마치고 나면, 1년 동안 불교대학에서 공부하고, 그 이후에는 경해학당에 입학해 경전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각원사는 여기에 독거노인 도시락 봉사를 더해 3년 봉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불교대학 재학 중은 물론 졸업한 후에도 봉사활동을 계속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기도, 공부, 봉사 그리고 끈끈한 동기에가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돼 있는 각원사 불교대학을 지난 16일 찾아가봤다.

2002년 설립돼 올해로 15년 된 각원사 불교대학은 지난해까지 졸업생이 2003명이다. 올해 5월 150명이 졸업하고 3월 개강한 기본교육과정에 200여 명이 입학한 것을 감안하면, 2300여 명이 각원사 불교대학을 다녀간 셈이다. 구본영 천안시장도 8기 출신이고 시도의원들도 여럿이다. 

동문회도 잘 조직돼 있는데 매년 체육대회와 송년법회를 열어 졸업생과 재학생이 조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기수별로 신행모임을 만들어 전법포교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동문들이 운영하는 각종 업체들을 애용하자는 취지를 담아 <불자종합정보마당>도 매년 발간한다. 늪처럼 헤어나기 어려운 끈끈한 동문사이는 힘들고 치열했던 봉사활동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대학 수업은 오전10시30분에 시작하지만, 사찰은 오전6시부터 부산하다. 각원사가 후원하는 169가구에 배달할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1가구마다 밥과 국, 반찬 3종과 빵과 요구르트가 지급되는데, 여러 끼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 조리양이 적지 않다. 배달까지 해서 당일 봉사자가 100여 명에 달한다.

각원사 불교대학 봉사자들이 갓 지은 밥을 푸고 있다.

종각 밑에 마련된 급식조리실에서는 오전6시부터 음식조리가 시작된다. 이곳은 철저히 기수별로 작업이 이뤄진다. 입학 첫 해는 설거지를 하고, 2년차 때는 밥과 반찬을 직접 조리하며 3년차 때는 도시락 포장을 맡는다. 구역별 배달은 졸업생들이 기수별로 담당한다. 이곳에서 1년차는 속칭 며느리, 2년차는 시어머니, 3년차는 시할머니로 통한다. 

조리를 맡은 기수가 쌀을 씻어 안치고, 찬거리를 다듬어 반찬을 만들고 있으면, 윗 기수 선배들이 도시락을 포장하고, 배달은 일찌감치 졸업한 선배들이 담당한다. 막내인 불교대학 재학생들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공양까지 한 후 배달을 나간 선배들이 수거해 온 도시락을 깨끗이 씻어 정리하는 게 일이다. 일손이 부족할 때 선배는 후배 일을 대신해줄 수 있어도, 후배는 선배 일을 대신할 수 없다. “밥뚜껑 닫으려면 5년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농담인 듯 농담 아닌 곳이 조리실이다.

다들 처음에는 자의반타의반으로 시작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중요한 일과이자 보람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제 설거지 담당 10개월 차에 접어든 전병희(54, 천안)씨는 불교대학 입학생 모집 광고를 보고 남편과 함께 지난해 3월 입학해 지금은 15기 회장 소임을 맡아 공부와 봉사를 병행하고 있다. “처음엔 봉사활동 하는지도 모르고 입학했다가 7~8월에 땀을 쏟으며 설거지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며 “차츰 일이 손에 익고 나니 보람도 느끼고 행복도 느낀다. 덕분에 도반들 표정이 모두 밝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해학당에 입학한 전순희(55, 아산)씨는 요즘도 매주 목요일은 오전5시 전에 눈을 뜬다. 한 때는 건강이 안 좋아 거동조차 힘들 때도 있었는데, 봉사에 원력을 세우고 나서 졸업과 동시에 도시락 봉사의 핵심인 ‘밥장’으로 독보적 밥맛을 책임지고 있다. “오전6시부터 쌀 40kg을 씻고 불려둬야 시간 안에 할 수 있다”며 “내 몸이 수고롭지만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반찬을 담는 각원사 불교대학 봉사자들.

도시락 봉사 3년차로 포장을 맡는 이현숙(53, 천안)씨는 “3개월 기본교육 잘 마치고 불교대학 수업을 시작했는데 엄청난 양의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었다”며 “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이 2000개가 넘는 그릇을 닦고 삶는다고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내가 빠지면 도반들 힘들다는 생각에서 참고 시작했다”고 한다. “1000일기도 하는 심정으로 마음 내려놓고 봉사하길 어느덧 3년,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제 5월이면 3년 기도가 끝난다는 게 섭섭할 정도로 봉사가 자신에겐 기쁨”이라고 전했다.

불교대학에 와 봉사활동을 하며 성격이 달라졌다고 자평하는 불자도 있다. 김현각(65, 천안)씨는 4년 전 불교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지금까지 봉사부장을 맡아 도시락 싸는 일을 돕는다. “예전부터 봉사하고 싶었는데 불교대학에서 좋은 기회를 준 덕분에 매주 목요일이 기다려질 정도”라며 “도반들과 봉사하며 내성적인 성격도 달라졌고, 얼굴표정도 밝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부처님 법 배우고 실천할 수 있게 되면서 불교대학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 내 몸이 건강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들의 노력은 도시락을 받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한 할머니는 “맛있는 도시락 덕분에 목요일이 기다려진다”며 정성스레 적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어느 때는 앞마당에 심어둔 상추를 뜯어 전하는 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하는 어르신도 있다.

각원사불교대학에서는 이 도시락 뚜겅을 닫는데만 5년이 걸린다는 얘기가 농담인듯 농담 아닌 것처럼 전해진다.

각원사가 불교대학과 봉사활동을 연계한 것은 2003년부터다. 초창기에는 많지 않은 졸업생과 재학생으로 20여 가구에 무료급식활동을 하고, 격월간 목욕봉사를 하면서 배움을 실천하도록 한 것이다. 교육과 봉사를 병행하면서 신도들 인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자기기도만 하는 수준에 머물다가 부처님 자비사상을 실천하는 불자가 된 것이다. 사찰을 찾는 불자들 연령대가 젊어진 것 또한 효과로 꼽을 수 있다. 

주지 대원스님은 “불교를 공부하고 기도, 봉사를 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며 “그냥 절하면서 복줄 것을 막연히 바라기보다 불교를 알고 실천하다보면 원하는 바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교원이 신행혁신운동을 통해 만나고자 했던 ‘붓다’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도시락을 포장하는 각원사 불교대학 동문들.
조영숙 각원사 불교대학 교육주임.

“시어머니가 절에 정말 잘 갔다 하시네요”

2003년 불교대학에 입학해 도시락 봉사 초창기부터 참여했던 조영숙(51, 법명 보덕심)씨는 설거지, 조리, 배달봉사까지 모두 마친 베테랑이다. 지금은 불교대학 교육주임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엔 10명 미만 봉사자로 시작해 수혜자를 직접 방문조사해서 대상자 가구를 선정해 도시락배달을 하는 동시에 2달에 1번 수혜자 할머니를 모시고 목욕봉사도 했다”며 지금까지 14년 동안 목욕봉사는 한 번도 빠지지 않았을 정도로 열정을 다하고 있다.

도시락 봉사하면서 오히려 감동받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부처님께 시주 받은 쌀로 밥 짓고, 후원자들 보시금으로 만든 반찬을 받으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정말 좋아하고 맛있게 드신다”며 “가끔 고맙다며 봉사자들에게 꼬깃꼬깃 접은 1만원을 주시며 힘든데 커피라도 사먹으라고 격려해주는 분도 계시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할머니 대신 부처님 전에 공양 올리겠다고 꼭 말씀드리는데 다들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수혜자였던 한 할머니는 절에서 준 밥을 잘 얻어먹었다며 돌아가시기 전에 각원사에 꼭 49재를 올려달라고 부탁해 자식들이 와서 그 뜻을 전해준 일도 있었다”며 작은 정성으로 돌아온 감동이 더 클 때가 많다고 회상했다.

보덕심 보살은 할머니들 목욕봉사도 하면서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처음엔 누군가와 같이 목욕하는 게 어색해 옷을 벗는 것만 도와드렸다고 한다. “어르신들께 죄송하지만 목욕을 같이 한다는 게 꺼려져 탈의만 도와드리다가 1년 정도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탕에도 같이 들어가고 때를 밀어드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겨드리고 나면 할머니들이 자식들도 안해주는 일을 해준다며 그렇게 고마워하신다”며 “없던 힘까지 내서 열심히 도와드리게 된다”고 전했다.

그렇게 봉사를 하다가 문득 다른 어르신 목욕도 시켜드리는데 시어머니라고 못할게 뭐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시어머니와 함께 목욕을 가자고 권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함께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어드리는데 그렇게 좋아하시더라”며 “어머니가 절에 정말 잘 갔다고 칭찬하실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시댁가면 어머니와 함께 목욕탕 가는 게 일과가 되고, 고부사이는 더 돈독해졌다. 이제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 옆자리는 자연스럽게 보덕심 보살의 자리가 됐다.

“초창기에는 기금이 없어 차걸이 연등을 파는 등 바자회로 기금마련하면서 봉사활동을 했다”며 그 때의 노력이 밑바탕이 돼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며 마음공부도 되고 행복함을 느낀다”며 “불교대학서 공부하면서 삶이 더 풍성해졌다”고 전했다.

천안=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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