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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7.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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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행스님의 뜰 ⑥ <끝> 통증과 완화치료평온하게 죽음 맞을 권리

모든 생명은 다 언젠가는 죽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은 다 언제든지 죽는다. 그러나 인간은 적어도 죽음의 여정 안에서 좀 더 존엄하고 평안한 상태를 유지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이런 확신을 더욱 갖게 된 계기는 유방암이 온몸으로 전이돼 고통스런 투병생활을 하던 그녀를 보면서였다.

매일같이 남방불교 수행을 하던 그녀는 40대 초반으로 3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소원은 맑은 정신으로 죽어가는 것이었다. 암이 진행되면 될수록 몸에는 극심한 고통이 따라온다. 이에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는데, 그녀는 이를 거부했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전신마비가 오면, 아픔을 참느라 이를 꽉 깨물어서 치아가 흔들릴 지경이었지만, 진통제를 한사코 거부했다.

의료진들이 번갈아 환자를 만나 이해시키고 설득했지만, 환자는 마약성 진통제가 중독되지 않는다는 의료진들의 말에 신뢰를 갖지 못했다. 나 또한 수시로 그녀를 설득해봤지만,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진통제를 거부했다.

점점 죽음이 가까워지고, 고통은 극도로 심해져 밤에도 잠을 자지 못했다. 2주가 넘도록 그녀는 밤낮으로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싸우고 있었고, 가족과 의료진은 심신이 소진돼 지칠 대로 지쳤다. 그녀 역시 날로 예민해지면서 눈에서 광채가 번뜩였다. 뼈와 둥그런 눈만 남아 있는 것 같은 그녀를 볼 때마다 어떻게 해야 이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이렇게 죽음과 맞서 싸워 이기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본적이 없다. 머지 않는 시간에 당신은 죽음이라는 다리를 건너서 또 다른 삶으로 나가게 될 것인데, 이렇게 고통으로서 범벅이 돼 버린 상태로 죽어버리면, 다음 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느 날 조금 단호한 억양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고통과 싸우는 것이 마치 죽음과 싸우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그냥 같이 울었다. 그리고 그녀는 마음의 문을 열었고, 임종 6일전부터 진통제 사용을 허락했다.

정맥주사를 통해 주사액이 한방울 떨어지기 시작하자,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셨다. 눈을 지그시 감고,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는 듯 했다. 오랜만에 편안한 모습으로 깊은 숙면을 취하면서 입가에 미소도 지었다.

그 며칠은 우리 모두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통증으로 경직됐던 몸이 이완되어 갔고, 표정도 살아났다. 임종 삼일 전에서야 그녀는 알았다. 자신이 두려워 한 것은 마약이 아니라 죽음 그 자체였다는 것을. 암을 수행으로 극복하려는 마음도 자리하고 있다보니, 치료에 소홀히 한 탓도 있었다며 쓸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는 임종을 하는 순간까지 자신이 원하던 맑은 정신으로 죽어감을 알아차리고, 몸을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오는 것이 소원이었다. 출가를 위해서란다.

통증, 고통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반응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죽음이, 마약성 약물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 통증과 두려움은 뗄수 없는 관계다. 이러한 상황을 전환시켜 편안하고 안락하며, 두려움과 불안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의료진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통증 완화의료는 인간의 존엄성의 문제이며, 삶의 질을 높여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치료다. 적어도 죽음 앞에서 평화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녀가 다시 태어나 출가수행자의 길을 걸어가라고 기도를 올린다.

능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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