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도 봄이 오려나? 가벼워진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봄을 재촉하고 있다. 도량에 몇 그루 심어 놓은 청매화 나무는 어김없이 꽃봉오리를 키워가고, 주변 나무들은 두꺼운 표피를 벗으며 새순을 피워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식물들은 매일이 같은 듯 하나 매순간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다. 

사람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묵은 관념과 아집, 편견과 위선을 벗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것은 세상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이다. 굳어버린 관념의 집에 자신을 가두고, 두꺼운 아집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살아가는 사람, 편견으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재단하고 위선으로 자리를 지켜가는 사람은 자기만의 섬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섬에서의 삶은 소통과 화합은 기대할 수 없으며 무조건적인 상명하복만이 존재 할 뿐이다. 이런 섬 같은 영역이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면 스스로 쌓아가는 두꺼운 벽 때문에 고립되어 자멸만 자초할 뿐이다. 

모든 종교가 그렇듯 마지막 남은 한 가닥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종교의 역할일 것이다. 단단하게 굳어버린 관념의 집, 그 문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스스로 쌓은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교와 종파가 각각의 빛깔과 역할로 존재한다. 그에 따르는 장단점을 안고 말이다. 국민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으며, 세상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만큼 각양각색의 종파가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 다양성에 반비례하는 모순을 살피는 것은 종교인의 역할이다. 

지금 나라 안과 밖의 정치, 경제 상황은 절대 화합을 요구하고 있다. 나라는 이미 두 동강이 나 있고, 가정에 가족 구성원이 두 갈래로 촛불과 태극기로 나누어 졌으며, 직장과 지역 사회가 분열로 치닫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며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헌법의 질서를 존중하고 법에 의해 결과를 승복하는 일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이고 다시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루즈벨트가 남겼다고 하는 이 말이 지켜지길 바란다. “법 위에 아무도 없고, 법 아래 아무도 없다.” 

[불교신문3283호/2017년3월22일자] 

진명스님 논설위원·시흥 법련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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