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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현장에서] 언제 출소하게 되나요?    
  • 혜원스님  조계종 교정교화전법단장
  • 승인 2017.03.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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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보리심’ 희망의 다른 말

상처 깊을수록 더 소중하게 돼 

복지시설 아이들의 사랑이 되다

새들은 눈이 내리던 가지 위로 둥지를 튼다. 잿빛 짙은 산그늘엔 연두의 소식이 들려온다. 뻐꾸기 울어대는 고향, 인정스레 웃던 동네 아낙들의 자취, 그 곳 들꽃조차 아름다워 눈물이 흐른다. 그러나 검은 그림자에 비추어진 짧지만 긴 세월, 강한 벚꽃 향조차 높은 담장을 넘지 못한다. 봄은 남쪽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빛은 가슴 따뜻한 그날의 그리움으로 이야기 한다.

긴 겨울이 끝나는 3월부터 교도소 교리교육을 시작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종교집회에도 방학이 있어 겨울과 여름 두 달씩 방학하고 있었다. 여전히 머물러 있는 시간이지만 애쓰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설레게 한다.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한다는 의미를 좋은 것이라 말 할 수 없더라도 같이 있기에 좋은 시간이 되는 것이다.

김연아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던 2010년 봄, 여느 해처럼 새로운 교리반 얼굴들이 반기고 있었다. 교리강좌를 진행하는 중에도 유난히 말이 많은 수용자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 교리강좌가 마무리 되고 간식시간이 되었다. 간식시간을 이용해 주로 개인적인 상담을 갖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바로 옆에서 밝은 얼굴로 전체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해 교리강좌는 초기 대승불교의 <금강경>을 위주로 공부하고 있었다. “보리심을 발(發)하여 어찌 머물게 하고 어찌 항복받게 하겠나이까”는 어설프지만 교리반의 1년 화두(話頭)였다. 그들의 열기는 나의 신심조차 돋우고 있었다. 지나가는 일상적인 어투로 ‘언제 출소하게 되나요?’하고 물었던 게 그의 말문을 트게 했다. 그는 사업을 하다 동업자의 횡령 도주로 혼자 모든 것을 뒤집어쓰고 사기죄로 기소됐다고 했다. 집안은 그동안 몰락했고 설상가상으로 구치소에 있는 동안에 아이들에겐 흔한 질병인 폐렴으로 어린 딸까지 보내게 됐다고 한다. 자신을 자책하고 딸에 대한 죄스런 마음에 하루를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하늘은 항상 노랗게 보였고 그의 마음에는 사방으로 벽이 둘러싸여 있었다. 날마다 비수가 가슴을 헤이고 슬픈 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불교법회와 인연이 됐고 깜깜한 밤하늘의 별빛을 보았다고 했다. 상처가 깊을수록 깊은 사랑이 있듯 더 이상 만날 수 없어서 더 소중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길이 끝난 곳에서 또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 마음이 가시지 않아 말이 많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난 홀씨가 희망을 만나고 있었다. <금강경>의 보리심은 그에게 희망의 다른 말이 되고 있었다. 그는 인생의 마침표 아닌 쉼표 하나를 추가 했을 뿐이다.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은 초록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산 빛을 닮아 마음이 푸른 아이들, 아이들은 오늘도 나를 찾아와 하얀 나비처럼 내 주위를 빙빙 돌며 나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그는 출소하고 제일 먼저 나를 찾아 왔다. 그리곤 내가 머무는 아동복지시설 아이들의 사랑이 돼 주었다. 그에게 비치는 복지시설 아이들에게 살아 환생한 딸아이가 있었다. 그 마음엔 간절한 기도 끝에 영근 눈물의 결정만큼이나 순수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던 그에게 요즈음 하늘은 푸르다고 한다. 가끔 마음이 허전해 올 때는 금강경 독송을 한다는 그가 오늘도 아이들과 땀을 흘리고 있다. 그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아이들과 시선을 같이 두고 같은 곳을 응시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보리심의 자취를 밟아 가는 것일까. 산 다람쥐 봄빛을 물어 나르고 이름 모를 새가 날아오른다.

[불교신문3283호/2017년3월22일자] 

혜원스님  조계종 교정교화전법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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