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더숲

“마음챙김 명상의 스승인 우 빤디따는 마음챙김의 특성을 이렇게 말했다. 첫째 겉핥기가 아니다. 당신이 만약 오전에 한 번만 먹을 수 있으며 무엇을 먹을지조차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겉핥기로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 둘째, 대상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하루에 한 번밖에 먹을 수 없는데, 신의 당신의 밥그릇에 넣어 주는 자두, 바나나, 무화과, 개구리 뒷다리 튀김에서 눈을 뗄 수 있겠는가?…“

무소유로 대표되는 법정스님과 문학적으로 깊이 조우했고, 명상가로서도 불교계 안팎에 널리 알려져 있는 류시화 시인이 특유의 울림과 시선을 담은 신작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을 출간했다. 저자는 여러 편의 시를 쓰며 번역도 해왔지만, 산문집으로는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1991),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1997) 이후 20년 만에 내놓은 세 번째 작품이다. 책에는 삶과 인간을 이해하려는 51편의 산문이 담겼다. '마음이 담긴 길' '퀘렌시아' '찻잔 속 파리'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 '혼자 걷는 길은 없다' 등의 글은 페이스북에서 수만 명의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의 경희대 국문과 시절 은사였던 소설가 황순원 선생이 “시는 젊었을 때 쓰고, 산문은 나이 들어서 쓰는 것이다. 시는 고뇌를, 산문은 인생을 담기 때문”라고 한 말을 잊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책 서문 제목 '내가 묻고 삶이 답하다'를 보면 저자의 청춘시절 시작된 인간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한 추구가 어떤 해답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산문을 쓰는 더 중요한 이유처럼 들린다. 그는 “젊었을 때 나는 진리와 깨달음에 대해, 행복에 대해, 인생의 의미와 나는 누구인가? 등 삶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었다“면서 그 질문들에 삶이 평생 동안 답을 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는 몰랐었다. 삶에 대한 해답은 삶의 경험들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승을 찾아 나라들을 여행하고 책들을 읽었으나, 내게 깨달음을 선물한 것은 삶 그 자체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때문에 이 책은 독자의 오랜 기대에 대한 응답이자, 상실과 회복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다. 미사여구를 빼고 담백하게 써내려간 글이 오히려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해마다 이어지는 인도여행과 <티벳 사자의 서>,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등 명상 서적 번역은 시인의 물음에 대한 의지와 끈기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글들을 잃어버린 나를 찾아 나가는 ‘자아 찾기’로 귀결시킨다. 또 쉽게 읽히면서도 섬세하고 중량감 있는 문장으로 독자들을 근원적인 질문과 해답들로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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