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가르침 받들어 사는 일’ 

절 짓고 탑을 세우는 것도 불사 

염불 독경 등도 그 가운데 하나

할아버지, 저번에 절에 갔을 때 엄마가 기와불사를 한다면서 기왓장에다 집 주소하고 아빠하고 엄마, 제 이름을 써넣었어요. 그런데 기와불사가 뭐에요? 

사람들은 불사라고 하면 흔히 절을 짓거나 탑을 쌓는 것인 줄만 알아. 그런 것도 불사이지만 옹근 불사는 ‘부처님 뜻을 받들어 사는 일’이에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불교단체인 조계종이 올해 ‘부처님오신날’에 내건 말씀이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이야. 이 말씀처럼 여성과 남성, 아이와 어른, 여리고 서툴거나 힘이 세고 경험이 많거나, 장애를 가졌거나 그렇지 않거나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차별하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를 떠받들고 북돋우면서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불사란다. 

그러려면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동물이나 풀, 나무까지도 함부로 하지 않고 아끼고 사랑하라는 부처님 뜻을 먼저 배우고 깨달아야 하겠지? 그래서 절을 짓고 공부하는 거란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본받으려고 절을 짓고 탑을 세우는 것도 불사라고 해요. 그밖에 지난번에 얘기를 나눴던 예불을 하고 염불이나 독경을 하는 것도 다 불사 가운데 하나란다. 또는 스님이 법문을 하시는 것도 불사야. 불공이란 말도 들어봤지? 

불공이 뭐냐 하면. 부처님은 오전9시에서 11시 사이(사시)에 밥을 한 끼 드셨거든. 요즘도 그때를 맞춰 부처님께 올리는 밥을 마지라고 하는데 이걸 부처님께 올리는 걸 공양올린다고 한단다. 이때 올리는 걸 ‘사시마지불공’이라고 해. 그밖에 꽃과 향을 올리는 것도 공양이라고 하고, 스님에게 옷이나 이부자리, 약을 드리는 것도 모두 공양이라고 한다. 이처럼 부처님 뜻을 받들어 사는 모든 걸 불사라고 해요. 

절에 기와가 오래되어 삭으면 물이 새서 법당이 물바다가 되고 말아요. 갑자기 돈을 한꺼번에 마련하려면 벅차잖아. 그러니까 기와불사는 평소에 십시일반 기와 살 돈을 모아 두는 것이에요. 남녘에는 매화를 비롯한 꽃소식이 한창이지? 머잖아 누리가 좋아하는 진달래, 개나리가 필거야. 그런데 너 아니? 이 나무들은 싹이 나기에 앞서 꽃부터 피운다는 걸. 서둘러 꽃을 피우는 까닭은 남보다 먼저 짝짓기를 해서 옹근 열매를 맺으려는 데 있어요. 이 꽃들이 미리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거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해 전부터 미리 준비를 했기 때문이야. 이와 같이 불사, 부처님 일은 일에 맞닥뜨려서 허겁지겁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 것이란다. 

[불교신문3282호/2017년3월18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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