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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 비웃던 며느리에 부처님 “참 잘 왔구나”[불교를 빛낸 장자 이야기] <11> - 가정불화를 극복한 수닷타 장자⑤
  •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 승인 2017.03.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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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 초대로 온 만큼 

부처님께서 자신에게

훈계를 늘어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수자타는 

부처님의 환대에 당황…

불만은 어느 새 사라지고 

의문이 생긴 것을 알아차린 

부처님께서는 때를 놓치지 않고 

그녀에게 다정하게 물어보셨다 

“수자타여, 세상에는

일곱 종류의 아내가 있다

무엇인지 아는가?”

“그대는 이 가운데

어떤 아내인가?”

<증일아함경> 제3권 청신사품에는 여러 방면에서 특별하고 출중했던 남자 재가 신도들이 등장한다. 부처님께서는 직접 이들의 장점과 이름을 언급하시는데 그 중 수닷타 장자는 ‘큰 시주의 주인공’이라는 칭찬을 듣는다. 하지만 수닷타 장자가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은 가족 포교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집처럼 보여도 알고 보면 말 못할 사정이 있기도 하다. 수닷타 장자의 경우가 그랬다. 엄청난 재산, 상인으로서의 명성과 신의, 아름다운 아내, 단정한 생활, 사회적 지위와 부유함을 나누고 실천하는 봉사 정신, 사람들의 존경, 좋은 집안으로 시집간 딸들과 명망 높은 가문에서 시집 온 며느리까지 그의 삶은 완벽해보였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수닷타 장자의 하나 뿐인 아들 ‘깔라’는 일찍부터 노름과 유흥에 빠졌고 부처님의 법문을 듣는 것을 질색하였다. 장자는 아들의 버릇을 고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아들에 대한 애정과 보호가 과도한 아내와 충돌하곤 했다. 만약 수닷타 장자가 억지로 강경하게 나갔다면 부부싸움으로 번졌을 것이고 아내 뿐 아니라 아들과의 관계 또한 악화되었을 것이다. 고민 끝에 장자가 내린 결론은 ‘거액의 용돈’이라는 방편을 사용하여 아들 깔라가 법회에 참석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장자의 계획대로 깔라는 용돈을 얻기 위해 억지로 법회에 참석하였으나 세 번째 법회 때 그는 법문을 듣고 수다원과를 성취하였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눈을 뜨고 삼보에 귀의한 깔라는 지난날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방탕한 생활을 즐기며 제멋대로였던 아들의 변화에 수닷타 장자는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깔라가 달라지자 아내와 얼굴 붉히며 언성을 높일 일도 줄어들었다.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서 집안이 다시 화목해진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는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 수자타로 인한 분란과 갈등이었다. 

장자의 아내는 바라문 계급에 부유한 집안, 출중한 미모를 갖춘 처녀 ‘수자타’를 며느리로 선택하였다. 겉으로 보기에 깔라와 수자타는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모든 조건을 갖춘 젊은 부부였다. 하지만 아내이자 며느리로서 수자타는 모든 기대와 상식을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친정의 부귀와 권세에 기대어 오만방자하였고 남편은 물론 시부모에게도 예의를 갖추지 않았고 안주인으로서의 역할은커녕 무엇이든 내키는 대로 행동했으며 탁발이나 공양초대를 받고 온 스님에게도 무례하였다. 이에 수닷타 장자는 부처님을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말씀드렸다. 

가족들과 함께 부처님을 뵙다

가정불화와 같은 집안 문제를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일 뿐 아니라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것조차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수닷타 장자의 고민은 어떻게 생각하면 지극히 사소한 문제였지만 스스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했다. 부부사이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 자녀와의 갈등은 오늘날 일반 가정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를 말끔하게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수닷타 장자는 부처님께 자신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상담하곤 하였는데 새로운 가족으로 맞은 ‘며느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자칫 며느리 흉을 보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장자는 이 문제를 부처님께 상담하였고 해결책을 찾았다. 수자타가 친정에 위세를 의지했던 것처럼, 수닷타 장자는 부처님의 가피를 의지했던 것이다. 

수닷타 장자는 부처님께 며느리 수자타에 대한 고민을 말씀드리며 집으로 오셔서 그녀를 만나주실 것을 간청하였다. 사실 장자는 아들 깔라가 그랬던 것처럼 며느리 수자타 또한 부처님을 직접 뵙고 법문을 듣는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며느리는 아들과 달랐고 용돈을 방편으로 삼을 수도 없었다. 부처님이나 삼보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탁발과 공양을 오시는 스님들을 비웃기까지 하는 그녀를 데리고 기원정사에 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장자의 마음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공양 초대를 응하셨다.

다음 날, 수닷타 장자는 가족들과 함께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께 올릴 공양을 준비했다. 공양 시간이 되자 부처님께서는 홀로 장자의 집을 찾으셨다. 보통은 부처님과 제자들을 함께 초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은 부처님과 장자의 가족들이 만나는 오붓한 자리가 되었다. 수자타는 평소처럼 공양 준비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양이 끝난 후, 부처님의 법문을 듣는 자리에는 빠질 수가 없었다. 그녀가 빠져도 빈자리가 표가 나지 않는 법회가 아니라 가족 모임의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수자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남편 깔라 옆에 앉았다. 시부모인 수닷타 장자 부부와 남편 깔라가 부처님께 예배를 올릴 때에도 그녀는 그저 이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억지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부처님께서도 수자타의 마음을 모르실 리가 없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그녀를 나무라는 대신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수자타 마음을 움직인 두 번의 질문 

“수자타여, 참으로 잘 왔구나.”

부처님께 따뜻한 환대를 받은 수자타는 당황하였다. 그녀는 부처님께서 시부모의 초대를 받고 온 만큼 자신에게 훈계를 늘어놓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순간 수자타의 마음속에서 불만은 사라지고 의문이 생긴 것을 알아차린 부처님께서는 때를 놓치지 않고 그녀에게 다정하게 물어보셨다. 

“수자타여, 세상에는 일곱 종류의 아내가 있다. 그 일곱 종류가 무엇인지 아는가?”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수자타는 곰곰이 생각하였으나 답을 알 수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

“일곱 종류의 아내 중에는 어머니 같은 아내, 누이 같은 아내, 친구 같은 아내, 종 같은 아내, 며느리 같은 아내, 도둑 같은 아내, 살인자 같은 아내이다. 그대는 이 중 어떤 아내인가?”

“저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일곱 종류의 아내에 대하여 가르쳐주시길 청합니다.”

부처님의 대화법은 참으로 지혜로우셨다. 부처님께서는 단지 수자타에게 두 개의 질문을 하셨을 뿐이지만 그녀는 세상에 존재하는 일곱 종류의 아내에 대하여 너무나 궁금해졌다. 어느덧 수자타의 마음에는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자 하는 열의가 가득해진 것이다. 처음 시큰둥했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부처님을 향해 곧게 앉은 그녀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한껏 진지해진 수자타의 얼굴을 본 수닷타 장자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부처님께 새삼 감탄하였다. 수자타가 법문을 들을 준비가 되었음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그윽하면서도 엄숙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불교신문3282호/2017년3월18일자]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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