꽹과리, 징, 장고, 북을 앞세우고 정월대보름 사물놀이패가 복지관 강당에 들어서자 허리와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도 장단에 맞춰 절로 춤사위가 나온다. 강당 한쪽에선 부대행사로 투호던지기, 알까기가 펼쳐지고 중앙에는 윷놀이가 한창이다. 16강에서 결승전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지루할 법도 하건만 “윷이야~” “모야~” 잔칫날처럼 떠들썩하고 흥겹다.

도개걸윷모 행마(行馬)에 따라 몇 걸음 가다가 잡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한다. 신나게 가다가 뒷도가 나와 엎고 가던 말들이 한꺼번에 먹잇감이 되어 떨어져 나가자 한쪽은 환호성을, 다른 쪽에선 탄식이 새어 나온다. 양쪽 팀 긴장감이 팽팽하다. 윷이 잘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윷놀이는 말을 잘 쓰는 데 승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말을 한데 묶어서 가자는 어르신과 따로 가자는 승강이가 심각하다. 머리회전이 능한 어르신이 훈수를 두기도 한다. 곧 결승의 승패가 갈리겠다 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궁지에 몰렸던 팀의 환호성이 들린다.

“한 사리요! 두 사리요!” 역전에 신이 나 전부 일어났고 반대쪽 얼굴은 사색이 됐다. 마지막 승부로 하늘로 휙 던져진 윷이 쫘르륵 소리를 내며 통쾌하게 떨어졌다. “세 사리요!~” 처음부터 팀 화합이 좋고 응원이 왁자지껄한 팀이 이겼다. 역시 윷놀이는 기싸움인가보다. 윷을 놀 때는 치열했지만 마무리는 노인동과 장애인동이 서로 얼싸안고 즐기는 대동 한마당이다. 시상을 앞두고 행운권 추첨을 할 때면 또다시 긴장감이 돈다. 경품 자전거에 눈길이 모인다. “손자 녀석이 자전거 사달라고 조르는데….” 

어릴 때만 해도 동네 어른들이 멍석 깔아놓고 윷놀이하는 풍경을 종종 보았다. 식구끼리 둘러앉아 윷놀이하다 세뱃돈을 털려 울먹이면 슬그머니 되돌려주시던 어머니. 이제는 가족 간에 그런 여유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윷판은 인생의 단막극 같다. 지금 좋다고 계속 그 속도로 가는 것도 아니고 형편이 좋지 못하다고 마무리가 좋지 못한 것도 아니다. 희비가 교차하는 것이 마치 우리 살아가는 인생사 공부의 장처럼 느껴진다.

[불교신문3281호/2017년3월15일자] 

일광스님 거창 죽림정사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