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가르침이 국민들 위로와 성찰 계기 만들어주길”

 

오늘(3월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만난 안희정 지사는 불교인연을 묻자 힘든 시기 경전을 사경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고 밝혔다. “2004년 대선자금 때문에 1년간 감옥에 있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하자마자 영어의 몸이 됐다”며 “개인적으로 고통스런 시간이었다. 6개월 동안 헌법재판소부터 모든 재판소를 다녔다. 고통과 두려움이 컸던 시간, 스님들이 저에게 <금강경>을 줬다. 한문본으로 된 <금강경>을 세 번 사경하고 그 과정 동안 마음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안희정 지사는 차별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고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며 “대통령이 되면 차별 없애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올 초 신년기자회견서 피력한 차별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와 맞닿아 있다. 

그는 “부처님 가르침도 일체 차별을 뛰어넘자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내가 상에 사로잡혀 있던 그렇지 않던, 알에서 태어나든 어디서 태어나든 내가 생각하는 인식의 세계를 차별지로 인식하지 말라는 <금강경> 말씀”을 제시했다. 또 “차별 자체는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고, 본질을 못 보면 사랑할 수 없다”며 “일체 차별을 극복하는 것은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다름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또한 “차별 없애려는 정신은 민주주의 철학이자 정신이다. 민주주의가 인류역사의 소산이라면 그 역시 부처님 가르침 범주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계급과 귀족, 이민족과 이종교간 차별을 극복하려고 전쟁을 치렀다면 지금은 비정규직, 세대 등 좀 더 고화질로 차별을 극복해야 한다”며 “저는 정치인으로서 차별 극복하기 위해 좋은 민주주의를 실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불자들의 참여를 부탁하기도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안정적으로 국가를 이끌 수 있느냐에 압도적으로 저를 지명하지만 지지율이 안 올라간다”며 “지금부터 참여해서 후보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안희정 지사의 견해를 정리한 내용이다.

대선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 지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경제는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교는 강대국 사이에서 길을 잃었고, 북핵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식민지, 분단, 전쟁, 독재 등 우리의 역사의 굴곡들은 우리가 단결된 힘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를 위한 정치, 해답 없는 분열을 이제 끝내야 합니다. 공존과 화합의 대한민국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닙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소통과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모든 부문에 뿌리내려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을 것입니다. 나아가 안보와 외교를 튼튼히 해 이 땅의 슬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적폐를 청산하고 정의를 바로세우며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해 국민의 힘을 모아 시대교체를 이루겠습니다.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내 이것만큼은 꼭 해내고 싶은 과제는?

▶ 공약이나 정책은 오랜 철학과 고민의 산물입니다. 꼭 해낼 공약을 고르라는 것이 어색한 질문이기는 합니다. 임기 내에 꼭 해내고 싶은 것은 지방자치를 튼튼히 하는 것입니다.

현재 국회 개헌특위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개헌은 지방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헌법 개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개헌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개헌 전 우선 ‘제2국무회의’급의 지도자연석회의를 만들 것입니다. 이 기구를 통해 대통령과 지방정부가 정례적, 수평적으로 만나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전국가적 논의를 함께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지방특별행정기관과 자치입법권, 재정권을 지자체로 전폭 이양할 것입니다. 지방정부의 관할 업무와 범위를 재조정해 광역단위를 독자적 경제권 형성이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하고 읍·면·동단위에서는 정부기능과 주민이 직접 만나 주민자치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은?

▶ 우리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차별을 거부하고 차별을 반대해야 합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고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차별도 없이 함께 사이좋게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충남도지사 직을 수행하며 도민 인권선언을 선포하고 양성평등 비전2030을 수립해 차이가 차별과 폭력이 되지 않도록 인권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차별 없애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 창달은 국가와 대통령 의무이기도 한데, 국립공원이나 문화재 관련 정책이 있다면?

▶ 전통 문화유산과 국립공원 등 환경을 잘 보존하고 계승·발전하기 위한 통합관리 방안은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안은 대통령과 의회가 협치를 통해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운영해가야 합니다. 저는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전통문화유산과 국립공원 등을 관리하는 방안을 지원하겠습니다. 현재도 민주당 소속의원님들이 여러 법안을 통해 전통문화의 계승 및 민족문화 향상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저도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옛 한전부지에 569m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건립예정인데 고층건물이 들어서면 전통사찰인 봉은사 일조권 침해 및 문화재와 주위 생태훼손이 예상돼 이에 대한 견해는?

▶ 개발을 위해 소중한 우리 전통문화유산을 부득이 하게 훼손해야 한다면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개발이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것으로 압니다. 환경영향평가 이외에도 교통심의를 포함하여 아직 심의 사항이 더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시, 강남구 그리고 국토부와 국방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불교계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교류가 단절된 상태인데 남북교류 재개 계획은?

▶ 남북관계에 있어 남북 대결 구도를 종식하고 상호교류·경제협력을 통해 공동이익에 기초한 평화와 공영을 추구할 것입니다. 불교계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사찰문화재 조사와 인도적 차원의 지원 등은 남북간의 대결구도를 종식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다종교 사회로 종교간 갈등이 우려되는데, 평소 종교관은?

▶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국교는 인정하지 않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차별과 갈등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정치는 서로 다른 신념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입니다. 좋은 사회제도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정치와 행정이 잘 돌아가더라도 결코 정신적 가치를 다루는 종교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역시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은 종교의 몫이 아닌가 합니다.

불교와 인연이 있다면?

▶ 대학 시절 철학을 전공하며 불교에 대해 조금 공부했습니다. 정치인으로 사는 동안 이따금씩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불경을 필사하기도 했습니다. 조계종 큰스님들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이 저에게 늘 큰 깨달음과 위로를 줍니다.

안희정 지사는 <금강경> 한 구절인 '응무소주이생기심'을 불자들에게 전했다.

스님과 불자들에게 당부말씀.

▶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로 어지러운 상태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국민들께 깊은 위로와 성찰의 계기 만들어주길 기대합니다. 국난이 닥칠 때면 불굴의 호국정신으로 국가를 지켜왔던 불교가 자비와 상생의 실천으로 나라의 발전과 화합을 이루는 데 더 큰 역할해 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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