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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3.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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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돌부리를 깨랴?”

큰스님의 마음공부

보광스님 지음, 경성·각산스님 엮음 / 21세기북스

 

 

 

20년간 산중수행에 정진해온
‘깨달음 정수’ 보광스님 설법집
주옥같은 법문, 제자들이 엮어

열일곱 나이에 출가해서 1957년 봄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스님을 계사로 수계를 받은 보광스님. 올해로 법납 60년을 맞았다. 스님은 1969년 고산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은 이래 범어사, 통도사, 해인사 승가대학 등지서 대강백으로서 20여년간 학승을 가르쳤다. 전국 선방에서 20안거를 성만한 스님은 1996년부터 4년여간 해인총림 해인사 주지를 끝으로 산중에 칩거했다. 보광스님을 아는 젊은 불자들은 많지 않다. 벌써 20여년 째 해인사 산중암자 희랑대 조실로 은둔 수행중이다.

올해 일흔일곱의 보광스님이 오랜만에 법문집을 들고 우리 곁에 왔다. 스님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조곤조곤 전한 불법(佛法)의 이야기를 제자 경성스님과 각산스님이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책은 보광스님이 평생에 걸쳐 산중에서 깨친 불법의 고귀한 진리이자 수행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은 깨달음의 정수 자체다.

올해로 법납 60년을 맞은 해인사 희랑대 조실 보광스님.

스님의 법문은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나’를 바로보게 해준다. 마음이 병드는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스님은 신기루 같은 허상을 좇다가 진정 원하는 것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로 지금 여기’서 마음을 들여다보라며 죽비를 든다. “사슴 한 마리가 물을 찾아서 이 언덕 저 언덕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들판 저 먼곳에 큰 물웅덩이가 보였습니다. 사슴은 기쁜 마음에 한숨에 들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들판에는 물 한모금도 없었고 다시 저 언덕 너머로 물웅덩이가 보이는 것입니다. 사슴은 지친 몸을 끌고 또 달려갔지만 그곳에도 물은 없었습니다. 과연 물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물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대지의 뜨거워진 공기에 햇빛이 반사된 신기루였던 것이지요. 우리삶도 목마른 사슴과 그리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강조한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돌부리를 깨랴? 스스로가 정신을 다잡고 세상을 바로보며 걸어야 한다.”

사막의 사슴 같은 신세의 사람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질 진리를 찾지만, 보광스님은 말한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시작하는 사람만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누군가의 말과 법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수행하지 않고서는 진리에도 행복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스님은 가르침은 일반의 지혜와 다르지 않으면서도 다른 깊이의 무게가 있다. 산중에서 오랜 수행 끝에 ‘산방한담’ 이야기로 사람들을 깨침으로 인도하는 스님만의 비법이다. 

‘정해진 진리란 없다는 것만이 진정한 진리’라고 강조하는 책은 불교의 ‘신(信)-해(解)-행(行)-증(證)’의 정해진 수행과정에 따라 총4부로 구성됐다. 이해와 믿음으로부터 수행과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불교의 수행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서술돼 있다. 보광스님의 안내와 도움이 있기에 마음수행의 네 계단을 디디고 올라서는 여정이 외롭고 어렵지만은 않다.

팔만대장경을 두고 설한 스님의 명법문도 눈에 띈다. “해인사 장경각과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보물입니다. 작은 상만한 대장경판은 모두 8만2000장인데, 한 판에 7800자가 적혀 있어요. 약 6000만개의 글자 중에 엄청난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글자가 바로 부처 ‘불(佛)’인데, 각자의 마음을 닦아야 비로소 부처님이 될 수 있습니다. 팔만대장경의 글자가 그렇게 많아도 핵심은 마음입니다. 마음을 잘 닦은 결과가 부처입니다.”

보광스님의 주옥같은 감로법문을 엮은 두 제자 경성·각산스님은 “평생을 수행자로 살아가며 감히 범접하지 못할 경지의 언행일치를 이루셨으며, 구수한 시골 할아버지처럼 다정하면서도 때로는 삶의 무게와 인생의 애환을 번득이는 섬광같이 예리하게 통찰한 지혜의 말씀을 전해왔다”며 “이 책에 담긴 대선사의 말씀은 우리 중생의 삶을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성공적으로 변화시켜줄 법문이다”고 강조했다.

보광스님은 언론에 노출되길 꺼린다. 법문을 듣고 가면 그만이지 사진촬영이나 인터뷰는 극구 사양한다. 스님의 얼굴이 대중에 알려지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지난 2007년 불교신문이 부산 보림사에서 만났을 때도 먼발치서 사진을 찍고 법문으로 인터뷰를 대신했다. 10년 전 법문이지만 지금 들어도 귀가 번쩍한다.

“불교의 궁극목적은 열반이다. 열반은 업장과 탐진치를 소멸하는 것이다. 소멸하기 위해서는 팔정도를 행해야 한다. 수행이자 불교의 근본핵심인 바른 소견, 바른 사고, 바른 말, 바른 몸의 자세, 바른 생활습관, 바른 정진 등이 기반이 돼야 한다. 오직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떠날 때는 천만가지는 두고 내 영혼만 갖고 간다. 돈과 권력에 기대지 않고 자신을 닦고 정진한 그 힘만을 가지고 떠나는 것이다.”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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