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회연구소, 정원스님 문수스님 소신공양 의미 조명

'종교의 사회참여 세미나' 왼쪽부터 박재현 위원장, 유승무 교수, 유정길 위원장, 박경준 교수. 퇴휴스님..

“정원스님과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이른바 ‘자기희생’일까. 삶의 가치를 수명이라는 시간의 척도로 재려고 하는 통속적 고정관념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삶의 목적을 ‘자기실현’이라고 본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두 스님의 죽음은 도피적인 자기파괴가 아니라 적극적 자기실현으로서 삶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생산적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원스님은 지난 1월7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문수스님은 2010년 5월31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폐기 등을 요구하며 스스로 몸을 불살랐다. 정권의 부당함에 대한 항거의 의미로 소신공양을 택한 두 스님의 정신을 조명하는 담론의 장이 열렸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는 ‘국가적 고통에 대해 출가수행자의 소신공양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종교의 사회참여 세미나’를 오늘(3월6일)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문수실에서 개최했다.

발제에 나선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생사해탈의 자기검증’이란 관점에서 소신공양의 의미를 짚었다. 형식의 과격성과 비불교적 폭력성 논란을 차치하고 분신(焚身)이란 상식적으로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행위다. 분신을 결행하는 마음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완전히 초월한 마음이기도 하다. 두 스님은 투사이기에 앞서 수좌들이었다.

박 교수는 “좌탈입망(坐脫立亡)이나 물구나무를 선 채로 입적한 등은봉(鄧隱峰)의 일화에서 보듯 선가(禪家)의 전통에 의하면 죽음은 이미 죽음이 아니고 또 다른 형식의 삶”이라며 “정원스님과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각자가 도달한 생사일여(生死一如)의 경지에 대한 자기확인”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개인적 절망에 따른 이기적 자살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 자살 곧 법공양으로 보아야 그 죽음은 더욱 값지게 된다. “나의 죽음은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정원스님).”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 하라(문수스님).”는 유언에서 진정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박 교수는 “자신의 육신을 던져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자 한 대자비의 실천이었다”며 대승불교의 지평에서 소신공양을 기렸다. 한편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퇴휴스님, 유승무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박재현 범불교시국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