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 레시피

무관스님 혜일스님 지음/ 웜홀

감정이 갖고 있는 색깔도 음식의 재료가 된다. 부드럽거나 거칠거나, 달거나 쓰거나, 뜨겁거나 차가운 어느 것도 피하거나 거절하지 않는다. 춤추듯 널뛰는 인간의 모든 감정이 요리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기쁨, 슬픔, 짜증, 불안, 설렘의 희로애락을 다스리는 레시피가 한 권의 책에 담겼다. 

학인시절부터 함께 한 인연으로 횡성 금수사에 함께 살고 있는 셰프 무관스님과 선객 혜일스님이 함께 만든 요리책 <감정을 다스리는 요리-희로애락 레시피>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11월 첫 출간한 <감정을 요리하다-희로애락 레시피>의 개정판이다. 요리는 무관스님, 글과 사진은 혜일스님이 맡았다.

사찰음식 등 평소 요리솜씨 좋기로 정평이 나있는 무관스님에게 많은 이들이 레시피를 묻는다. 그러면 스님에게 으레 “그냥 대충 한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겸손의 표현처럼 들리거나 다소 실망할 수 있는 답이겠지만, 가가이서 보면 스님의 말처럼 그냥 대충 요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별한 격식도 빛나는 화려함도 없다. “요리를 위해 재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재료가 있어 요리가 된다”는 스님에게 재료는 가장 중요한 레시피다. 때문에 건강한 자연만이 스님의 요리가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 책의 주제를 ‘희노애락’으로 삼은 이유에 대한 스님의 답도 간단하다. “슬퍼도 기뻐도 먹어야 하니까….” 인간의 모든 감정도 요리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느대로 바람 길을 터놓고 지나가듯 희, 로, 애, 락의 모습 그대로를 그릇에 담아냈다. 가령 첫 장의 ‘희’ 영역은 기쁨(누리기), 평안(고요하기), 고마움(감동하기), 만족(함께 기뻐하기) 등의 감정으로 나눠져 있다. 

이어 “그 빛과 향기를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되는 만큼 기쁨은 별다른 조리법이 필요없다”는 조언을 양념으로 채소탕수, 버섯샐러드, 들깨전 등 16가지 요리의 레시피를 사진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로(분노, 짜증, 미움, 불안, 긴장, 답답함)에서 애(슬픔, 외로움, 그리움, 무기력함, 우울함), 락(즐거움, 설렘, 흥겨움, 자유로움)까지 감정을 표현한 자연의 레시피 100여 개가 실려 있다.

혜일스님은 “우리는 일상에 너무 진지한 무게를 싣고 사느라, ‘나’라는 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으려 애쓰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 책을 통해 희로애락의 파도를 즐겨 타지 못하고 이리저리 기우뚱거리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고자 했다”고 의미를 전했다. 이어 “더불어 일상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 자연을 담은 무관스님의 식탁처럼 우리의 아침을 평화롭고 맛깔나게 밝힐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무관스님은 당진 보덕사에서 지광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운문사 승가대학을 거쳐 현재 금수사 주지를 맡고 있다. 구례 화엄사에서 각심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혜일스님은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금수사에서 명상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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