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병원 갈걸, 왜 고생했을까”

가슴 두근거리고 불면증까지

버티면 된다는 오해 버려야

51세 김미선(가명)씨는 작년부터 시작된 얼굴이 화끈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증상이 최근 더 심해졌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걱정거리가 많아져서 잠이 잘 안 왔고 어렵게 잠이 들어도 새벽에 일찍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곤해서 외출도 잘 안 하게 됐고, 즐겨 보던 텔레비전 드라마도 재미가 없어져 안 보게 됐다. 또한 건망증도 심해져 혹시 치매는 아닌지 걱정이 됐다. 이런 얘기들을 남편에게 하면 너무 편해서 쓸데없는 걱정하는 것이라고 타박만 해서 너무 서운한 나머지 눈물이 났다. 

40˜50대 중년에서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꽤 있지만 다들 몇 가지 증상은 가지고 사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갱년기에는 이러한 증상을 가지는 것을 당연시 하는 분들이 많다. 친구들에게 얘기를 해도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또한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등산 등의 운동에 매진한다. 이러한 오해 속에서 김미선 씨와 같은 분들은 걱정과 한숨의 나날이 계속되지만 치료를 받을 생각은 못한다. 

지난 40˜50년 세월 동안 살아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걱정이 많아지고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아지고 자꾸 주변사람들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이처럼 사소한 일에 자꾸 짜증이 나고 건망증이 심해지고 피곤함이 심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최근 진단기준에는 갱년기 우울증이란 용어는 사라졌지만, 이 연령대에서 호르몬의 변화로 우울증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서도 올 수 있다. 기분이 너무 우울해서 눈물이 나는 것만이 우울증의 증상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분은 우울하지 않다고 하는 우울증 환자분들이 더 많다는 보고도 있다. 치매를 걱정해야 할 나이가 아님에도 치매가 걱정이 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려보길 권한다. 의지가 약해서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라 자책하지 말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 좋다. 치료를 한다면 걱정과 한숨의 날들이 보통 2˜3달 후엔 몸과 마음이 편안한 날들로 바뀔 것이다. 우울증이라 동일하게 진단하지만 모든 분들의 증상은 각자 다 다르며, 증상이 좋아지는 것도 모두 다르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약물치료의 유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치료를 받은 분들이 자주 하는 말이 “왜 빨리 오지 않고 그 동안 고생했을까”하는 것이다. 

[불교신문3278호/2017년3월4일자] 

이남영  동국대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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