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조찬기도회서 강조…정교분리 위배 비판 제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사랑과 배려의 기독교 정신이 우리사회에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의 발언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발언으로, 헌법을 준수해야 할 지도자로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크리스천투데이, 노컷뉴스 등 매체에 따르면 오늘(3월2일) 오전7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9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여러분과 함께 우리나라와 국민을 위해 기도드릴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안팎의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북핵 위협, 급변하는 국제 정세,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저출산 고령화 등 시급히 대응해야 할 여러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이런 때에 기독교계에서 국민의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황 권한대행은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는 성경 빌립보서 4장 6절을 인용한 뒤, “우리는 어려울수록 기도의 힘을 믿는다. 우리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기도해 나간다면 어떤 어려움도 능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기도회가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 사회적 통합을 기원하는 유례없는 은혜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지난 2015년 총리 내정 당시 편협한 가치관과 종교관을 가진 인물로 종교계의 비판을 받았다. 불교,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등 30여개 종교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범종교인 연석회의는 “극단주의 가치관을 가진 황 후보 지명 철회”를 촉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이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 역시 사단법인인 단체에서 주최하는 것이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 국가주요기관장이 참석하기 때문에 그동안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또 창립 때부터 독재정권에 대한 정당화 역할을 주도해 정교유착의 온상이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 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을 꿇은 채 통성기도를 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 만당스님은 “말이 안되는 처사다.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을 지키고 평등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라며 “종교평화위원회에서도 내부 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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