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프고 다리 쑤시는데 우울증?

68세 최순자(가명) 씨는 최근 5년 전부터 가슴이 아파서 내과, 가정의학과를 다니다 머리가 아파서 신경과, 신경외과를 다니면서 약을 먹고, 허리와 다리가 쑤시고 어깨가 결려서 재활의학과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효과는 그 때뿐이고 며칠 지나면 다시 아파지기를 반복했고, 소화도 잘 안 돼 소화제를 달고 살았다. 

가는 병원마다 위내시경을 비롯해 뇌 자기공명영상(MRI), 심장초음파 등 여러 가지 비싼 검사를 수차례 했지만 특별한 이상 소견은 없다고 했다. 신경성이란 말을 듣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받았지만 왠지 꺼려지고 정신과 약을 먹으면 중독될 것 같아서 정신과 가는 것을 미루다 통증이 점점 심해져 아픈 지 5년 만에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됐다. 

우울증이라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한지 2주 만에 가슴 아픈 것, 머리 아픈 것, 소화 안 되는 것이 좋아졌다. 허리, 다리가 쑤시고 어깨 결리는 것도 어느 순간 없어져서 더 이상 재활치료를 받지 않게 됐다. 아픈 이후로 잠이 잘 안 오고 새벽에 일찍 깨서 못 자는 일이 많았지만 당연히 나이 들어서 잠을 못 자는 것이라 여겼는데, 치료받은 이후 잠도 잘 자게 됐다. 

이 환자의 경우처럼 몸이 아픈 것도 우울증의 증상일 수 있다.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짜증난 목소리로 “가슴이 답답해”라고 말하면서 기분은 우울하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울증일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울이라는 것이 기분의 상태를 뜻하기 때문에 몸이 아픈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기분과 함께 움직인다. 기분이 좋으면 몸이 날아갈 것 같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 몸이 기분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의욕이 떨어지고 입맛이 없고 잠을 잘 못 자고, 예민해지며 무슨 말을 들어도 자꾸 서운하게 느껴지고, 걱정이 많아져서 쓸데없는 걱정한다고 핀잔만 듣고, 깜빡깜빡하는 것이 심해져서 치매일지 걱정이 되는 것 등이 우울증의 흔한 증상이다. 이러한 우울증의 증상 이외에도 신체적인 증상도 우울증일 수 있다. 우울증은 뇌의 병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뇌뿐만 아니라 신체의 전반적인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신체적인 증상으로도 나타나게 된다. 우울증을 치료하면 당연히 이러한 증상들도 좋아지게 된다. 

[불교신문3276호/2016년2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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